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록 슈나이더 일렉트릭 코리아 & 몽골 대표
김경록 슈나이더 일렉트릭 코리아 & 몽골 대표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본격화되고 있다. 인공지능, 로봇기술, 생명과학이 주도하는 차세대 산업혁명의 핵심 인프라가 바로 5G이다. 이런 디지털 기술의 혁신적인 발전과 함께 디지털화된 환경에서 경제활동이 이뤄지고 있다. 많은 산업군에서 글로벌화와 기술 혁신으로 인해 노동시장과 일자리 구조가 급격하게 변화될 것이라 입을 모은다.

허나 부정적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인공지능, 3D 프린팅, 빅데이터, 산업로봇 등 4차 산업혁명과 관련성이 높은 기술 분야에서 200만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된 가능성도 높다. 이에 따라 고용 인력의 직무 역량 역시 단순 기술이 아닌 복합문제 해결 능력, 인지능력에 대한 요구가 가장 필요한 스펙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국내 SW 산업에서 여성 종사자는 22.6% SW 전문기술인력은 19.6%에 불과하다. 또한 우리나라가 AI 전문가 중 여성은 남성의 1/4 정도인 22%에 그친다. AI 기술별, 직종별 성별 격차가 큰 것으로 집계되고 있는 현실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디지털 시대 여성 전문가 양성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는 지난 3월 26일 인공지능, 빅데이터, 바이오 등 4차 산업혁명 핵심 분야에서 여성 인재 3000명을 배출한다는 내용을 포함한 ‘제4차 여성과학기술인 육성, 지원 기본계획안’을 심의 확정했다.

하지만 필자는 다가오는 4차 산업혁명, 5G 시대야말로 여성 전문가들이 유리천장을 깰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한다. 이코노미스트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9개국을 대상으로 발표하는 유리천장 지수에서도 우리나라는 올해까지 6년 연속 최하위에 머물렀다. 한국의 유리천장 지수는 10.5%로 OECD 평균(37.1%)에 크게 못 미칠 정도로 변화가 쉽지 않다. 해당 부분은 한국의 문제만이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여성의 능력이 저평가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고, 과학 기술 분야로 국한한다면 굉장히 심각한 문제다.

독일의 사회학자 크리스티안 푼켄(Christiane Funken) 베를린 기술대 교수는 디지털 경제 고용시장에서 여성들이 남성보다 우위에 있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경제형태가 산업경제에서 지식경제로 바뀌면서 통합능력, 갈등 해결 능력, 공감 능력, 심리적 직감능력이 필요한데 여성들은 이미 이런 능력을 습득하고 있다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여성이 가진 세심함과 소통능력이 특히 AI 등 융합산업분야에서 강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여성 인력들은 이런 시대를 맞아 네트워크를 활용하고 구축할 수 있어야 한다. 혼자서 일하는 것이 아닌 함께 협력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는 인재라면 조직 내에서 다른 사람들로부터 도움을 받고 모르는 부분은 쉽게 배울 수 있다. 두 번째로 다양성을 인정하며, 배타적이지 않은 사람이다. 글로벌 기업에서는 각양각색의 배경과 국적, 경험을 가진 사람들과 한 팀이 돼 일할 경우가 많다. 이는 새로운 시각과 아이디어를 얻고 변화를 주도하는 힘을 얻을 수 있는 기회다.

지난 5월 27일 ‘2019 남녀고용평등 강조기간 기념식’에서 필자가 소속된 슈나이더일렉트릭은 ‘남녀고용평등 우수기업’으로 선정, 대통령상 표창을 받았다. ‘남녀고용평등 우수기업’은 남녀 고용 평등 의식을 확산하고 동등하게 일할 수 있는 고용환경을 조성해 남녀 고용 평등 실현에 앞장서온 기업에 수여하는 상이다. 슈나이더일렉트릭은 ‘다양성 및 포용성’ 정책을 기반으로 개인의 고유한 가치를 존중하고, 포용적인 기업 문화를 조성을 위해 다양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개선한 노력을 높이 평가받았다.

슈나이더일렉트릭은 여성 기술자가 적은 업종 특성에도 불구하고 매년 여성 채용 50% 목표로 여성 직원의 적극적 채용을 위해 앞장서는 한편 글로벌 패밀리 휴가 제도에 따라 출산 전후 및 입양 시 휴가 12주간 임금 100% 지급, 배우자 출산휴가 2주, 가족 간호 휴가 1주, 안식 무급 휴직 제도, 정규직 파트타임 전환 제도, 선택적 근로시간제 등 일-가정 양립을 위한 다양한 제도를 시행하여 남녀 고용 평등 문화를 선도하고 있다.

이러한 슈나이더일렉트릭의 노력은 외부 기관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이번 ‘2019 남녀고용평등 우수기업’ 대통령 표창을 비롯하여 에티스피어 인스티튜트(Ethisphere Institute)의 '세계에서 가장 윤리적인 100대 기업', 포춘(Fortune)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 '블룸버그 성평등 지수(Bloomberg Gender-Equality Index)', '카탈리스트 어워드(Catalyst Award)' 등에 선정 및 수상했다.

기술과 사업이 융복합 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흐름에 따라 기업들에게 다양성과 포용성을 바탕으로 새로운 도전과 변화를 이끌어내는 새로운 인재상이 요청되고 있다. 여성 인재의 균형 있는 채용과 등용은 기업의 역량을 향상할 수 있는 한 축이며, 전 세계적으로도 이런 흐름에 공감하고 있다.

4차산업 혁명의 시대에 비즈니스 리더들은 여성과 남성 모두에게 동등한 성공 기회를 제공한다는 포부를 가지고 현지에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 또한, 전문적 실무를 통해 배우고 성장할 수 있도록 상호 돕고, 비슷한 사고를 가진 외부 조직과 파트너십을 맺으며 사회 전반으로 그들의 노력을 확장해야 한다. 기술은 진화하고 있는데 이를 다루는 인력에 있어서 제한적이라면 발전은 더디어질 수밖에 없다. 인력에 대한 다양성과 포용성은 기업 성장에 있어서 가장 큰 발판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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