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봉 호남본부장
최창봉 호남본부장

지난달 20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18년 공공기관 경영 평가’가 입살에 오르내리고 있다. 너무 정부의 입맛에 맞는 방식으로 이뤄졌다는 것이다. 잣대가 한쪽으로 치우치면서 정부의 전반적인 신뢰성에도 타격을 주고 있다.

이번 공공기관 평가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뒤 처음으로 공공성을 대폭 강조했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대한민국 대표 공기업 한국전력은 2018년 6년만에 처음 적자로 돌아섰음에도 경영실적 평가는 '양호(b)' 등급을 받았다. 수익이나 재무 같이 누구도 바꿀 수 없는 정량적 평가지표는 비중이 줄어든 대신 친환경, 사회적 기여 등 정부 정책을 잘 따랐는지 '태도'를 따지는 정성적 평가 비중이 높아진데 따른 것이다.

경영관리 성적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지표는 영업이익과 부채다. 한전은 이 부분 실적이 크게 악화됐다. 그러나 재무예산관리 점수가 2017년 10점에서 지난해 5점으로 축소됐다. 총 3점인 부채감축 달성도·중장기 재무관리계획은 항목에서 사라졌다.

대신에 수치화하기 어려운 '사회적가치 구현'의 배점이 22점 추가됐다. 기업의 수익과 재무상태가 모두 0점을 받아도 신규채용을 늘려 사회적 가치 구현에서 높은 점수를 받으면 만회할 수 있다.

발전사의 핵심 역량인 전력수급사업, 송변전사업, 배전사업 등의 배점이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대신에 '성과관리의 적정성'이라는 새로운 항목을 만들어 12점을 배정했다. 이 항목은 주요사업이 사회적가치에 어떻게 기여했느냐를 평가하는 것으로, 평가자의 주관적 판단으로 이뤄지는 '비계량 지표'다. 특정 사업을 잘못해서 10점 만점에 5점밖에 받지 못하더라도 평가자가 '그래도 사회적 가치를 위해 노력했다'며 10점을 주면 충분히 회복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배보다 배꼽이 훨씬 큰 상황"이라며 "그 두가지 지표가 주요사업 평가 전체를 완전히 뒤바꿀 수 있다"고 지적한다.

경영을 제대로 할 필요가 없는 것이고 그 둘만 잘 하면 다른 건 바닥으로 해도 훨씬 높은 평가를 받는다. 한전 직원들이 어렵지만 배점이 낮은 ‘전력수급 관리’보다는 ‘성과관리 적정성’ 같은 지표를 맞추는데 급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큰 적자가 발생한 한전이나 한수원의 경우 직원 채용을 대폭 늘렸다. 수익이나 재무상태에서 까먹은 점수를 일자리 창출에서 만회하려는 의도를 엿볼 수 있다. 물론 정부의 일자리정책에 기여했다는 것도 무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들 공기업의 적자구조는 심화될 수밖에 없다.

공기업은 해당 사업의 공익적 성격을 살리면서도 기업의 효율성을 접목시키자는 취지에서 탄생했다. 하지만 현재와 같은 평가제도 아래서 과연 공기업이 제대로 돌아갈지 의심스럽다.

공기업의 적자 누적은 결국 국가와 국민의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경영 평가는 경영능력에 초점이 맞춰지는 것이 당연하다. 우선 평가의 원칙과 기준을 명확히 하고, 경영에 정부정책을 얼마나 반영했는지는 가산점 정도로 반영할 수 있다. 정부정책 이행에 따른 손실은 별도로 보전하거나 지원책을 마련하는 것이 보다 합리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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