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명 가능한 인공지능 기술 송변배전.소비 모든 단계에 적용

최호진 카이스트 교수
최호진 카이스트 교수

한국전력(사장 김종갑)이 클러스터 단위의 기초연구를 통해 전력산업에 필요한 기초역량을 강화하고 원천기술을 확보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전력산업을 선도할 5개 기술 분야의 클러스터를 선정해 연구·개발(R&D)을 지원한다.

2018년에 선정된 기술은 인공지능(AI), ICT융복합, IoT센서, 에너지신기술, 차세대 전력계통으로 총 5개 분야다. 각 분야의 클러스터는 거점대학을 중심으로 4~5개 대학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하고 있으며 5개 클러스터의 전체 지원예산은 3년간 300억원이다.

한전 인공지능 클러스터의 거점대학인 카이스트는 스마트에너지 인공지능연구센터를 통해 효율적인 에너지 공급과 관리를 위해 AI 기술을 접목한 미래형 에너지관리시스템의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전력 에너지 분야에 AI 기술을 접목한 효율화는 전력을 생산해 공급, 소비하는 전 과정에 적용이 가능하지만 특히 주목하는 것은 전력공급 과정의 스마트화다. 소위 스마트그리드라고 불리는데, 그리드에 AI 기능을 접목해 스마트그리드를 구축할 경우 효율적인 에너지 사용을 통한 설비투자 절감효과, 전기차, 재생에너지 등 새로운 전력망 환경을 구축하는데 도움이 되며 전력품질 및 신뢰도를 높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다시말해 유틸리티, 판매자, 소비자 모두에게 혜택을 가져다는 균형 잡힌 전력공급 시스템 구축이 가능하는 뜻이다.

유틸리티에서는 부하예측의 정확성을 통해 투자비를 절감할 수 있으며 발전기 운영과정에서 발전효율을 최적화할 수 있다. 판매사업자는 데이터에 의한 정확한 고객 분석을 통해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거래 시스템 구축이 가능하다. 소비자는 자신의 부하패턴에 맞는 전력공급자를 선택할 수 있어 최적의 소비가 가능해진다.

이 클러스터를 총괄하는 최호진 카이스트 교수는 “유틸리티 사업자에게 일별, 시간별 단기 부하예측이 중요한데 머신러닝을 활용해 실시간 수요 및 공급 예측과 이에 기반한 부하 배분을 통해 경제성을 최적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UK National Grid는 풍력과 태양광의 증가로 수요와 공급의 밸런스를 맞추는 것에 어려움을 겪자 구글 딥마인드와 전력수요 예측 적용에 대해 논의한 적이 있다. 또한, 스마트그리드에 AI 기능을 접목하면 미터기를 임의로 변경하거나 불법으로 전선을 연결해 사용하는 도전도 예방할 수 있다. 미국 전력연구원(EPRI)의 분석에 따르면 미국의 전력회사는 도전으로 매년 약 1%의 매출 손실을 보고 있으며, 에디슨 전력회사의 분석에선 최대 4%의 도전으로 연간 120억달러의 매출 손실을 추정하는 보고서도 있다. 미국의 전력회사들은 스마트계량기(AMI)와 연계한 AI 기술을 통해 도전을 방지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AI의 확대 보급은 에너지를 생산하고 판매할 수 있는 프로슈머의 등장도 촉진한다.

수요와 공급이 지속적으로 변하기 때문에 사람이 대응하기는 어려움이 있으며 이러한 상황에서 AI는 사람보다 정확히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최호진 교수는 “스마트에너지 클러스터는 AI를 통한 전력산업의 변화를 이끄는 연구를 하고 있지만 여기서 전제조건은 ‘설명 가능한 AI’여야 한다”고 말했다.

AI 시스템은 엄청난 이점을 제공하지만 사용자의 의사결정 및 조치를 설명할 수 없으면 시스템의 유용성이 제한된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이를 XAI(eXplainable AI)로 정의했다.

최 교수는 “XAI를 활용하면 차별성 없는 판단을 통해 투명한 결정이 가능하며,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미지의 징후에 대한 원인을 규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석 또는 결정의 오류로 인해 비용이 과다한 경우 추가 검토의 기회를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스마트한 에너지 사용과 공급을 위해 XAI 기술은 꼭 필요한데, 사업자는 발전, 송변배전 과정에서 발전효율의 최적화와 송전능력 개선 예지보전 등에 이 기술을 활용할 수 있으며, 전력 판매자는 고객 분석, 전력 거래 등에 활용하고, 소비자는 전력공급자를 선택하는 기준으로 활용할 수 있다.

최 교수는 “현재 한전의 R&D 과제로 XAI 기반의 스마트에너지 플랫폼 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며, 관련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지능형 에너지기술 융합 인재 양성도 병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개인적으로 한전에 고맙다. 교육의 대부분은 기술교육이며, 한전이 지원하는 예산으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스마트에너지와 AI를 결합해 교육을 한다는 것이 의미가 있으며 AI 에너지교육은 이곳이 유일한 교육프로그램”이라고 설명했다.

연구기간은 2018년 3월부터 2021년 2월말까지 3년이다. 세부과제를 보면 카이스트에서 XAI 원천기술 및 딥러닝 처리 플랫폼 기초기술을 개발한다. 참여대학인 충남대에선 전력설비 이상탐지 분석 및 모니터링 원천기술, 강원대는 전력 시스템 악성코드 탐지 및 보안관제 원천기술, 고려대는 일반건물 단기 전력수요 예측 분석 및 시각화 기술, 연세대는 확률 및 딥러닝 모형 융합 에너지 수요예측 원천기술을 개발한다.

총괄책임자인 최 교수는 “스마트에너지에 유용한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어떠한 데이터를 가공·이용하고, AI를 어떻게 적용할지에 대한 고민이 시작된다”고 말했다. 이어 “연구를 진행해 봤을 때 실용성 있는 기술을 연구하는데 3년은 비교적 짧은 편이다. 그 기간이면 원천기술이 초기 시험단계에 들어가게 되는데,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이번 과제를 통해 배출되는 기술을 유망기술화 해 향후 전력연구원의 주력과제와 연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본 과제를 통하여 도출된 핵심 기초기술을 기술이전 및 상품화 등을 통하여 연구성과를 확산할 수 있는 가치선순환 구조가 정착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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