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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산업 좌담회②) 20년 된 시장제도, 이제 새 판이 필요하다
단절된 전력 도·소매 시장...효율적 자원 배분 막는다
다양한 전력사업자 시장 참여...통제적 성격의 CBP 한계 다다라
중장기 전원계획 폐지하고 재생에너지 확대 맞춰 전력망계획 세워야
장문기 기자    작성 : 2020년 05월 04일(월) 08:22    게시 : 2020년 05월 06일(수) 10:53
전력산업의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확대’를 중심으로 하는 에너지전환은 세계적인 트렌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한국도 지난 2017년 ‘재생에너지 3020’ 발표를 통해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그러나 이에 따른 전력정책의 급격한 변화는 전력산업에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반면 일부 분야에서는 전력정책이 산업계의 급격한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기도 하다. 에너지 전환기에 전력정책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제시하기 위해 본지는 전력정책을 ▲에너지믹스 ▲시장제도 ▲계통 등 세 분야로 나눠 각 분야의 전문가들과 좌담회를 개최하고자 한다.
두 번째 좌담회는 ‘20년 된 시장제도, 이제 새 판이 필요하다’를 주제로 시장제도에 관한 의견을 나눴다. 패널로는 구윤모 서울대학교 교수, 이유수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박진표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정해성 장인의공간 대표가 참석했다. 사회는 유희덕 본지 편집국 부국장이 맡았다.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환경급전, 석탄 총량제 등 다양한 논의가 있다. 현재 시장제도에서 다루기 까다로운데.

이유수 박사= 우리가 왜 환경급전을 하는지에 대한 논의부터 필요하다. 기업이 어떤 활동을 할 때 환경을 저해하는 요인이 있다면 보통 외부비용을 내부화해 자원이 효율적으로 배분되도록 한다. 이걸 국내 전력시장에 적용하기 힘든 이유는 발전원 간 연료비용 차이가 너무 많이 나서 환경비용을 반영해도 급전 순위를 바꾸기 어렵기 때문이다. 변동비반영시장(CBP) 체제에서 환경비용이 정확하게 변동비에 반영되고 최종소비자의 행동을 바꾸는 상황을 만들어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 그런데 국내 전력시장은 도매시장과 소매시장이 단절된 시스템이다. 급전 순위만 바꿔놓고 도매시장과 소매시장이 단절돼 있으면 아무리 비용이 올라가더라도 요금에 반영되지 않는 반쪽짜리 정책이 될 수밖에 없다.

구윤모 교수= 전기사업법에 환경급전이 명시돼 있어 의지가 있고 합의된 점이 있으면 시장제도에 반영하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다. 탄소배출권 가격만 제대로 반영해도 현재 시장제도 안에서 상당한 변화가 가능할 것이라 본다. 배출권거래제가 정상적으로 작동한다면 전력 생산 과정에서 에너지 믹스를 조절해 배출 집약도를 낮추고 배출권 비용부담이 일정 부분 소매가격으로 전가돼 수요를 낮추는 효과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현재는 배출권 가격이 급전순위에 제대로 반영이 안돼 에너지 믹스 조절이 어렵고 소매가격은 묶여 있어 수요도 줄어들지 않고 있다. 시장제도를 많이 바꾸지 않더라도 현재 배출권 가격을 비용평가 과정에서 적절히 반영해줄 수 있는 형태로 비용평가지침이 바뀌게 되면 기대하는 효과를 어느 정도 거둘 것이다.

정해성 대표= 국내 전력시장에서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가격으로 경쟁을 시키거나 정책적으로 처리하거나 둘 중 하나가 돼야 하고 그게 명확하게 규정돼야 한다. CBP에는 시장가격을 통해 설비투자를 유도하겠다는 기본적이고 보편적인 이론이 깔려 있다. 그런데 원자력과 석탄을 줄이고 재생에너지를 늘리는 것은 경제성 때문이 아니라 정부 정책으로 하는 것이다. 이 경우 정책이 명확해야 한다. 그런데 한국은 이게 불명확하다. 원자력과 석탄은 정부가 정책적으로 관리하는 대신 액화천연가스(LNG)는 시장에 맡긴다고 명확하게 선언하면 되는데 한국 정부는 전력시장에 맡긴 것처럼 하면서 시장에서 수익을 바꾸기 위해 이것저것 한다.

