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공사 신임사장이 3일 선임됐다. 가스공사 전 사장이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에 발탁된 이후 부사장이 사장 직무대행 맡아온 게 지난해 9월이니 만 9개월 만이다. 우여곡절도 있었다. 첫 공모는 적임자가 없다는 이유로 무산됐고, 재공모를 거쳐 현 채희봉 신임사장이 선임됐다. 채희봉 신임사장은 전 산업부 관료 출신으로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을 지낸 바 있다. 결과적으로 채희봉 신임사장은 같은 산업부 차관 출신인 선배와 북방경제위 에너지분과위원장 등 쟁쟁한 인사들을 제치고 연매출 26조 규모의 핵심 에너지 공기업 사장에 낙점됐다. 아직 산업부 장관의 제청과 대통령의 임명 절차가 남아 있어 전혀 변수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전례로 볼 때 가스공사 입성은 정해졌다고 봐도 무리가 없다.

채희봉 신임사장은 2017년 6월 문재인 정부의 첫 산업정책비서관을 마지막으로 지난해 10월 공직에서 물러나 모교인 연세대 정보대학원 객원교수를 맡아 후배들을 가르치고 있다.

가스공사의 차기 수장이 될 채희봉 신임사장의 어깨는 그 어느 때보다 무겁다. 에너지전환, 수소경제, 글로벌 시장변화 등 가스산업을 둘러싼 국내외 환경의 변화 속도가 빠르기 때문이다. 특히 탈원전 탈석탄 정책에 따라 가스의 역할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것은 호재이지만, 경영의 포트폴리오에 있어서는 적잖이 신경을 써야 할 부분이다.

다행히 노조는 3일 성명서에서 “사전면담을 통해 상생경영과 조직 내 갈등 해소 등 현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방향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했다”며 “신임사장이 수많은 난제들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철저히 검증하겠다”고 했다. 채희봉 신임사장이 후보자로 올랐을 때 반대를 외쳤던 상황과는 사뭇 우호적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채희봉 신임사장으로서는 어쩌면 가장 신경이 쓰이고, 골치가 아플 수 있는 노조와의 관계에 있어서 짐 하나는 덜었다.

남은 것은 경영이다. 가스공사는 상장사지만, 한전 등 정부지분이 절반을 넘는 공기업이다. 공기업의 역할도 해야 하고, 주주의 이익도 염두에 둬야 한다. 공기업으로서는 공공성도 확대가 가장 큰 명제고, 가스시장 개방에도 적절하게 대처해야 한다. 단체협약 갱신이나 조직 내 부조리와 갈등해소 등 인적쇄신 등도 현안이자 과제다.

긍정적인 것은 가스공사의 실적이다. 2016년 9100억원이던 영업이익이, 2017년 1조원 지난해 1조2800억원으로 지속적으로 늘고 있고, 당기순이익 역시 2017년 1조2000억원에서 지난해 5300억원 흑자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실적 측면에서 봤을 때 대단히 고무적이다. 특히 올해는 발전과 가정용 두 축 모두 양호한 실적이 기대돼 실적 측면에서는 채희봉 신임사장의 어깨는 가벼울 것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지난달 발표된 경영평가 결과 차장급 직원의 성 추행 등 비계량적인 면 때문에 B에 그친 것도 채 신임사장에게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기대되는 것은 정통 관료 출신인 채희봉 신임사장이 가스와 에너지 그리고 산업을 정책 현장에서 아울렀던 몇 안 되는 인물이라는 점이다. 행시 32회로 공직에 입문한 채희봉 신임사장은 산업부 가스산업과장, 에너지자원정책과장, 에너지산업정책관, 에너지자원실장,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 등을 역임하는 30여 년 동안, 에너지정책 현장의 구석구석까지 들여다본 것이 핵심 에너지공기업인 가스공사 사장의 역할을 하기에 적격이라는 얘기다. 채희봉 신임사장의 ‘스마트한 경영’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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