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전환 막는 규제 하나하나 풀어나갈 것”

양이원영 국회의원 당선인은 기후, 에너지, 환경 분야에서 25년간 현장을 누빈 한국의 대표적인 열혈 환경운동가이자 에너지 정책전문가다.

대학교 4학년 때 환경운동연합 대학생 현장캠프에 다녀온 것을 계기로 20여 년간 환경운동연합에서 반핵운동을 펼쳐왔다. 지난 2018년에는 전문가들과 활동가들이 연구하고 소통하는 플랫폼 ‘에너지전환포럼’을 만들었다. 이때부터 탈원전 전도사에서 재생에너지 전문가로 변신하며 기후위기 극복과 에너지전환에 앞장서 왔다.

21대 총선을 앞두고 야당에서 1호 공약으로 탈원전 폐기를 내걸고 원자력 관련 인사들을 영입하는 모습을 보고, 어렵게 쌓아 온 탈원전 흐름이 후퇴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컸다는 양이 당선자는 이제 국회에서 그린뉴딜 정책의 실현을 통해 녹색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앞장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혀 예상하지 않았던 것이라 아직 국회의원이 된 게 실감이 나질 않아요. 옆에서 지켜본 신랑조차 드라마 같다고 얘기할 정도로 저는 총선 직전까지만 해도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탈석탄, 에너지전환 정책을 지킬 수 있는 의원 한 명이라도 더 국회에 들어갈 수 있길 바라는 사람에 불과했거든요. 결국 시민사회 추천으로 제가 직접 정치권에 들어오게 됐는데, 앞으로 4년 동안 에너지전환을 막고 있는 규제를 하나하나 풀어내고, 에너지 민주주의를 달성하는 데 매진할 계획입니다.”

양이 당선인은 “시민운동을 할 때는 비판만 하면 됐지만, 이제는 진짜 실력발휘를 해야 해서 부담이 크다”며 “(모두가 쳐다보고 있는) 어항 속의 물고기가 됐다는 생각으로 책임 있는 자세로 의정활동을 펼쳐 나가겠다”고 당선 소감을 밝혔다.

양이원영 당선인은 반핵운동 초기엔 대안을 제시하지 않은 채 무조건 원전을 반대해 왔다. 하지만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과정을 거치면서 대안과 근거를 찾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재생에너지에 대한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전국에 있는 태양광과 풍력발전사업에서 갈등이 벌어지는 현장들을 찾아다니며 왜 사업이 제대로 추진되지 않는지 꼼꼼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재생에너지를 빨리 늘려야 원전과 석탄 발전 1기라도 중단시킬 수 있다는 절박한 마음으로 재생에너지에 대해 들여다보기 시작했습니다. 정부가 에너지전환을 강조함에도 불구하고 현장에 가보니 재생에너지 보급이 더딘 이유를 알겠더라구요. 표면적인 구실은 주민들의 반대가 심해서 태양광과 풍력 발전소 건설이 어렵다고들 합니다. 그런데 가만 들여다보니 정부 부처 간의 정책 엇박자와 일선 공무원들의 탁상행정, 과도한 규제와 민원 등이 맞물려 간접비가 엄청나게 증가하면서 속도가 더딘 것을 알게 됐죠.”