박진표 변호사= 전력시장을 어떻게 설계하든 가격구조를 활용할 경우 소매비용 전가가 필요하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국내 전력시장 거버넌스에서 환경비용을 소매비용에 다 전가할 수 있을지, 소비자들은 이를 수용할 수 있을지 의문이 있다. 지난해 도매시장가격에 배출권거래비용을 반영하는 환경급전과 관련한 이슈가 있었다. 비용 수준이나 반영방식 등에서 사업자 입장에 따라 인위적으로 보일 수 있는 부분이 많았고 사업자들의 반발도 컸다. 공정성이나 형평성 차원에서 문제 될 부분도 있었다. 차라리 전력시장은 시장원리에 따라 작동하게 하고 정책적인 요소는 국민 공감대를 얻어 법을 만들어 집행하는 게 당장은 시간이 걸리겠지만 시장 왜곡을 방지하고 정책 일관성을 유지하는 측면에서 맞는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현재의 시장제도가 만들어진 후 20년이 흘렀다. 현 제도가 안고 있는 한계는 무엇인지.

정 대표= 국내 CBP 제도는 특이한 점이 많다. 전력은 실시간으로 거래되는 자원인데 국내 전력시장에는 실시간 시장이 없고 하루 전 시장만 있다. 그리고 시장과 계통이 따로 움직인다. 시장과 계통을 분리하는 메커니즘은 1990년대 컴퓨터와 정보기술(IT)이 발달하지 못했을 때 사용하던 방법이다. 또 국내 전력시장 특징 중 하나가 모니터링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미국 전력시장에는 모니터링 기관들이 시장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결국 국내 전력시장은 다른 시장에 비해 굉장히 투명하지 못하다. 아주 기본적인 정보도 외부에 제공하지 않는다. 실시간 시장을 만들고 거래소가 운영하는 정보를 공개해 전문가들이 계통문제점을 파악하고 해결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

박 변호사= CBP 체제는 본격적인 시장체제로 이행되기에 앞서 잠정적으로 2년 정도 운영하려던 게 지금까지 이어진 것이다. 그러다 보니 규제요소가 매우 많다. CBP 체제가 아직까지 그럭저럭 버텨온 것은 발전사업자와 한국전력공사가 각자 희생을 감수해왔기 때문이다. 현행 체제는 착취적인 요소가 많고 정상적인 시장원리보다는 전기요금 인상요인 억제와 같은 정치나 정책적 목표를 추구하면서 거버넌스 측면에서 공정성, 합리성과 투명성이 매우 결여돼 있다. 또한 계통제약운전 시 발전기를 돌릴수록 손해가 난다든지, 인위적 용량계수를 만들어 발전사의 투자비 보상구조를 왜곡하는 등 전력당국이 정책적 목적에 따라 사업자의 재산권을 침해하거나 희생을 당연하게 여기는 것은 법치주의 관점에서 볼 때 큰 문제가 있다.

이 박사= 지금 CBP 제도는 근본적으로 한전이 독점하던 당시와 차이가 없다고 본다. 시장을 만들어놓고 운영하고는 있지만 결국 과거와 똑같은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시장이라고 하면 어떤 형태로든 가격에 의해 자원 배분이 일어나야 하고, 시장으로서 기능하기 위해선 시장의 가격기능과 규제가 적절하게 조화를 이뤄 시장참여자들의 의사결정이 반영될 수 있는 구조가 돼야 한다. 그 이후에 시장에서 불공정경쟁이 발생하면 정부가 개입하는 상황이 만들어져야 한다. 그런데 규제에 의해 모든 게 좌지우지되다 보니 많은 게 왜곡된 상황이다. 문제는 여러 플레이어가 왜곡된 상황에 맞춰 행동을 정해놨기에 이를 바꾸면 이게 다 흐트러진다. 바꿔야 한다는 공감대는 있지만 어디서부터 어떻게 손을 대야 할지 모르는 안타까운 상황이다.

