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에너지 절약시설 설치 융자사업' 500억원 감액
"효율혁신 위해 단기 성과에 급급하기 보다 장기적 안목으로 추진해야"

매년 국가 에너지효율 향상의 밑거름 역할을 톡톡히 해오던 에너지이용합리화자금 지원 예산이 대폭 삭감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에너지효율 혁신전략을 발표하며 소비구조 혁신을 외쳤지만 코로나19로 선택지가 좁아지자 정부는 효율 정책을 또 뒤로 미룬 것이다. 이를 두고 에너지효율 혁신의 의지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업계에 따르면 2020년도 에너지이용합리화자금 예산이 기존 3500억원에서 3000억원으로 500억원 삭감됐다. 지난 4월 말 정부가 2차 추경을 편성하면서 500억원의 효율 예산이 잘려나갔다.

에너지이용합리화자금은 에너지이용 합리화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에너지절약형 시설 투자 시 투자비 일부를 장기 저리로 지원하는 융자사업이다. 노후화된 설비 시설이나 비효율적 전력 시설 등의 개선·교체를 위해 자금을 빌리는 것으로 사업자는 에너지 낭비를 줄이고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시장이 활발한 때는 지원 예산이 5000억원에 육박하기도 했지만 정부의 무관심 속에 매해 예산이 줄어들었다.

그러다가 올 초 정부는 융자 예산에 지난해보다 600억원을 더 증액해 3500억원을 편성했다. 에너지소비 구조 혁신을 추진하겠다는 굳은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당시 업계 관계자는 “오래간만에 늘어난 예산 덕에 시장에 활기가 생겼다”고 말했다. 아직 풀어야 할 제도적 문제가 있지만 이번 예산 확대가 침체됐던 시장의 변곡점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타났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3월 편성된 예산은 4월 말에 다시 삭감됐다. 정부는 효율 향상을 확실하게 보증하고 있지만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이유로 에너지절약 시설 개체 대신에 눈에 확 띄는 정책에 힘을 실은 것이다.

이에 저탄소 경제구조로 전환하겠다는 ‘그린뉴딜’의 성공적 추진을 위해서라도 효율 정책을 장기적인 안목에서 흔들림 없이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매번 우선순위에서 밀려 ‘뒷방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며 “효율 혁신은 당장의 성과보다 고효율 체계로의 전환을 목적으로 장기적 목표를 정해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지적에 대해 산업통상자원부는 코로나19로 수요가 감소할 가능성이 높고 그간 지속적인 투자가 이뤄진 점 등을 고려해 결정했다고 답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코로나19라는 위기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했다”며 “자금 지원 신청 추이를 확인하고 있는데 다행히 자금이 부족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번에도 평년 수준 예산은 된다. 만약 융자금 신청이 끝나더라도 올해 밀리면 다음 연도에 우선순위를 주도록 제도가 마련돼 있다”며 “내년에는 삭감 사례를 어필해 예산을 더 가져오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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