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후반부터 중전기기분야 핵심 규격 IEC TC17분야에
국내 미러 커미티 간사기관(실질적 운영기관)으로 활동 지속

오늘날 인류는 1차 농업혁명, 2차 산업혁명, 3차 정보산업혁명 시대를 거쳐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키워드로는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핀테크, 빅데이터, 자율주행차 등이 있다. 하지만 이 모든 키워드는 전기의 기반 없이는 이룰 수 없는 것들이다. 되돌아보면 2차 산업혁명 시대에 전기는 대량생산을 가능하게 했으며,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도 전기는 ESS, 전기차 등과 같은 새로운 성장 동력의 기반이 되고 있다. 특히 한국전기연구원 시험인증본부에서는 전기의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 전력계통에 설치되는 중전기기의 성능 평가 및 인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이와 관련해 ‘전기의 역사’, ‘IEC 및 TC 17의 태동’, ‘한국전기연구원의 국제 표준 활동(IEC TC17 및 STL)’ 등의 주제를 간략하게 소개하고자 한다.

기원전 600년경 그리스 철학자 탈레스가 고양이털로 호박을 문질렀을 때 그 호박이 깃털과 같은 가벼운 물체를 끌어당기는 현상을 발견했으며, 그리스어로 호박은 일렉트론(Electron)이라 하는데, 오늘날 전기(電氣, Electricity)라는 용어의 기원이 여기서 생기게 된다. 하지만 이 현상에서 일어나는 마찰 전기는 정전기로서 연속적 전기, 즉 전류를 얻을 수는 없었다. 그 이후 1800년대 볼타 전지가 발명되면서 전기와 전류를 이용한 발전기와 전기기기에 대한 발명이 잇따랐다. 전기가 상용화되고 일반인들에게 널리 퍼진 시기는 1879년 에디슨(Thomas Edison)이 백열전구를 발명하고, 1882년 뉴욕시에 세계 최초의 110볼트 직류 송전 계통을 구축해 전력 공급을 시작한 시기라고 할 수 있다. 이어서 테슬라(Nicola Tesla)가 교류발전기를 개발했고, 웨스팅하우스는 교류 송전 방식을 실현했다. 이 시기에 시작된 직류와 교류의 전류 전쟁은 130년이 흐른 현재에도 다시 큰 이슈가 되고 있다.

1904년 볼티모어 시내 중심가에 폭발과 함께 큰 화재가 발행해, 타 도시에서 소방차가 지원을 왔으나 소화전 연결 부위의 규격이 서로 맞지 않아 사용이 불가능 했다. 이에 따라 초기 진화를 하지 못하고 대형화재로 번져 수많은 인명과 재산의 피해를 입게 됐으며, 표준화의 중요성을 깨닫는 계기가 됐다. 같은 해 9월 미국의 세인트루이스 국제전기회의(International Electrical Congress)에서 각국 정부대표는 “세계의 기술협력을 공고히 해 전기기기의 용어 및 정의에 대한 표준화 문제를 심의하는 대표자회의를 설치하고 보조를 맞춰야 한다”고 결의했다. 이의 후속조치로 그 준비회의가 1906년 6월 미국·영국·이탈리아·오스트레일리아·네덜란드·캐나다·스위스·스페인·독일·일본·헝가리·프랑스 ·벨기에 등 13개국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런던에서 열려 최초의 규약을 작성했다. 1908년 10월의 런던회의에서는 1906년의 규약안을 수정·보완했으며, 여기서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International Electrotechnical Commission)가 14개국의 회원으로 정식 발족한 바, 국제표준화는 전기기술 분야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TC 17 분야는 2차 세계대전으로 중단될 수 있는 중요한 통합과 진보를 경험했던 1933년 시작됐다. 당시 기술위원회의 이름은 ‘Oil switches and circuit-breakers’였으며, 현재는 ‘High-voltage switchgear and controlgear’를 사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1962년 공업표준심의회를 구성하고 표준보급을 위한 한국표준협회가 발족됐으며, 1963년에 IEC 및 ISO 등 국제기구에 가입하게 된다. 한국전기연구원은 1980년대 후반부터 중전기기분야 핵심 규격인 IEC TC17분야에 국내 미러 커미티 간사기관(실질적 운영기관)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매년 고압개폐장치 및 제어장치 분야 규격의 개정 및 제정에 따른 각종 IEC 문서 검토, 제안 및 찬반 투표를 하고, 전체 회의에 한국 대표로 참가해 국내산업 및 시험기관의 입장을 반영하고, 규격의 동향, 신기술 정보 등을 입수해 국내 관련 산업에 전파해 사전에 변경된 규격으로 제품이 개발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산업표준화법에 따라 2008년부터 한국전기연구원이 표준개발협력기관으로 지정돼 고압개폐장치 및 제어장치 분야의 국가 표준의 개발 및 관리를 도입, 운영해 KSC IEC 부합화표준를 개정 및 제정하고 있다.

한국전기연구원은 IEC 활동뿐만 아니라, 국제단락시험협회(Short Circuit Testing Liaison, 이하 STL)에서도 2011년 정회원이 된 이후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현재 ASTA(영국), PEHLA(독일), KEMA(네덜란드), CESI(이탈리아), ESEF(프랑스), SATS(북유럽), STLNA(미국), JSTC(일본), CPRI(인도), KERI(한국), VEIKI(헝가리), ZKU(체코)가 정식 멤버로 활동 중이며, 정식 멤버기관인 12기관 이외에도 스페인, 중국, 루마니아, 러시아, 남아프리카의 대전력 시험소 5개 기관이 준멤버(Participant)로 참가하고 있다. 전 세계의 대전력 시험 연구소가 참가하고 있는 STL은 각국의 대전력 전문가가 의견을 교환하는 곳으로, 정보 교환과 의논을 통해 IEC 표준에 기술돼 있는 내용에 대해 통일된 해석을 행해 참가 시험 연구소가 이 해석에 따라 시험을 실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주요 이념이다. 더욱이 대전력 시험 연구소에 시험을 의뢰한 사용자 및 제조업체 등의 관계자에게 STL에 대한 인식을 요구하는 것도 목적 중 하나가 되고 있다. 한국전기연구원의 적극적인 표준 활동으로 KERI 성적서 및 시험인증서의 통용성을 전세계 확대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IEC TC 17분야의 경우 올해 10월 상하이에서 개최될 제83차 국제전기기술위원회 총회에서 새로운 전략 비즈니스 계획(Strategic Business Plan, SBP)을 채택할 예정이다. 기존 고전적인 고압 교류 차단기뿐만 아니라 새로이 다시 각광받고 있는 HVDC 분야를 고려해 고압 직류 기기 표준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한 기존 표준의 확인 및 개정작업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마지막으로 표준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관심은 제조사 측면에서, 적절한 기술 대응력을 갖춰, 제품 경쟁력을 키울 수 있게 하며, 시험소 측면에서는 향상된 시험 품질과 서비스 제공으로 성능 평가 기술을 높여준다. 더 진보적 성장을 위해, 표준 제·개정에 국내 제조사들과 시험소의 폭넓고 적극적인 의견 반영과 참여가 반드시 필요하다.

서윤택 본부장 (한국전기연구원 대전력평가본부)

이경준 팀장 (한국전기연구원 시험기획기술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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