양이 당선인은 “우리나라는 민간기업 주도로 인허가부터 건설시공까지 하려다 보니 주민민원부터 각종 규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일종의 통과료인 간접비가 MW당 1000만원 이상 치솟아 독일에 비해 5배 이상 들어가고 있는 실정”이라며 “더욱이 탈원전이 정치 쟁점화되면서 일부 지자체에서는 골프장, 산업단지, 택지개발은 허용하면서도 유독 태양광, 풍력에 대해서는 환경 훼손을 이유로 반대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육상풍력을 하려면 36개의 관문을 통과해야 합니다. 환경영향평가부터 주민합의까지 이걸 기업이 어떻게 다합니까? 우리는 대만과 덴마크를 벤치마킹해야 합니다. 대만은 우리나라 국가기후환경회의와 유사한 총리실 산하 위원회가 주도해서 에너지전환 정책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있어요. 그 덕분에 2025년까지 5.5GW 규모의 해상 풍력발전단지를 설치하기로 하고, 단숨에 업체선정까지 확정했죠. 덴마크는 원스톱 숍 제도를 통해 발전사업자와 10여 개 관계부처 중간에서 승인절차를 일괄적으로 처리되도록 지원해주면서 속도감 있게 사업을 추진하고 있어요. 정부 주도로 사업을 추진하기 때문에 기준에 들어가면 허가해 주고, 기준 밖은 불허하죠. 예외가 없습니다. 주민들이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할 수 없는 구조에요. 사업자는 최고의 기술로 최적의 이용률이 나오는 가장 저렴한 발전기만 꽂는 데 최선을 다하면 되는 겁니다.”

양이 당선인은 “현장에 가서 보고 뭐가 문제인지 확인하고, 그걸 찾아가다 보면 답이 나오는 것을 깨닫게 됐다”며 “지금이라도 정부는 컨트롤타워를 만들고, 전력계통이라는 하드웨어와 전력시장, 전기요금 등의 소프트웨어를 제대로 정비해야 성공적인 에너지전환을 이루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저는 에너지전환을 위해선 에너지 민주주의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에너지 민주주의는 시장에 누구나 자유롭게 참여해서 주체가 되는 것이죠. 원하면 재생에너지로 만든 전기만 살 수도 있고, 내가 만든 전기를 직접 파는 것도 가능하게 되는 겁니다. 이것이 한전을 민영화하자는 의미는 결코 아닙니다. 전 세계 전력사업에서 재생에너지, 원전, 화력발전보다 더 큰 시장이 바로 계통인프라입니다. 독일의 경우 재생에너지 발전소만 250만 개에 달합니다. 250만 개의 발전소를 안정적으로 운영하면서 적시적소에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선 계통인프라를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하는데 그것이 바로 공기업인 한전의 역할인 것이죠.”

양이 당선인은 “재생에너지와 계통인프라를 확대하고 개선하는 게 바로 그린뉴딜의 핵심사업”이라며 “일각에서는 두산중공업을 살리려면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고 신규 원전을 건설해야 한다고 하는데 글로벌 풍력회사인 베스타스가 2만명의 직원을 고용하며 10조원의 연 매출을 올리는 것처럼 우리나라도 두산중공업을 살리고,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의 풍력사업을 다시 살리려면 연간 2GW 풍력시장을 만들어주면 된다”고 강조했다.

“제 올해 목표는 국내에 풍력 2GW, 태양광 5GW를 설치하는 겁니다. 발전사업 허가가 난 사업들을 중심으로 뭐가 걸림돌인지 보고 하나하나 풀어낼 겁니다. 원전을 줄이려면 고개를 들어 산을 봤을 때 어느 곳이든 풍력발전기가 꽂혀 있어야 합니다. 또 땅 있는 사람만 태양광 사업을 하는 게 아니라 미국의 커뮤니티 솔라(community solar)처럼 입지 선정부터 기업 공모까지 주민들이 사업자로 참여하도록 해야 하죠.”

양이 당선인은 “정치인이 되려고 국회에 온 게 아니라 에너지전환을 가로막고 있는 당면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온 것”이라며 “지금은 그냥 다른 것은 쳐다보지 않고 do the next right thing(그냥 다음 옳은 일을 해)만 생각하고 지금처럼 현장을 많이 찾아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예전에는 과도한 전기화를 반대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전기의 시대라는 말에 공감하고 있습니다. 다만 그 전기를 재생에너지로 만들고, 남는 전기는 배터리에 저장하거나 수소를 만들어야 합니다. 창간 56주년을 맞은 전기신문의 역할도 점점 중요해질 것입니다. 앞으로 제가 의정활동을 하는 데 많은 조언도 해주시고 토론의 장도 함께 열어갔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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