구 교수= 국내 전력시장에는 여러 문제가 존재한다. 그런데 생산성, 정전시간 등 지표를 보면 매우 좋다. 외국에서 전력 관련 연구자들이 신기해한다. 독과점 체제에서 비효율적이고 방만하게 운영되는 등 문제가 많을 것 같은데 정량적인 지표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구조개편의 과도기 상태에서 멈춘 현 구조는 기형적인 측면이 있지만 정부가 공공기관 관리라는 비시장제도를 통해 높은 수준의 경영 성과를 달성했기 때문에 지금까지 이런 시스템을 끌고 올 수 있었다. 그런데 시장참여자가 늘어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가 늘어나면서 전력거래소 회원사가 3000개 이상으로 증가했다. 이런 상황에서는 예전처럼 시장제도를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다. 비시장제도에 의존하는 현재의 시스템은 한계에 이르렀다는 생각이 든다.

▶시장제도를 개선할 때 꼭 다뤄야 하는 게 있다면. 실시간 시장 도입에 대한 논의도 많고 재생에너지 확대로 인한 변동성 문제를 시장제도를 통해 풀어나가고자 하는 노력도 있는데.

구 교수= 현재 시장제도의 가장 큰 이슈는 재생에너지 비중이 확대됨에 따라서 계통을 어떻게 안정적으로 운영할지, 유연성 자원의 시장 참여를 어떻게 유도하고 또 제도로써 보완하냐는 것이다. 보조서비스 시장이나 실시간 시장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시장을 통해 백업자원이 충분한 보상을 통해 진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는 비용부담이 늘어날 수 있음을 뜻한다. 그 부담을 소매시장에서 어느 정도 받아줘야 시장이 제대로 돌아갈 수 있다.

정 대표=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폐지해야 한다.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보면 설비예비율이 최대 32%까지 올라간다. 국내 전력시장 적정 설비예비율은 13%다. 10만㎿ 기준으로 설비 1%면 1000㎿다. 1000㎿급 발전소를 지으려면 1조원 드는데 설비예비율 30%가 말이 되는가. 장기 전원계획 폐지하고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송전망 이슈에 대응하기 위해 전력망계획을 세워야 한다. 계통운영기술도 고도화돼야 한다. 현재 1시간 단위로 발전계획을 세우는데 이 1시간 동안 전력수요가 심할 땐 1만㎿ 가까이 차이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런 변동성을 해결하기 위해 1시간이 아니라 30분, 15분 단위로 좁혀가야 한다. 이 과정을 ‘해상도를 높인다’는 표현을 쓰는데, 외국에서도 해상도 높이는 형태로 시장설계가 진화하고 있다.

박 변호사= LNG 직수입이 늘어나고 가스공사도 그에 대응해 개별요금제를 도입·추진하고 있다. 저가의 연료가 들어오면서 소비자 후생이 증가하는 부분도 있지만 자칫 발전사들이 저렴한 가격의 단기계약에 치중하다 보면 장기적인 연료수급이 불안정해질 수 있다. LNG발전 비중이 앞으로 30~40% 수준까지 올라간다는 전망이 있지만 재생에너지 보급속도에 따라서는 이후 발전비중이 급락해 좌초자산 문제가 대규모로 발생할 우려가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계약시장을 도입함으로써 합리적인 장기투자 의사결정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이 박사= 경직성 전원이 유연하게 움직이지 못하기 때문에 우리 시스템은 변동성 전원이 들어오는 것을 막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재생에너지 보급을 확대하고 싶은데 시스템에서 이를 받쳐주지 못하는 문제가 생긴다. 제주도에서 벌써 출력제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런 문제는 곧 전국적으로 확대될 것이다. 유연성 전원을 확보하려면 그에 따른 비용을 충분히 보상해줘야 하는데 국내 전력시장에선 그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 또한 실시간 시장을 도입해 시장에서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 외국에서는 과잉공급일 때 마이너스 가격도 나온다. 마이너스 가격이 발생하면 굳이 들어오지 말라고 끊지 않아도 스스로 제어한다. 실시간 시장을 어떻게 디자인할지도 중요한 부분이다. 당연히 입찰시스템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 계약시장에서 상당 부분을 소화할 수 있는 구조도 필요하다.

