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 입찰 계약이행능력심사에서 수출 실적에 대한 중요도가 높아지고 있으나 배전반 제조업계는 이 같은 추세에 전혀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배전반은 전력기자재 품목 중 공공 구매가 가장 활발한 기자재로 꼽힌다. 제도변화에 따른 파장도 클 수밖에 없다.

지난 3월 개정된 중소벤처기업부 고시(제2019-25호)에 따르면, 수출우수기업 가점은 이행능력심사 대상자의 납품이행능력 배점한도를 초과하는 경우에도 가점을 부여하고, 예가대비 낙찰하한율도 우대받는 등 제도적 메리트가 상당하다.

그러나 아직까지 배전반 업계는 이 같은 수출 우대 흐름을 전혀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올해 최대 규모의 배전반 입찰로 평가받는 한국도로공사의 경남일대 터널용 수배전반 구매 입찰에서 수출 가점을 받은 기업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지난 9월 진행된 12건의 경쟁입찰에서 낙찰기업은 모두 수출과 관련 없는 일반 낙찰하한율(87.995%)을 적용받아 우선순위가 낮은 기업들이 최종 낙찰을 받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계약이행능력심사에서 수출우수기업은 입찰공고일 기준으로 수출액 100만 달러 이상이면서 수출증가율 10% 또는 수출액 10만 달러 이상이면서 수출증가율 30% 이상이면 0.2점의 가점을 받는다.

수출액 100만 달러 이상 또는 수출액 10만 달러 이상이면서 수출증가율 10% 이상은 0.1점의 가점을 받는다. 수출증가율은 전년도 수출실적이 전전년도 수출실적보다 늘어난 비율을 의미한다.

특히 예가대비 낙찰하한율은 일반기업이 87.995%인 데 반해 수출 가점 0.1점의 경우 87.975%, 0.2점의 경우 87.945%로 우대받는다.

최저투찰률을 의미하는 낙찰하한율이 낮을수록 응찰기업은 낙찰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지는 셈이다.

그러나 실제 뚜껑을 열어보니 입찰 공고에 담긴 수출기업 우대 내용이 무색해질 만큼 수출 가점을 받은 기업은 아예 없었다.

예컨대 A기업은 투찰률 88.01%로 4순위 예정자였으나 1~3순위 기업들이 낙찰하한율을 벗어나 물량을 수주했다. 만약 1~3순위 기업들이 수출 우수기업에 적용되는 낙찰하한율을 적용받았다면 4순위였던 A기업의 낙찰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도로공사 경쟁입찰에선 수출가점을 받은 기업이 없어 4, 5, 7순위 업체들이 어부지리로 수주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졌다”면서 “만약 수출가점을 받는 기업이 한 곳이라도 있었다면 여러 건을 수주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역으로 해석하면 공공기관이 수출 기업을 우대하겠다는 제도의 취지가 무색해졌다”고 덧붙였다.

입찰뿐 아니라 조달청 우수제품 인증을 획득하는 과정에서도 수출실적은 결정적 변수가 되고 있다.

과거와 달리 신인도 점수에서 금액에 따라 최대 3점까지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수출 실적이 총 30만달러 이상이면 3점이 가능하다.

그러나 배전반 업계는 단품이 아니라는 품목 특성상 수출 실적을 쌓기가 만만치는 않은 실정이다.

업계 한 CEO는 “최근 수출실적이 없어 우수제품 심사에서 탈락하는 배전반 기업이 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올해 신규인증 업체가 5개 정도에 불과한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전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