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어려워지면서 건설사 조명시장도 경쟁이 치열합니다. 최근에는 모 조명업체가 가격을 확 낮춰서 국내 굴지의 건설사 조명사업을 대량으로 수주했는데, 정말 그 가격이 말이 안 되는 수준입니다.

물론 그 조명업체도 사정은 있었겠지만 근본적으로 최저가 낙찰을 조장하는 건설사도 문제라고 봅니다. 건설사가 조금만 바뀌어도 중소기업들 형편이 지금보다 좋아질 수 있을텐데 말이죠.”

실내외 조명을 개발·생산하는 모 조명업체 임원과 점심식사를 하면서 나눈 대화 내용이다.

건설사 조명시장은 전통조명 시절부터 내로라하는 조명업체들만이 참여할 수 있는 ‘그들만의 리그’였다. 하지만 과거와 달리 지금은 진입장벽도 많이 낮아졌고, 게임의 룰 또한 완전히 달라졌다는 게 조명업계 사람들의 공통된 얘기다.

과거에는‘A건설사는 B조명업체’, ‘C건설사는 D조명업체’처럼 건설사별로 조명업체가 정해져 있고, 서로의 시장을 지켜주는‘무언의 룰’이 존재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인가 그 룰이 완전히 깨졌고, 지금은 오로지 가격경쟁만 난무하는 치열한 세렝게티와 같은 적자생존 시장이 됐다는 것이다.

조명업체 임원은 “요즘은 조명업체들이 세대 내에 들어가는 조명을 품목별로 ‘손해 보는 품목’, ‘본전인 품목’, ‘조금 이익을 남길 수 있는 품목’으로 구분하고, 그것들을 잘 조합해서 조금이라도 이익을 내기 위해 애를 쓰는데, 이건 분명 비정상적인 시장”이라면서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건설사만 이익을 보고, 조명업체와 같은 영세 중소기업은 계속 어려워지는 구조가 될 수밖에 없는데,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들에게 돌아간다”고 귀띔했다.

최저가 낙찰로 물량을 수주한 조명업체가 이익을 내기 위해선 결국 아파트에 납품할 조명에 들어가는 부품의 질과 양을 줄일 수밖에 없고, 이는 성능저하와 고장으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건설사가 짓는 아파트에는 조명, 배선기구, 차단기, 케이블 트레이 등 수많은 중소기업 제품들이 들어간다.

건설사도 이익을 남겨야 하는 민간 기업이라 수익성을 고려하는 게 당연하지만, 적어도 자신들의 브랜드를 믿고 분양받은 소비자들에게 약속한 제품 퀄리티와 주거여건을 보장해야 할 의무는 있다.

제품 퀄리티와 주거여건을 보장하려면 자신들의 아파트에 제품을 납품하는 중소기업에도 적정한 이윤을 확보해줘야 한다. 그것이 대기업인 건설사와 영세한 중소기업이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이다.

나의 이익만 중요하고, 상대방의 이익에는 관심 없는 행태는 ‘횡포’의 또 다른 유형이다.

“건설사 1곳이 바뀌면 중소기업 100곳이 웃을 수 있다”는 어느 중소기업 대표의 얘기를 건설사 임직원들이 귀담아들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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