정 대표= 계약시장 당연히 필요하고 입찰시스템도 도입해야 한다. 디자인과 제도도 고민해야겠지만 솔직히 한국은 그럴 여유가 없다. 한국은 아무런 경험도, 설계도, 규정도 없다. 지난 20년간 이 부분에 투자가 없었다. 뭐든지 일단 가격을 만들어봐야 한다. 어떻게든 실시간 가격을 만들어서 어떻게 운영되는지 확인해야 한다. 잘못된 부분이 밝혀져야 개선점도 보인다.

구 교수= 전력거래소에서도 실시간 시장과 관련해 고민이 많을 것 같다. 실시간 시장을 몇 분 단위로 설계할지, 입찰은 몇 시간 전에 해야 할지 등 결정해야 할 게 많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참고할 수 있는 외국사례가 많다. 다만 우리나라의 도매시장과 같이 과점적 구조를 가지는 시장에서는 시장참여자의 전략적 선택을 방지할 수 있는 시장제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2029년부터 들어올 신규 양수발전소에 대한 의사결정을 지금 당장 해야 하는 것을 생각하면 시장제도 개선 시점이 이미 많이 늦었다는 생각이 든다. 가변속 양수발전과 같은 유연성 자원에 적절한 보상을 제공해 계통 안정성을 높일 수 있는 시장제도 개선이 시급해 보인다.

박 변호사= 지난해 일본 도쿄만의 LNG발전소를 방문했다. 발전소 관계자는 일본에 태양광발전이 많이 보급돼 전력계통 내 변동성이 크다며 그에 대응해 발전소를 껐다 켰다 하느라 운영이 힘들어졌다고 했다. 그런데 판매사와 전력구매계약(PPA)을 체결해둬서 모든 비용을 보상받는다고 한다. 연료시장의 가격과 수급 변동성 대응뿐만 아니라 전력계통 내 재생에너지 변동성 대응 측면에서도 LNG발전에 대해 계약시장을 도입하는 방식으로 시장을 정비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국민 편익과 공공 안정성 등 소매요금 통제하면서 국민에게 저렴하고 질 좋은 전기를 공급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와 관련해서 한전 재통합 얘기도 나오는데.

이 박사= 어떤 방식이 국민에게 편익을 제공할 수 있냐는 관점에서 논의돼야 한다. 지금까지는 정부를 중심으로 공기업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서 공급 안정성이라는 목적은 달성했다고 본다. 그런데 지금은 시대적으로 가치가 많이 바뀌었다. 전력서비스만을 제공하는 시대는 끝났다. 다양하게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를 통해 부가가치를 훨씬 더 크게 키울 수 있다. 국민이 어떤 부분을 더 선호할 것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통신 시장을 예로 들면 사용자들이 휴대전화를 다방면으로 활용하면서 매달 5만원 이상의 금액도 수용하고 있다. 공급 안정성 중요하지만 공공성만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은 안정적인 전기공급 외에 다른 서비스 제공 관련 부가가치 창출은 등한시할 것이다.

구 교수= 기저발전원인 원자력·석탄은 사실상 경쟁을 통한 효율성 향상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에 발전공기업이 어느 정도 안정적인 공급을 책임지고 기술혁신이 빨리 일어나는 LNG·신재생을 비롯한 백업설비들에 대해선 경쟁할 수 있는 시장을 만들어주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판매 쪽은 계시별 요금제든 연료비 연동제든 요금에 대한 탄력적인 변화가 일단 필요하다. 그 후 소매시장을 개방해 방송-통신 복합 서비스 등 다양한 서비스가 경쟁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소비자 편익을 높이는 차원에서 적절하다고 본다.

