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당인리’ 내용 두고 전력 전문가들 설왕설래

최근 대정전(블랙아웃)을 소재로 한 소설 ‘당인리’가 발간돼 전력업계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소설 ‘당인리’는 한국전력과 전력거래소 본사가 있는 전남 나주에 대규모 지진이 발생해 전력거래소 중앙급전소와 모든 송전망이 붕괴되는 대정전 시나리오를 그렸다.

대규모 정전 사태를 이르는 대정전(블랙아웃)이 위험한 것은 어떤 송전선이 사고로 끊기면 다른 송전선으로 빛의 속도로 퍼져나가 송전선이 연달아 끊어지고, 컴퓨터로 5분마다 계산해 미리 발전기 출력을 조정하지 않으면 전국적인 정전 사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2011년 9월 15일 전력수요 급증에 따른 공급력 부족으로 전국적인 순환정전이 발생한 바 있다.

소설 속의 내용을 두고 전력 전문가들은 100% 대정전이 발생하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지만,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입을 모았다.

김재철 숭실대 전기공학과 교수는 “국내외에서 발생한 대규모 정전 사례에서 보듯이 크고 작은 정전사고는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게 사실”이라며 “다만 우리나라 전력계통은 송전선로와 발전소 고장이 발생할 경우 다른 지역으로 파급되는 것을 막기 위한 2중, 3중의 안전장치가 있고, 특히 원자력발전소의 경우 정전이 돼도 5중 장치가 돼 있어 후쿠시마 같은 폭발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문영환 전기연구원 박사도 “대정전이 발생하려면 송전탑 2~3개가 무너지거나 발전소 2~3개가 동시에 멈추는 상황이 벌어져야 한다”며 “물론 충분한 투자와 준비를 통해 사전에 대비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매우 가능성이 낮은 사고 발생을 가정해 발전소와 송전선로를 많이 건설하는 등의 투자를 늘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주준영 전력거래소 중앙전력관제센터장 역시 “소설 속 내용과 달리 나주 중앙전력관제센터는 규모 7.0 지진에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돼 있어 지진에 무너질 가능성은 없고, 혹시 중앙관제 기능이 정지된다고 해도 경기도 의왕에 있는 후비관제센터에서 상시 백업이 가능하다”며 “이러한 상황에 대비해 1년에 5차례씩 비상훈련도 시행 중이어서 국민들이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반면 김영창 전 아주대 에너지학과 교수는 “2003년 미국 북동부 대규모 정전사고를 비롯한 대부분의 정전사고는 송전망 사고가 나 발전기 고장 등이 전력계통 전체에 파급돼 발생됐다”며 “도로의 경우 경부고속도로에서 사고 나면 중부고속도로나 국도로 가면 되지만 전기는 빛의 속도로 움직이기 때문에 사고가 나면 계통운영자가 거의 손을 쓸 여유가 없으며, 특히 우리나라의 EMS(전력계통운영시스템)는 실시간으로 발전기 출력을 제어하지 못하는 심각한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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