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EC TC 120 워킹그룹 4, 용도별 ESS 편익계산 국제표준으로 개발
수익성 악화 ESS 시장, 탄소배출권 거래라는 사업 모델 모색 기대

에너지저장장치(ESS)의 온실가스 저감량을 추정할 수 있는 국제표준이 개발 중에 있어 탄소배출권 거래 기반 조성도 가시권에 놓였다.

지난 24일 업계에 따르면 김미성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KTR) 수석연구원<사진>이 위원장으로 활동하는 국제표준기구 IEC 산하 TC 120 워킹그룹 4(ESS 환경)의 ‘ESS에 관한 온실가스 저감량을 추정할 수 있는 표준’ 제작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올 하반기 중 ‘IEC DTR 62933-4-200 시리즈’로 발표될 이번 표준에는 ESS 설치를 통해 얻게 될 탄소배출 저감 효과를 산출할 수 있는 일종의 계산법이 담길 예정이다.

이를 통해 화력발전의 주파수 조정용(FR) ESS를 비롯해 재생에너지 간헐성 해소, 피크저감용, 비상발전용 등 다양한 용도별 ESS의 편익을 각기 계산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되는 셈이다.

그동안 기후변화에 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가이드라인을 통해 온실가스 저감 기준을 제공했지만 각 설비들이 융합된 시스템인 ESS 분야는 가이드라인에 포함되지 않았다.

그동안 국가별로 각기 다른 기준을 사용하고 있었던 만큼 글로벌시장에서 통일된 기준 마련이 시급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당초 오는 8월 발표를 목표로 실시된 이번 표준제작은 최근 창궐한 코로나19로 인해 논의가 다소 늦어져 11월쯤 완성될 예정이다.

사실상 마무리 단계로 모든 계산식은 마련됐으며 해당 계산식을 바탕으로 용도별 ESS 온실가스 저감량에 대한 샘플 케이스 자료를 보완한다는 방침이다.

이미 표준에는 KEPCO 케이스로 이름 붙여진 한전의 FR용 ESS 사업의 편익 분석이 포함됐다.

국제표준이 확정될 경우 글로벌 시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ESS의 온실가스 저감 계산식을 통일할 수 있을뿐더러 그동안 침체된 국내 ESS 시장에도 새로운 활력소가 마련될 전망이다.

ESS의 환경적 편익을 전 세계가 하나의 기준 아래 측정하게 되면서 국가별로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권리를 사고파는 탄소배출권 거래를 위한 기반이 다져지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최근 연이은 화재사고와 함께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가격 하락과 가중치 축소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ESS 시장에 새로운 활력소가 마련될 전망이다.

실제 최근 ESS 업계는 악재가 겹치면서 시장이 위축되고 있다. 연이은 ESS 화재사고로 정부는 2차례 안전대책을 내놓았지만 완전한 대책은 아니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배터리 충전율(SOC) 제한을 통해 어느 정도 안전 측면의 장치는 마련했지만 이로 인한 수익성 하락을 해소하는 대책에 좀 더 힘써야 한다는 것.

태양광 연계 ESS의 경우 정부가 다음달부터 당장 REC 가중치를 4.0으로 조정하고 내년부터는 가중치를 완전히 없앤다는 입장이어서 업계의 볼멘소리가 적지 않다. 사업을 이어갈 수 있을 만큼의 사업성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SNE리서치도 ‘국내 ESS 산업 생태계의 위기’라는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전 세계 ESS 시장은 37.9% 성장했지만 한국 시장은 오히려 33.9%가량 축소됐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최근 열린 한 세미나에서는 지난 2017년 글로벌 ESS 시장의 47%를 점유했던 국내 ESS 시장의 주도권을 금세 타 국가에 빼앗길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이처럼 ESS 업계가 사업성 악화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이번 국제표준 마련은 하나의 돌파구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탄소배출권을 거래함으로써 새로운 방향의 사업을 고민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김미성 위원장은 표준 발표 이후 국내 ESS 사이트들의 심층조사를 통해 탄소배출권 거래를 위한 프로젝트를 꾸릴 계획이라고 전했다.

김미성 위원장은 “그동안 ESS의 온실가스 감축 효과와 관련해 국제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자료가 없었는데 ESS와 관련된 환경적 편익을 계량화할 수 있는 국제표준이 마련된다는 점이 가장 큰 의미”라며 “특히 국내 ESS 사업자들의 사업성을 높이는 데도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기후위기 대응과 현 정부의 3020 재생에너지 이행계획 목표를 달성하는 데 ESS는 필수적인 설비인 만큼 시장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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