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전력거래소가 개최한 제15회 서울국제전력시장 컨퍼런스(SICEM 2019)에는 나카노 아키히코 소프트뱅크 부사장이 연사로 나섰다. 그는 최근 자유화된 일본 전력시장의 현황을 소개했는데, 기존 전통 전력회사가 아닌 이동통신사 소프트뱅크가 전력산업에 뛰어든 경험을 공유한다는 점에서 관심이 쏠렸다.

이날 나카노 부사장은 “일본에서는 전력 소매시장 자유화 이후 가스, 석유, 통신, 주거, 철도, 여행업, 편의점 기업 등 여러 사업 주체가 전력 시장에 뛰어들었다”며 “다른 나라보다 빠른 속도로 소비자들이 신규 전력회사(PPS:Power Producer and Supplier)로 계약을 옮겼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 이유로 꼽은 3가지는 다음과 같다. 첫째, 사업자들이 시장에 진입하기가 쉽다는 점이다. 나카노 부사장은 “간단한 서류 작업을 하면 사업자 등록 절차가 까다롭지 않다”고 말했다.

둘째는 고객이 원한다면 기존 전력사에서 다른 회사로의 전환이 간단하단 점이다. 일본에선 기존 전력 회사와의 계약 해지를 복잡한 절차 없이 할 수 있다. 나카노 부사장은 “예를 들어 소프트뱅크 매장에 가 직원에게 설명을 듣고 요금제가 맘에 들었다면 매장에서 간단한 신청서를 작성하는 것만으로도 기존 전력회사에서 소프트뱅크로의 계약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셋째는 대형 사업자들의 역할이다. 나카노 부사장은 “대형 회사들이 자사의 기존 제품과 전력 상품을 결합해 판매하면서 전환이 빨라졌다”고 설명했다.

일본 전력 소매시장에서 전력시장 자유화 이후 등장한 신전력회사(PPS:Power Producer and Supplier)의 종류는 다양하다. 1위 도쿄가스와 3위 오사카 가스는 도시가스 기업, 2위 KDDI와 4위가 소프트뱅크는 이동통신 회사다. 5위는 JXTG 에너지로 석유기업이다. 도시가스 상품과 전력 요금의 결합, 통신비와 전력 요금의 결합 요금제가 나온다는 것이다.

나카노 부사장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이제 이런 결합으로 인한 저렴한 전기료로 (기업끼리) 경쟁하는 것은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다음 단계로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소프트뱅크는 IoT, AI 등을 이용한 가정 관련 에너지 서비스로의 확장을 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은 당장 이러한 해외 시장의 추이를 눈여겨보기만 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2000년부터 20여년간 유지해온 전력시장 구조 때문이다. 한전이 여전히 송배전‧판매를 독점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플레이어가 진입하긴 쉽지 않다. 해외에서는 시장 자유화를 넘어 블록체인, 소비자의 참여 등 다양한 벤처기업과 서비스의 창출이 이어지는데 국내 소비자들에겐 ‘선택권’이란 말이 무색한 상황이다. 이날 발표에 참여한 국내 연구자의 일침이 이런 상황을 일갈했다.

“소프트뱅크는 소비자를 더 행복하게 하겠다고 하는데 우리 국민에겐 전기요금 조금 낮은 게 행복이지 다른 건 경험한 적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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