정 대표= 시장을 만들면 전기요금 올라간다는 근거 있나. 시장제도를 도입해서 전기요금 올라갔다는 사례를 본 적이 없다. 시장을 만들어서 전력공급이 안정적이지 않게 됐다는 사례도 별로 없다. 영국 시장 독과점 문제가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분석해보면 영국에서 전기요금이 오른 건 물가인상률 수준이었다. 왜 전력시장을 만들면 가격이 오른다고 생각하나.

박 변호사= 전기서비스가 공익적 성격을 가진 것은 맞지만 기본적으로 시장원리가 지배하는 영역임이 입증됐다. 시장은 경쟁하고 새로운 기술이 도입되며 개방적이라는 특징을 가진다. 한전 수직통합 체제로 가게 되면 전력산업계는 기득권에 안주하고 새로운 것을 거부할 것이다. 앞으로 전력시장이 정상화되면 전기는 더 이상 ‘하나의 상품’으로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예컨대 반도체 기업 등 고품질 전기의 공급을 원하는 소비자가 있을 것이고, 재생에너지 발전사와 PPA를 체결해 친환경 전기를 공급받고 싶은 소비자도 있을 것이다. 다양한 IT도 접목되는 등 다양한 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는 역량이 충분하다.

▶늦어도 특정 시기까지 어떤 시장제도가 도입돼야 한다는 타임라인이 있는지. 전력거래소가 2024년에 새로운 시장제도를 도입하겠다고 하는데 왜 2024년인지.

정 대표= 올해가 2020년이니까 4년을 준비하겠다는 뜻인데 그 정도 준비해야 한다. 여러 가지 고려할 게 많고 시뮬레이션이나 제도 정비도 해야 한다. 입찰시스템도 교체해야 하는데 이건 발전사업자들도 다 바꿔야 하는 작업이라 쉽지 않다. 이런 물리적인 한계와 함께 2024년께 교체해야 하는 관련 시스템(EMS)과 묶어서 계획을 세운 것 같다. 초창기에는 외국처럼 선진화된 시장을 기대하면 안 된다. 기초적인 수준일 텐데 거기서부터 시작하면 된다.

이 박사= 특정한 타임라인보다 방향성이 중요하다. 소매시장에서 RE100(100% 재생에너지로 전력을 구매하는 것) 얘기도 나오고 정부에서 PPA를 고민하고 있다는데 현 시장체제에서 실행 가능성은 미지수다. 녹색요금제의 경우 사실 가격만 높여서 재생에너지에 대한 프리미엄을 지급하는 것인데 그것만 갖고는 지금의 거래형태와 차이가 없다. 현실적으로 소매시장을 빨리 개방할 수 없다면 우선 소비자들과의 직접적인 거래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늘리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박 변호사= 전력거래소의 시장설계방식 문제와 별도로 전력거래소 규정이나 위원회 운영 절차의 투명성, 합리성, 공정성을 담보하는 데 필요한 사항은 우선해서 시행해야 한다. 전력산업계 전반의 전력당국에 대한 불신은 걱정스러운 수준이다. 따라서 보장장치 없는 새로운 시장제도는 수용성이 높지 않을 수 있다. 당장 원하는 모든 이해관계자를 참여시켜 투명한 방식으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정 대표= 사실 계약시장에 대해서도 약간의 의구심이 있다. 우리가 계약시장도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계약시장을 도입하려면 제도도 정비돼야 하고 표준약정 등 많은 준비도 필요하다.

구 교수= 방향성은 CBP 제도에서 여러 한계를 보였기 때문에 가격입찰 형태로 바꿔야 한다. 하루 전 시장 말고 실시간 시장을 도입해야 하고 보조서비스 시장도 필요하다. 소매시장도 요금을 탄력적으로 적용하려면 원격검침인프라(AMI)도 잘 보급돼야 한다. 준비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다만 전력시장은 덩치도 크고, 시행착오에 대한 기회비용이 높기 때문에 충분한 시간을 두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변화가 필요하다.

전력당국이 계획하고 통제가능했던 시기에 만들어진 시장 제도에 대해 개선의 목소리가 높다. 변동성 자원인 재생에너지가 늘면서 이제는 시장에 맡겨야 한다는 주장이다.


장문기 기자 mkchang@electimes.com        장문기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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