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전욱 초천도연구센터장
조전욱 초천도연구센터장

미세먼지와 지구온난화 문제를 간과해 오다 오늘날에는 인류생존을 위협하는 문제로까지 다가왔다. 가장 깨끗한 에너지로 알려져 있는 전기를 생산하고 전달하는 전력기기에도 환경문제를 일으키는 요소가 있다. 성능만을 최고로 추구하던 과거와는 달리 전력기기의 설계요소가 환경을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대가 됐다. 일반적으로 친환경적인 설계요소는 비용은 높고 성능은 낮기 때문에 그만큼 전력기기 개발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이러한 환경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한국전기연구원 전력기기연구본부가 어떠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친환경 전력기기 기술’, ‘전력 반도체 기술’, ‘초전도 케이블 기술’, ‘수소발전 및 수소 분산전원 기술’ 등 4가지 주제를 통해 살펴본다.

최근 많은 사람들에게 ‘태양광’, ‘풍력발전’, ‘신재생에너지’ 등은 매우 익숙한 단어일 것이다. 그러나 전기를 만들어 우리에게 어떻게 전달하는지는 생각하기 쉽지 않다.

전기를 생산해 우리가 사용하기까지는 발전기, 변압기, 케이블, 차단기 등 여러 종류의 전력기기들이 사용되고 있으며, 그중 케이블은 가장 긴 전력기기로 인체의 혈관과 같은 역할을 한다.

1882년 Thomas Edison에 의해 구리도체에 천으로 절연해 만든 전력케이블을 미국 뉴욕시의 전력계통에 사용한 것이 세계 최초의 전력케이블이라 할 수 있다. 그 후 전력케이블은 많은 발전이 이뤄져 현재에는 500㎸ 이상의 다양한 종류의 전력케이블이 개발돼 전 세계에서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사회가 발전하고 전기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많은 양의 전력을 수송해야 하는데, 전기적 절연문제와 설치공간의 증가가 문제가 된다. 케이블을 절연하기 위한 각종 절연재료는 환경을 오염시키는 요인이 되며, 지구온난화를 가속시키게 된다. 환경문제를 일으키는 절연재료를 최소화하고, 설치 공간을 작게해 경제적인 전력전송이 가능한 기술이 초전도 케이블 기술이다.

초전도 케이블에 적용되고 있는 ‘초전도현상(superconductivity)’은 어떤 물질이 일정한 조건에서 전기저항이 완전히 사라지고, 자기장을 모두 밀어내는 성질을 갖는 것을 말한다. 이 현상을 처음 발견한 사람은 네덜란드의 물리학자 카멜린 온네스(1853~1926년)로, 1911년 절대온도 0K(-273.15°C)에 가까운 극저온 상태에서 수은의 전기저항이 어떻게 일어나는지 관찰하던 중 절대온도 4.2K(-269℃)에서 전기저항이 완전히 사라지는 현상을 발견했으며, 이 현상을 초전도라고 했다.

초전도 케이블은 초전도현상 중 전기저항이 사라지는 현상을 이용한 전력기기이다. 초전도케이블은 형상유지 및 포설 등을 위한 former, 도체인 초전도선과 전기절연을 위한 절연층 등으로 구성된 케이블 코아와 열-절연을 위한 cryostat 및 초전도케이블의 냉각을 위한 냉각시스템, 상온부와 극저온을 연결하는 단말(Termination)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초전도 케이블 코아 초전도 케이블 시스템 구성

초전도케이블 코아 와 초전도케이블시스템 구성
초전도케이블 코아 와 초전도케이블시스템 구성

우리나라에서는 한국전기연구원, LS전선, 한국전력, 기계연구원, 창원대학 등 산학연이 협력해 2001년부터 10년간 21C 프론티어 사업(과학기술부)으로 22.9㎸/50MVA, 154㎸/1GVA급 초전도 케이블 시스템을 개발해 세계수준의 초전도케이블 기술 보유국가가 됐다. 초전도 케이블 시스템 연구개발 후 한국전력과 LS전선은 이천변전소(2011년)와 제주 금악변환소(2016년)에서 실계통 실증시험을 완료해 초전도 케이블의 성능을 검증했다.

21C 프론티어사업 중 개발한 22.9kV/50MVA 및 154kV/1GVA 초전도케이블.
21C 프론티어사업 중 개발한 22.9kV/50MVA 및 154kV/1GVA 초전도케이블.

현재 한전은 세계 최초의 상용단계로 신갈~흥덕변전소를 연결하는 22.9㎸/50MVA 초전도 케이블 사업을 발주해 LS전선에서 초전도 케이블시스템을 설치 중으로 올해 하반기 준공할 예정이다.

신갈-흥덕 변전소간 설치 중인 초전도케이블 개념도.
신갈-흥덕 변전소간 설치 중인 초전도케이블 개념도.

◆신갈~흥덕 변전소 간 설치 중인 초전도 케이블 개념도

초전도 케이블은 같은 용량의 구리케이블의 20% 수준의 크기로 송전이 가능해 추가의 케이블 포설을 위한 건설공사 없이 이미 설치돼 있는 도심의 전력구(케이블용 지하터널) 또는 관로를 사용할 수 있어 매우 경제적이며 도심의 부지, 전력공급 문제 등을 해결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기존의 구리 케이블과 비교할 때 아직 개선할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극저온 냉각장치의 효율 및 경제성을 높이는 것과 현재보다 가격 및 안정화된 초전도선재(케이블용 도체)를 개발하는 것이다. 두 가지 모두 대규모의 투자가 필요하고, 실패 위험이 높기 때문에 특정 기업에만 맡겨 놓기보다는 정부나 공공기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한 분야이다.

국내 초전도 케이블 기술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해 있다. 머지않은 시기에 우리나라에서 생산한 초전도 케이블이 우리나라 전력계통뿐만 아니라 아시아 슈퍼그리드, 미국, 유럽 등 세계 전력계통에서 사용되는 날을 기대하며 초전도 응용 연구개발에 더욱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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