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전환정책 타격 불가피
저유가에 한전 투자 여력은 ↑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코로나19가 세계 경제, 기업 및 사회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있다.

2월까지만 해도 중국에 의존도가 높은 일부 기업에만 단기적인 공급망 차질을 일으키고, 대규모로 확산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불행히도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유가는 물론 채권금리, 주가가 폭락하고 1997년 동아시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상의 경제 충격이 예상되고 있다.

◆전 세계 보호무역주의 심화

쓰나미처럼 휩쓴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적 피해를 줄이기 위해 나라마다 보호무역주의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이른바 코로나발 신보호무역주의다.

세계 각국은 자국 산업을 보호하고 중국에 과도하게 의존하던 글로벌 공급망을 재편하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미국은 ‘바이 아메리칸’, 자국 물자 우선 구매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유럽연합, EU의 경우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는 중국의 셧다운 조치로 글로벌 공급망의 위기를 경험한 국가와 기업들은 효율성보다는 안정성을 중시하는 부품 공급 전략을 세우고 있다.

일본도 중국에 대한 공급망 의존을 줄이고 국내 생산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보호무역 기조는 자유무역을 발판으로 성장을 이룬 수출 산업 구조의 우리나라에 위기로 작용할 것으로 우려된다.

◆국가마다 경기부양 총력전

세계 각국은 전대미문의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앞 다투어 경기부양 대책을 쏟아 내고 있다. 세계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들은 사상 초유의 돈 풀기에 나서고 있다. 헬리콥터를 타고 올라가서 돈을 뿌린다는 비유의 헬리콥터 머니가 풀리고 있다. 정부가 개인들에게 현금을 나눠주고, 무제한 화폐를 발행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의회는 경기 부양을 위해 각각 83억달러(약 10조원), 1000억달러(약 122조원)의 긴급 예산을 편성한 데 이어 2조2000억달러(약 2682조원) 규모의 경기 부양 패키지를 승인했다. 또 지난달엔 4840억달러(약 590조원) 규모의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네 차례 예산을 합하면 49일 만에 3조달러(약 3677조원)에 가까운 천문학적 수준이다.

유럽연합(EU) 역시 27개 회원국 정상회의를 통해 5400억유로(약 717조원) 규모의 경제 대응책 가동을 승인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전국민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해 처리한 2차 추가경정예산이 집행되고 있는 가운데, 30조원 규모의 3차 추경을 준비 중이다.

◆에너지산업의 변화...석유산업 침체 장기화

정유, 가스, 화학산업은 코로나19 및 유가하락의 영향을 크게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먼저 인적이동 제한으로 인한 수송용 연료 수요가 감소하고, 국가 간 무역이 줄면서 공장가동도 줄어 전 세계 석유 수요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가스 역시 주요국의 경제 위축에 따른 전력 및 에너지 소비 급감으로 LNG 가격 하락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국내 정유 및 석유화학업계의 업황 부진은 길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정유사들은 코로나19 이전부터 정제마진 및 유가 하락으로 인해 수익성이 악화되는 상황이었다. 현재 정제 마진이 손익분기점인 4~5달러를 밑돌 정도로 떨어진데다 국내 정유사의 수출의존도는 50%에 달해 코로나19가 단기간에 종식된다고 해도 업황 회복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외국도 마찬가지다. 미국의 경우 유가 하락으로 셰일가스 업계의 상당한 피해가 예상된다. 포브스는 유가가 배럴당 30~35달러에 머물 경우 셰일가스 감산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셰일가스 업계의 구조조정과 함께 가스 가격 하락으로 인해 기존에 높은 가격으로 LNG 계약을 체결한 구매자들의 재협상 시도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에너지전환도 타격...전력산업은 위기이자 기회

저유가가 지속되고 불확실성이 줄어들지 않을 경우 에너지전환 정책과 에너지신산업은 단기적으로 타격이 불가피하다.

재생에너지와 ESS, 전기차, 충전 인프라 등은 유가가 높아져야 경쟁력이 커지고, 경제가 안정을 되찾아야 전력 생산, 소비, 공급 등의 수요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력산업에 위기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우선 저유가로 인해 한전의 수익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지난 2년간 적자에 허덕였던 한전으로서는 인프라 구축과 신산업 활성화 등에 대한 투자 여력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이 IT 인프라를 활용해 망을 연결하는 것이고,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선 전력시스템의 유연성을 확보하는 것이어서 송배전망에 대한 투자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저작권자 © 전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