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진제 공청회장서 성난 한전 소액주주들
‘한전 부실경영 책임지고 김종갑 사장 즉각 사퇴하라’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안을 두고 '포퓰리즘 정책', '한전의 부담 강화'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1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공청회에서는 한전 소액주주들이 강하게 정부 정책을 비판했다.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안을 두고 '포퓰리즘 정책', '한전의 부담 강화'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1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공청회에서는 한전 소액주주들이 강하게 정부 정책을 비판했다.

#‘한전 부실경영 책임지고 김종갑 사장 즉각 사퇴하라.’ 1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주택용 전기요금 개편 공청회장 뒤편에는 한전소액주주행동 소속 남성 두 명이 이 같은 문구가 새겨진 플래카드를 들고 섰다. 이날 공청회 질의응답 시간에는 한전 소액주주들이 강하게 정부 정책을 비판하고 나섰다.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에 따른 재정 부담이 곧 한전의 적자에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1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주택용 전기요금 개편 공청회’에서는 지난 3일 민관합동 전기요금 누진제 TF가 공개한 3가지 개편안에 따른 전기요금 할인 비용이 한전의 부담으로 이어진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날 공청회장에서 한전 소액주주 대표 등 일부 주주들은 큰 목소리로 “정부가 포퓰리즘의 일환으로 전기요금을 조정한다”고 항의했다.

지난 3일 민관합동 전기요금 누진제 TF가 공개한 3가지 개편안은 모두 전기요금 할인 혜택을 보장한다. 개편안은 ▲하계 누진구간 확대안(1안) ▲하계 누진단계 축소안(2안) ▲연중 누진제 폐지안(3안)이다. 정부 설명에 따르면 1안은 1629만 가구가 월 1만원가량을, 2안은 609만 가구가 1만8000원가량을, 3안은 887만 가구가 1만원가량을 할인받게 된다. 3안은 누진제를 완전히 폐지하는 안으로, 전기요금이 1kWh당 125.5원으로 단일하게 적용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해당 비용이 원가보다 너무 낮은 수준으로 책정됐다고 지적했다. 환경 비용 등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 “정부가 재량권 남용해 누진제 개편 ... 요금 할인은 포퓰리즘”

장병천 한전소액주주행동 대표는 “한전은 적자가 나는데도 전기요금 개편안을 이사회 의결에 부치려 하고, 정부는 이를 방관한다”며 “버스 요금이 20% 오르는 등 교통비나 수도, 가스요금이 올라도 이렇게 관심이 모이지는 않는다. 한 달 전기를 펑펑 써도 7만~8만원이 나오는 수준인데 전기요금을 국민적 관심사로 만들어 포퓰리즘을 선동한다”고 항의했다.

2018년 가구당(2.43인 기준) 월평균 가계 지출 중 전기요금은 4만1190원인 반면 공공교통비는 34만8808원, 통신비는 13만4107원 선이다.

이어 장 대표는 “누진제를 완전 철폐하고, 저소득층 에너지 소비자들에겐 사용량만큼 이용권을 주는 등의 정책으로 이를 보충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다른 한전 소액주주는 “여름철 전기요금을 할인한다면 겨울철 한파에 가스요금 인하는 왜 안 하냐”며 “정부가 재량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정한 시장 경제를 위해서 요금정책을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청중석에 있던 정한경 전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부가 한전의 적자와 전기요금은 관련이 없다던가, 한전의 사회적 책무를 이야기하는데 정말 그런지 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소비자에게 할인된 금액으로 전기를 공급할 경우 결국 사회의 누군가는 이를 따로 부담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그는 “소비자들이 발생시킨 비용을 공기업이 사회적 책무로 감당해야 하는가”라고 물으며 “공정경제를 위해서도, 공정비용은 매우 중요하다. 사회적 책무라는 단어로 원칙을 얼버무리면 안 된다. 정부는 이번 전기요금 정책을 어떻게 설계할지 고민하고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한전소액주주행동 관계자들이 주택용 전기요금 개편 공청회에서 누진제 개편안을 비판하는 현수막을 들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한전소액주주행동 관계자들이 주택용 전기요금 개편 공청회에서 누진제 개편안을 비판하는 현수막을 들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 비용 부담은 누가 … 누진제 폐지하고 쓴 만큼 내도록 해야

한전 역시 개편안에 따르는 비용을 감당하는 것은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지난 3일 열린 토론회에서 권기보 한전 영업본부장은 “한전 주주 등을 고려할 때 (누진제 개편안에 따른) 추가적인 재무 부담이 발생하지 않아야 하고, (전기요금 할인보다는) 정부의 재정이나 기금을 활용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전한 바 있다.

이날 공청회 패널로 나선 전문가들이 누진제를 유지하는 1안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반면 청중석에 있던 시민들은 ‘누진제를 폐지해도 괜찮다’며 3안을 수용하는 태도를 보였다. 1안은 누진제를 유지하면서 매년 7~8월 여름철에만 누진 구간을 확대하는 안이다. 월 450kWh 이하를 사용하는 소비자 중 일부가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청중석에 있던 한 시민은 자신을 ‘동작구에서 온 주부’라고 밝히면서 “오늘 패널석에서 발표를 해주신 E컨슈머 대표님이나 녹색소비자연합 대표님 모두 어떤 소비자를 대표하시는지 모르겠다”며 “많은 사람들의 경제적 수준이 계층적이지만 누진제 폐지로 가야 한다고 얘기를 한다”고 말했다.

TF는 이번 공청회와 온라인 게시판 등을 통해 수렴한 의견을 참고해 이달 내 산업부와 한전에 권고안을 제시할 예정이다. 이후 한전은 전기요금 공급약관 개정안을 마련해 이사회 의결을 거쳐 정부에 인가신청을 하고, 정부는 전기위원회 심의를 거쳐 6월 내 누진제 개편을 완료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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