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3월 첫 시도 이후 단 한 차례도 열리지 못해

6월 25일 부산시에서 추진 중인 부산원전안전소통협의회가 기장 주민의 반발로 무산됐다. 부산시 관계자가 고리원전안전협의회 위원인 기장 주민들과 언쟁 중이다.
6월 25일 부산시에서 추진 중인 부산원전안전소통협의회가 기장 주민의 반발로 무산됐다. 부산시 관계자가 고리원전안전협의회 위원인 기장 주민들과 언쟁 중이다.

지난 6월 25일 부산시에서 추진 중인 부산원전안전소통협의회(이하 협의회) 1차 회의가 기장 주민의 반발로 무산됐다.

협의회는 지난 2018년 3월 처음 회의 개최를 시도한 이후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열리지 못한 채 2년이나 경과했다. 때문에 지역에서는 부산시가 무리하게 추진했다는 비난이 거세다.

기장군에는 원자력안전위원회훈령 제40호에 근거한 고리원전안전협의회, 지식경제부 고시 제2013-46에 의해 구성된 고리원전본부소통위원회 등 2개의 위원회가 나름 법적인 근거를 가지고 활동 중이다.

그러나 이번에 무산된 협의회는 법적인 근거가 없다. 원자력으로 인한 피해를 가장 많이 보는 곳이 기장군인데 부산시에 또 다른 위원회를 법적 근거도 없이 만든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위원들 중에서 한국수력원자력 임직원을 제외하면 기장군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 사람은 기장군 원자력안전과장 1명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본인 의사와는 무관하게 부산시에서 선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시 시민안전실장, 시민단체 인사, 한수원 고리본부 대외협력처장 3명이 공동의장이다. 부의장에 부산시 원자력안전과장 및 사회통합과장이 포함됐는데 사회통합과장은 환경단체 출신 임기제 공무원이다. 해운대구와 금정구 안전과장들도 방사선비상계획구역 관할 지자체라는 이유로 포함됐다. 시민사회단체 부의장급 위원을 보면 대표적인 탈핵단체인 부산환경운동연합을 비롯해 부산YMCA, 부산YWCA 등 탈핵 단체들이 포함됐다. 해운대구진로교육센터는 원전과 특별한 관계가 없어 보임에도 불구하고 포함된 것이 특이하다. 방사선비상계획구역안에 위치해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기장군 입장을 대변할 시민단체는 협의회에서 찾아볼 수 없다.

지역의 한 관계자는 “무엇보다 부산시가 추진 중인 협의회에는 탈원전을 주장하는 단체의 인사들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며 “경주 월성의 사례에서 보듯이 원전 가동과 관련 기장군에 불이익을 줄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원안위는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다. 협의회의 법적인 근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총리실 산하인 원안위에 부산시가 영향력을 끼치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고리본부는 입장을 표시하지 않았지만 상당한 부담을 느끼는 분위기다. 부산시의 요구에 법적인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무조건 반대할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지역의 관계자는 “의장포함 한수원 직원 3명이 포함됐지만 공기업 특성상 임직원들이 어느 정도 목소리를 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고 말했다.

안일규 부산경남미래정책 사무처장은 “법적인 지위에 의해 설치된 기장군민 중심의 위원회와 별개로 부산시를 중심으로 한 다른 지자체들이 조례 차원의 근거도 없이 임의로 위원회 구성에 나서는 것은 불필요한 소모적인 전시행정”이라 비판했다.

한편 부산시 관계자는 이번에 무산된 회의를 7월 15일 다시 추진키로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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