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나라 3대 황제 고종의 황후이던 왕 씨는 자신의 자리를 고종 아버지 이세민의 첩이던 무 씨에게 빼앗겼다.

하루는 왕 씨가 혼자 누워있던 무 씨의 어린 딸을 보고 방에서 나왔는데, 무 씨가 이 사실을 알고, 자신의 딸을 목졸라 살해한 뒤 그 죄를 왕 씨에게 덮어 씌워 폐위시킨 것이다.

나중에 무 씨는 태자인 자신의 아들까지 독살했고, 결국 황제의 자리에까지 오르니, 그는 바로 중국 3대 악녀로 꼽히는 측천무후(則天武后))다.

이때 무 씨를 옹립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던 허경종(許敬宗)은 성격이 침착치 못하고 오만해 사람들을 잘 기억하지 못했다.

그러나 자신을 ‘스스로도 알지 못하는 자’라고 비꼬는 고종 황제에게 “하유심사(何劉沈謝)와 같은 사람, 즉 베풀 줄 알고 차분하며 보답할 줄 아는 사람을 만나면 어둠 속에서도 더듬어서 찾을 수 있다”고 말한 게 암중모색(暗中摸索)의 유래다.

암중모색은 ‘어둠 속에서 손을 더듬어 찾는다’는 뜻으로, 최근 중소기업중앙회가 전국 500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30.7%가 선택한 사자성어다.

불확실성이 크고 어려움이 예상되는 2020년 경영환경을 극복하고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찾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2020년 경자년 새해가 밝았지만 국내외 경영환경은 그리 녹록치 않다.

기업들의 신년사에는 ‘불확실성’이라는 단어가 빼놓지 않고 나오고,‘2020년 기업경영 상황’을 전망한 경총의 조사에서도 절반에 가까운 기업들이 ‘긴축경영’을 예고하고 있다.

불확실한 경제상황을 공격적 투자로 ‘헤쳐나가겠다’는 기업들의 결의(決意)는 이제 찾기 어렵다.

어떤 마법이나 절대자의 능력에 의존해 우리나라 경제를 살려 달라고 애원하고 싶어도 경제만큼 원인과 결과가 확실한 것도 없다.

암중모색을 해도 더듬어 찾을 수 있는 게 없다는 점이 가장 우려스럽고 걱정스러운 대목이다.

손을 더듬어 찾아야 하는 그 무엇인가를 반드시 만들어야 한다. 아니 반드시 만들어 내야 한다.

그 역할을 정부 혼자서, 기업 혼자서, 국민 혼자서 할 수 없다. 함께 해야 한다.

2020년 경자년을 시작하는 이 무렵에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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