기재부·輸銀은 ‘꿀먹은 벙어리’
라이벌 간 출혈경쟁, 사업 전체에 영향

2018년 대규모 인명피해를 냈던 라오스 보조댐 붕괴현장. 해당 사업은 입찰참가 자격이 없었던 SK건설이 수주해 진행한 프로젝트다. 제공:연합뉴스
2018년 대규모 인명피해를 냈던 라오스 보조댐 붕괴현장. 해당 사업은 입찰참가 자격이 없었던 SK건설이 수주해 진행한 프로젝트다. 제공:연합뉴스

대외경제협력기금(Economic Development Cooperation Fund, EDCF)은 그동안 수차례 문제가 발생해 왔다.

그 중 라오스 댐 붕괴 사고는 가장 대표적이며 현재까지도 논란이 진행형인 사건이다.

SK건설은 2012년 한국서부발전, 현지 기업, 태국 전력회사와 합작법인(PNPC)을 구성해 라오스 남동부 아타프 주에서 세피안-세남노이 수력발전소를 건설하는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다음 해 2월 착공했지만 2018년 7월, 수력발전소의 보조댐이 무너지며 5억t의 물이 한꺼번에 쏟아졌다. 이로 인해 하류에 있는 아타프 주 사남사이 지역의 마을 여러 곳이 수몰됐다. 수십 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됐고 6000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조사 결과 이를 맡은 SK건설은 4대강 담합비리 부정당업체 제재처분으로 EDCF 입찰참가자격이 없는 상태였다.

또 국회에 보고된 '2016년도 기획재정위원회 소관 기금운용계획안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 2억달러 규모의 베트남 밤콩교량 건설사업 입찰과정에 참여한 두 기업이 위·변조한 사업총괄관리자 후보자 경력서류를 제출했다가 베트남 사업실시기관에 적발된 바 있다. 아울러 2014년에는 베트남 로떼-락소이 고속도로 건설사업 입찰기업의 허위서류가 제출된 것으로 조사됐다.

심지어 국회에 보고 되기 전 비리 의혹이 제기된 사업도 있었으나 당시 관련 업체들은 모두 ‘사실무근’이라며 강하게 부인했다.

좁게는 기업의 이익부터 넓게는 개발도상국의 발전과 우리나라의 이미지에도 영향을 끼치는 EDCF 사업에서 얼마든지 비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전력기자재 업계가 미얀마의 ‘타웅우-카마나트 구간 초초고압(500kV) 송전선로 구축사업’을 바라보며 불안감을 느끼는 이유 또한 이 같은 사례들과 무관하지 않다.

여기에 소통의 부재 또한 불안감을 키웠다.

올해 초 철탑업계와 전선업계는 각각 업계의 의견을 모아 기획재정부와 수출입은행에 해당 사업에 국산자재의 사용을 고려해 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기재부는 EDCF 차관사업의 모든 업무를 총괄하고 있으며 수은은 기재부로부터 EDCF의 운용 및 관리에 관한 업무를 위탁받아 대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갑의 위치에 있는 두산건설이 제대로 사업을 수행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수단이지만 양 업계는 약 반년이 넘도록 공문에 대한 어떠한 답변도 받지 못하고 있다.

전력기자재 업계 관계자는 “기획재정부와 수출입은행에 공문을 보낸 것은 시공사가 제대로 사업을 하도록 관리해 달라는 것”이라며 “국내 중소기업들이 불안감 없이 EDCF의 사업취지대로 해외에 진출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확신을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중국산 자재를 써서 시공품질이 떨어지거나 사고가 발생하면 국산제품의 이미지가 크게 추락하는데 누가 책임지나”라며 “정부가 EDCF 사업에 책임감을 갖고 운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구속성 원조사업으로 인한 국내 경쟁 업체간의 출혈 경쟁도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구속성 원조사업이란 입찰 참여 자격을 국내기업으로 제한하는 것으로 미얀마 송전선로 구축사업 또한 이에 해당한다. 국내 기업의 진출을 돕기 위한 것이지만 라이벌 업체끼리 필요 이상의 가격경쟁을 펼쳐 공사 전반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어느 사업이든 가격경쟁의 마지노선이 있는데 출혈 경쟁을 하게 되면 제대로 된 공사가 어려울 정도로 낮은 가격에 수주하기도 한다”며 “이 경우 저가 자재를 쓰거나 시공 자체가 부실해지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개발도상국의 산업화와 경제발전을 지원하고 우리나라와의 교류를 활성화하는 게 EDCF 사업의 취지인데 오히려 개도국에 폐를 끼치고 국가 이미지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처럼 문제가 제기됐을 때 바로 확인할 방법이 거의 없는 것 또한 문제다. 사업의 주체인 기재부는 수은에게 사업 전반에 관한 사항을 위임했지만, 수은은 원조자금 승인 과정에 역할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수은 관계자는“수출입은행은 해외 인프라를 통해 국내 기업과 개도국 정부를 연결해주고 사업에 필요한 원조자금을 검토하는 역할만 맡고 있어 세부적인 계약 내용까지는 관여하지 않는다”며 “단 사업의 부실성 여부는 프로젝트 완료 후 제3의 업체에게 용역을 맡겨 사후평가를 통해 점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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