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 가입 여부 상관없이 품질지원 나설 것"
"규격에 맞는 제품을 기본으로 공정경쟁 해야"

전선업계가 한국전선공업협동조합을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미래성장위원회 아래 지난해 새롭게 조직된 전문위원회가 있다. 공동생산, 공동판매, 공동기금 등 새로운 분야부터 기존에 있던 품질관리를 강화하는 등 다방면에서 전선 산업의 발전과 변화를 꾀하고 있다. 서상관(품질지원)·류인규(공동구매)·이주형(공동판매)·정용호(자원순환)·신구현(발전기금) 등 5명의 전문위원장에게 업계의 청사진을 시리즈로 들어본다.

약 6년 전인 2014년. 전선업계는 이른바 ‘불량전선’ 사건으로 크게 몸사리를 앓았다. 구리를 씌운 알루미늄 불량전선은 지구를 한 바퀴 돌 수 있는 당시 약 4만4000㎞가 시중에 유통됐고 이 과정에서 생산 및 유통업자 40명이 불구속됐다.

한국전선공업협동조합이 지난해 5개의 전문위원회에 ‘품질지원’이라는 자리를 마련한 것은 불량전선 파동 이후 전선조합이 자체 운영하고 있는 ‘전선불량신고센터’보다 더욱 능동적이고 효과적인 자정효과를 내기 위해서다.

그리고 이 위원회를 서상관 서일전선 대표가 이끌고 있다.

서 위원장은 “품질지원 전문위원회의 목표는 업계가 우수한 제품을 만들도록 지원하는 것”이라며 “품질이 우선돼야 전선 산업이 성공한다”고 못 박았다.

평소 품질에 대한 서 위원장의 철학과 자부심은 대단하다.

그가 대표를 맡고 있는 서일전선은 1994년 5월 설립된 이후 지금까지 약 26년 동안 품질과 관련해서 단 한 번도 잡음이 없었다. 자연스럽게 품질지원 위원장을 맡게 된 이유다.

서 위원장은 “제품을 주문한 쪽에서 설계에 문제가 있을 수는 있지만, 완성품의 스펙이 논란이 된 적은 없다”고 자랑했다.

이어 "작업 중 일어나 실수로 발생한 불량에 대해 보고하면 용서하지만 그냥 넘겼다가 검사 과정에서 발각되면 큰 불이익을 주고 있다"며 "결국 품질은 사람에게서 나오는 것으로 직원들에게 책임과 권한을 주고 믿음으로 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위원장으로서 활동한 약 1년의 절반은 코로나19로 몸살을 앓았지만 서 위원장은 차근차근 업계의 품질을 높이기 위한 단계를 밟고 있다.

품질지원 전문위는 연관이 있는 거의 대부분 조합원을 대상으로 품질 검수를 실시했고 조합 내의 품질이 동등한 수준임을 확인했다. 공정성을 위해 조합원들에게 해당 사실을 알리지 않는 암행형태로 제품을 수거해 검사했는데, 이 과정에서 사방에 유통된 제품들을 무작위로 구하다 보니 인력 부족으로 고생하기도 했다.

그는 “현재 20개 대상 업체 가운데 18곳의 업체에 대한 검사를 마친 상태”라며 “검사를 마친 18개 업체의 결과는 투명하게 공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 위원장이 생각하는 '품질지원'은 업계에 대해 단속하고 지적하자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우수한 품질의 제품을 만들고 공급하는 회사들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고 그런 회사들이 업계의 기준점이 되길 바라고 있다.

이를 통해 조합 외부에서 지금도 품질이 떨어지는 제품을 만드는 회사들까지도 자연스럽게 품질을 끌어올리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그는 “공정하게 만들고 거래하며 서로 협조해야 하는데 이에 못 미치는 사람들이 잘하는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경우가 생기면 안 된다”며 “특히 조합사가 아닌 신규업체의 경우 품질이 떨어지는데 이들을 끌어들여서 같이 품질을 높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문제를 일으키는 몇 개의 업체가 시장에 전선 산업의 이미지를 실추시키고 있다”며 “또 소비자 입장에서는 생산된 전선만으로 품질을 알 수 없어 피해를 보게 된다”고 덧붙였다.

서 위원장은 조합사와 비조합사를 가리지 않고 품질을 끌어올리는 것이 전선업계를 살리고 발전시킬 방안이라 믿고 있다. 때문에 조합사와 비조합사 모두에 품질지원을 위한 기술지도 등을 아끼지 않을 방침이다.

그는 품질지원 전문위의 활동이 조합 내에도 긍정적인 분위기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전문위가 관리자 역할로서 조합 내에 긍정적인 긴장감을 불어넣고 부족한 부분을 서로 지원해주는 문화를 형성하고자 한다. 아울러 품질을 끌어올리는 과정이 업계에 규제처럼 작용하는 상황은 지양한다는 방침이다.

서 위원장은 “우수한 품질의 제품을 만드는 잘하는 업체에는 칭찬을 아끼지 않고 또 지원할 방안도 마련하려 한다”며 “결국 규격에 맞는 제품을 기본으로 하는 공정경쟁을 하자는 것이 모토”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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