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 받은 시험성적서로 다른 품목 입찰도 참가
업계 문제제기 이후에도 올 2월까지 수주 이어져

충전기업계에서 한전에 납품 중인 변전소용 충전장치 제품. 해당 제품들은 A사 제품과 달리 고주파방식을 채택해 부피가 작고 한전 표준규격에 부합한다.
충전기업계에서 한전에 납품 중인 변전소용 충전장치 제품. 해당 제품들은 A사 제품과 달리 고주파방식을 채택해 부피가 작고 한전 표준규격에 부합한다.

지난해 한전에 변전소용 충전장치를 납품한 A사가 부실한 시험성적서를 제출하고도 총 8건의 납품 계약을 체결한 사실이 드러났다.

한전은 일반경쟁 입찰 과정에 일부 허점이 있었음을 인지하고 제도 개선에 착수한다는 방침이다.

최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3월 한전의 변전소용 충전기반 납품사업에 참가한 A사는 지난해 3월 첫 입찰 당시 받은 시험성적서로 올해 2월까지 총 8건의 사업을 낙찰 받았다.

그러나 본지 취재결과, 해당 시험성적서는 한전이 제정한 2건의 충전기 표준규격을 만족하지 못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때문에 자격이 불충분한 성적서에 근거해 물량을 수주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한전의 변전소용 충전장치 시장은 연간 30억~50억원 규모다. 지난해부터 올해 5월까지 관련 품목으로 발주된 한전 입찰 건은 50여 건으로, A사가 사업 수주로 차지한 물량은 전체 발주물량의 15% 수준으로 추산된다.

업계에서는 A사가 한전이 공고한 제품에 필요한 기능을 구현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사업을 수주해 지난해 하반기부터 문제제기를 해온 바 있다. <본지 2020년 6월 5일자 8면 보도>

아울러 최근 확인된 대로 A사가 부실한 시험성적서 제출 등 첫 입찰 당시부터 기존 동일품목 납품 업체들과는 다른 여러 특혜를 받은 것으로 보고 반발하고 있다.

먼저 A사가 최초 납품 시 제출한 시험성적서가 한전이 제정한 2건의 충전기 표준규격(GS-6130-0052, ES-6130-0001)을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동일품목을 납품하는 업체들의 경우 납품을 위해 시험인증기관에 시험을 신청 시 ‘용도’는 ‘한국전력공사 제출용’으로 기재하고, ‘시험방법’은 납품 예정 제품과 일치하는 한전 표준규격을 제공해 규격의 전 항목을 시험받는 반면, A사는 ‘사용자 의뢰 규격’으로 시험을 받았다는 것이다.

A사의 시험인증을 시행한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KTR)에 확인한 결과, 이 같은 의혹은 사실로 확인됐다.

KTR 관계자는 “A사의 경우 시험인증 신청 시 용도를 한전 제출용이라 밝히지 않았으며, 한전 표준규격으로 시험방식을 요청하지도 않았다”며 “KTR에서는 해당 시험이 어떤 용도인지 모르기 때문에 사용자 의뢰대로 시험을 진행했을 뿐”이라고 답했다.

업계에서는 A사가 이 시험성적서를 이후 진행된 7건의 입찰에 활용했다는 점도 큰 문제로 지적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7건의 입찰 건 중 일부는 전압·전지의 종류 등이 달라 인정시험을 별도 받아야 하며, 이에 따라 필요한 시험성적서는 첫 입찰 포함 총 3개로 추정된다.

반면 A사는 최초 제출한 시험성적서로 나머지 입찰에 참가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의혹이 제기된 규격 및 기능 충족, 절차상의 문제 등은 사실무근이라고 상반된 주장을 펴고 있다.

A사 관계자는 10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지난해 첫 입찰 당시 제출한 시험성적서는 한전이 표준규격의 바탕으로 두고 있는 IEC규격 등에 따른 ‘인용 규격’을 시험방식으로 쓴 것”이라며 “이후 입찰 건도 모두 발주 담당자와 협의 하에 진행한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게 우리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또 이중화 자동절체 등 기능 미구현 의혹에 대해선, “이중화 자동절체의 범위를 어디서 어디까지로 볼 것인지에 대해 이견이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한 차례 사고가 발생했을 때 발주처 요구에 따라 보완조치를 시행했으며 이후에도 발주처에서 원하는 경우에 한 해 변압기를 1대 추가한 제품을 납품하고 있으나, 이는 기능 구현 여부와는 관계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와 관련 한전은 A사 납품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인지하고 제도 개선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기존 일반경쟁 입찰제를 보완한 2단계 경쟁입찰제를 도입, 제품·기능 검토의 사각지대를 최소화하겠다는 의도다.

한전 관계자는 “해당 업체가 시험인증 과정을 제대로 거쳤는지에 대해 시험인증기관에 질의해 회신을 받았고, 이를 한전 법무실에 전달해 제재 가능 여부 등을 검토 중”이라며 “이와 별개로 동일 사례 재발방지를 위한 후속 조치 차원에서 입찰제도 개정 등도 논의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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