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사실에 상상력과 현실이 잘 버무려진 사극…21일 개봉

“회암사에서 원각 법회 중 환한 빛과 채색 안개가 공중에 가득 차더니 부처님이 현신하시었다.”(세조 10년 5월 2일) “임금께서 금강산 순행 중…담무갈보살께서 1만 2천 보살의 권속과 함께 나타나시었고 그 길이가 하늘에 닿았다.”(세조 12년 윤 3월 28일)

세조실록에 기록된 기이한 현상의 뒷이야기를 담은 ‘광대들: 풍문조작단’(108분·12세 관람가)은 조선 팔도를 무대로 풍문을 조작하고 민심을 흔드는 광대들이 권력의 실세 ‘한명회’에 발탁돼 ‘세조’에 대한 미담을 만들어내면서 역사를 뒤바꾸는 이야기를 그린다. 개봉일은 8월 21일.

속리산 정이품송, 오대산 문수보살…

기이한 역사에 더해진 기발한 상상력

1455년 7월부터 1468년 9월까지 조선의 7대 임금인 ‘세조’의 재위 13년 3개월간의 국정 전반에 관한 역사를 기록한 세조실록(세조혜장대왕실록, 총 49권)은 당시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에 관한 중요한 정보를 많이 담고 있다.

또 학계로부터 다른 실록들에 비해 사실대로 기록됐다고 평가받고 있는 세조실록은 ‘세조’가 집권한 지 8년 되는 해부터 전국 방방곡곡에서 발생한 40여건의 이적(異跡)현상들이 기록돼 있어 많은 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강인한 ‘수양대군’의 모습이 아닌 쇠약하고 병든 ‘세조’의 집권 말기를 배경으로 한 ‘광대들: 풍문조작단’은 이런 기이한 현상들 뒤에 눈을 현혹하고 풍문을 조작해 민심을 뒤흔드는 광대들이 있었다는 기발한 상상력을 더했다.

예컨대 ‘세조’가 세운 원각사를 뒤덮은 황색 구름과 향기로운 4가지 꽃비, 오대산에서 몸을 씻고 있던 ‘세조’의 등을 문질러 피부병을 낫게 해줬다는 문수보살, 금강산을 순행하던 ‘세조’ 앞에 나타난 담무갈보살 등 세조실록에 기록된 이적현상을 비롯해 ‘세조’의 가마가 지나가자 스스로 가지를 들어 올린 속리산의 소나무(정이품송, 천연기념물 제103호), 자객으로부터 ‘세조’의 목숨을 구한 고양이까지 야사로 전해지고 있는 이야기를 토대로 한다.

김주호 감독은 “실록 자체에 40여건 이상의 어마어마한 상상력을 자극하는 기록들이 있다”면서 “여기에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에서 느낄 수 있는 어떤 모순이나 문제점, 현실 등을 반영한 신선하고 새로운 이야기를 창조하고 싶었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조진웅·손현주·박희순·고창석·최귀화…

믿고 보는 연기력 X 톡톡 튀는 개성

‘광대들: 풍문조작단’은 흥미로운 역사를 소재로 보는 이들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할 뿐만 아니라 조진웅을 비롯해 손현주, 박희순, 최원영 등 내공 있는 연기파 배우들부터 고창석, 김슬기, 윤박, 김민석 등 개성파 배우들까지 믿고 보는 배우들이 총출동해 기대를 모으고 있다.

먼저 ‘명량’ ‘암살’ ‘끝까지 간다’ 등에서 강렬한 존재감은 물론, 작년 한 해 ‘독전’ ‘공작’ ‘완벽한 타인’으로 3연속 흥행에 성공한 배우 조진웅. “광대들의 진심을 통해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는 조진웅은 풍문조작단을 이끄는 리더 ‘덕호’ 역을 맡아 리더십, 연기력, 말발까지. 못하는 게 없는 팔방미인 매력으로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일 예정이다.

29년간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넘나들며 묵직한 연기력을 선보여 온 배우 손현주. “무거운 이야기를 명쾌하게 표현해 관객들에게 유쾌함을 전하고 싶었다”고 전한 손현주는 풍문조작단의 기획자 ‘한명회’ 역을 맡아 극의 무게감을 더한다. “죄책감에 끊임없이 고통스러워하고, 두려워하고, 흔들리는 ‘세조’의 또 다른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힌 믿고 보는 연기파 배우 박희순은 ‘세조’ 역을 맡아 집권 말기 혼란에 사로잡힌 왕의 모습을 섬세하게 표현해냈다.

“역사적인 상황과 더불어 힘들지만 서로를 의지해서 살아가는 민초들의 이야기가 재미있게 스며든 작품이라 꼭 참여하고 싶었다”고 전한 신스틸러 배우 고창석은 조선시대 특수효과의 달인이자 풍문조작단의 기술 담당 ‘홍칠’로, “무녀로서 가진 카리스마와 재주꾼으로서의 면모를 선보이기 위해 새로운 것들을 많이 배우고 준비했다”고 밝힌 개성파 배우 김슬기는 풍문조작단의 영업책이자 음향 담당 ‘근덕’ 역으로 분했다.

넓은 연기 스펙트럼으로 드라마, 영화에서 활약 중인 윤박은 풍문조작단의 미술 담당 ‘진상’ 역을, ‘태양의 후예’ ‘닥터스’ ‘피고인’ 등으로 주목받은 김민석은 풍문조작단의 재주 담당 ‘팔풍’ 역을 맡아 조선 팔도를 뒤흔드는 광대패 5인방을 완성했다. 여기에 탄탄한 연기 내공을 지닌 배우 최원영이 잔악무도한 공신 ‘홍윤성’ 역을, 연기파 배우 최귀화는 광대패가 따르는 최고의 입담꾼 ‘말보’ 역을 맡아 영화에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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