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IIoT・한국형 스마트팩토리 확대 선봉에 서다

AOA, LDS 등 현실적인 스마트 팩토리 솔루션 적용
대규모 자동화 아닌 요소별 IIOT 눈에 띄어

슈나이더 일렉트릭 익산 스마트 팩토리의 외부 전경. 검은 부분이 스마트 팩토리 솔루션이 적용된 곳이다.
슈나이더 일렉트릭 익산 스마트 팩토리의 외부 전경. 검은 부분이 스마트 팩토리 솔루션이 적용된 곳이다.

전북 익산역에서 택시로 10분 거리에 있는 슈나이더 일렉트릭 익산 스마트 팩토리에서 가장 먼저 만난 것은 경비실과 체온계였다. 경비실을 지나자 곧 넓은 잔디와 마주한 스마트 팩토리의 입구가 보인다. 입구 옆에는 전원버튼 모양의 녹색 간판이 자리 잡고 있다.

언제 어디서나 모든 사람의 풍요로운 삶을 보장한다는 슈나이더 일렉트릭의 철학 ‘Life Is On’의 ‘O’에 자사를 대표하는 녹색을 입힌 것이다.

익산 공장의 외벽은 세련된 검정 톤으로 이뤄져 있다. 공장 전체가 아닌 4~5m 정도만 해당되는데 스마트 팩토리 솔루션이 도입된 구역을 나눠 표시했다. 입구가 열리자 좁고 긴 복도와 함께 오른쪽의 이노베이션 허브가 눈에 들어온다.

이노베이션 허브는 익산 공장에 적용된 스마트 팩토리의 핵심 솔루션을 직접 보고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이곳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3개의 대형 터치 스크린과 연결된 컨트롤 타워다.

컨트롤 타워에는 에너지 관리를 위한 중앙 관리 소프트웨어 ‘에코스트럭처 파워 모니터링 엑스퍼트(EcoStruxure Power Monitoring Expert; PME)’와 인력 및 품질, 에너지 효율, 생산량, 공장 운영관리와 관련된 각종 지수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린 디지털화 시스템(Lean Digitalization System)’이 적용돼있다.

이창근 슈나이더 일렉트릭 본부장이 컨트롤 타워를 설명하고 있다.
이창근 슈나이더 일렉트릭 본부장이 컨트롤 타워를 설명하고 있다.

이창근 본부장은 “실시간으로 공장을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운영하며 빅데이터를 활용해 제품과 시스템의 문제를 사전에 예측해 대응할 수 있다”며 “매뉴얼 보고서 제작 시간도 최대 40%이상 단축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손장익 이사가 이노베이션 허브의 전반에 대한 설명을 시작하자 컨트롤 타워를 맡고 있던 이 본부장이 자리를 비워주며 노트북을 집어 든다. 컨트롤 타워 앞이 아니더라도 노트북과 스마트폰 등으로 공장의 상황을 바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본부장은 “익산 공장까지 오지 않더라도 외부에서 언제든지 공장의 상황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노베이션 허브의 중앙에는 디지털 전력 시스템과 에너지 관리 솔루션의 모형이 있다.

전시된 제품은 정밀 전력 미터기 ‘ION9000’과 모바일로 제어 가능한 고성능의 기중 차단기 ‘MasterPact MTZ’, 아크 및 화재사고로부터 인명과 자산을 보호하기 위한 보호계전기 ‘Easergy P5’ 등 실제 제품이다.

최근 전력 에너지 관리 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제품들이라는 게 슈나이더 일렉트릭의 설명이다. 이 같은 에너지 관리 제품들은 컨트롤 타워의 전력 관리 소프트웨어인 PME와 연결돼 전력 관리 및 사용 분석의 기반이 되는 중요 데이터를 전송한다.

손장익 슈나이더 일렉트릭 이사가 이노베이션 허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손장익 슈나이더 일렉트릭 이사가 이노베이션 허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밖에 각종 데모 부스에서는 모터의 품질 관리 및 유지보수를 위한 ‘스마트 모터보호 및 정보감시 솔루션’과 예지보전 솔루션 ‘모디콘(Modicon) M262 로직 컨트롤러’, 24시간 실시간 모니터링 서비스인 ‘스마트 전기 설비 감시 및 예방 예지보전 솔루션’ 등 실제 디바이스를 확인하고 또 작동해볼 수 있다.

이노베이션 허브를 지나 복도 끝 왼편은 스마트 매뉴팩처링이 구현된 생산 라인과 연결된다.

익산 공장은 과거 30년간 ‘전자식 스마트 모터 보호계전기(EOCR)’를 생산하는 전통적인 제조 공장이었다. 그러나 약 6개월에 걸쳐 스마트 팩토리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고 공장의 자동화 및 에너지 관리를 위한 통합 솔루션을 도입했다.

생산라인을 처음 보고 든 느낌은 당황스러움이었다.

2018년 12월 1일, 우리나라가 5G의 첫 상용화를 발표했을 때 상용화 1호 대상이 바로 스마트 팩토리였다. 당시 사업을 주도했던 이동통신사들은 온갖 기계팔로 무장한 첨단 공장을 홍보하며 5G와 스마트 팩토리를 연결시켰다.

그에 비해 익산 공장의 라인은 소박하다. 총 6개의 소규모 라인으로 구성돼 있으며 라인마다 서너 명의 직원들만 근무하고 있다. 자동화가 이뤄진 부분들도 많았지만 규모가 크지 않다.

슈나이더 일렉트릭 익산 스마트 팩토리의 라인에서 근무중인 직원들.
슈나이더 일렉트릭 익산 스마트 팩토리의 라인에서 근무중인 직원들.

생산 라인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아규멘티드 오퍼레이터 어드바이저(Augmented Operator Advisor; AOA)다.

스마트 패드 및 태블릿의 카메라를 설비에 비추면 설비 내 부품의 상태가 AR(증강현실)로 구현되는 솔루션이다. 이를 통해 설비에 문제가 생겼을 때 설비를 분리하지 않아도 육안으로 직접 원인을 확인할 수 있다.

최근들어 대중들도 익숙해진 AR기술이지만 실제 작업자들에게는 훨씬 의미가 큰 부분이다.

슈나이더 일렉트릭 관계자가 ‘아규멘티드 오퍼레이터 어드바이저(Augmented Operator Advisor)’를 시연하고 있다.
슈나이더 일렉트릭 관계자가 ‘아규멘티드 오퍼레이터 어드바이저(Augmented Operator Advisor)’를 시연하고 있다.

과거에는 문제가 발생해 공장 설비가 멈출 때마다 원인을 찾기 위해 사람이 직접 설비 안에 들어가는 경우도 많았다. 언제 다시 작동할지 모르는 기계 속으로 목숨을 걸고 들어가야 했던 작업자들에게 AOA는 충분히 혁신으로 느껴질 부분이다.

각 라인마다 설치된 ‘LDS-E Andons’도 눈에 띈다. 설비, 자제 등의 원인으로 생산라인에 문제가 생기면 경고등 및 경고음과 함께 책임자의 스마트폰과 스마트워치에 바로 상황이 전송된다.

2m가 훌쩍 넘는 높이에 설치된 경고등은 공장 어디서든 확인할 수 있으며 경고음은 공장 전체로 울릴 만큼 크다.

비록 익산 공장이 넓지 않아 큰 효과가 와닿지 않았지만 공장의 규모가 클수록 유용한 솔루션이다. 문제 발생으로 인해 생산 라인이 중단되는 시간을 줄이고 이에 따른 피해도 최소화할 수 있다.

손장익 이사는 “문제 발생부터 담당자가 조치하기까지 1분 정도 걸린다”며 “만약 담당자가 책임질 수 없는 부분이라면 솔루션을 통해 상위 책임자에게 상황을 전달하게 되는 구조”라고 말했다.

생산 라인 한편에는 ‘LDS-WI(Work Instruction)’, 제조작업지침이 있다. 생산관리자가 작업내용을 입력하면 자동으로 작업 지침서가 업로드되고 이를 생산 근무자들이 확인할 수 있게 한 시스템이다.

공장마다 조회를 통해 제품과 물량 등 생산계획을 알려주기도 하지만 상황에 따라 제품을 바꿔 생산해야 하는 상황도 있다. 예를 들어 총 생산능력이 100이라고 가정할 때, 50과 50을 각각 다른 제품을 생산하는 경우 바뀐 작업내용을 LDS-WI로 알리는 것이다. 현장을 비우기 쉽지 않은 생산 근무자들이 라인에서 바로 작업지침을 확인 할 수 있다는 것은 큰 메리트다.

공장 너머에는 DISS(Digital Idea and SIM System)를 배치한 회의실이 있다. 회사 전반에 대한 운영 아이디어를 누구나, 언제든지 건의하고 이에 대한 피드백을 함께 마련하는 시스템이다. 말하자면 ‘건의사항’이다. 상명하복이 강하고 나서길 싫어하는 우리나라의 문화상 가능할까 싶었지만 방문 당일에도 의견이 접수돼 있었다. 제대로 활용된다면 자신의 건의사항을 구성원 모두가 함께 고민하고 답을 찾는 이상적인 솔루션이다.

슈나이더 일렉트릭 익산 스마트 팩토리에 적용된 DISS(Digital Idea and SIM System) 솔루션.
슈나이더 일렉트릭 익산 스마트 팩토리에 적용된 DISS(Digital Idea and SIM System) 솔루션.

슈나이더 일렉트릭 익산 스마트 팩토리의 가장 큰 장점은 현실성이다. 익산 공장의 상주 인원은 약 50명으로 작지만 그렇기 때문에 다른 중소기업들이 참고하기에 적합하다. 공정 전체를 대상으로 대규모의 자동화 설비를 도입하는 것이 아닌, 각 요소에 스마트 솔루션을 적용한 방식 또한 같은 맥락에서 높게 평가된다.

슈나이더 일렉트릭 관계자는 “기존의 국내 기업들은 대규모 자동화 설비와 대대적인 생산 라인 교체 등 큰 그림을 그려왔다”며 “반면 이곳은 기존의 중소규모 공장을 어떻게 스마트 팩토리로 전환할 수 있는지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익산 스마트 팩토리가 국내 IIoT(산업용 사물 인터넷) 및 한국식 스마트 팩토리 확대에 선도적인 역할을 하리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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