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권홍 원광대학교 교수
류권홍 원광대학교 교수

법적 구속력은 인정되지 않지만, 에너지 및 관련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클 수밖에 없는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이 정해졌다. 에너지 정책은 에너지 자체의 수급문제를 넘어서 우리 경제 및 환경적 지속가능성의 핵심적 요소이기 때문에 국가의 핵심적 정책이다.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은 많은 전문가, 실무가, 학자들이 참여해서 작성된 고민의 산물이다. 문구 하나하나가 얼마나 많은 번뇌의 결과인지가 그 행간을 통해 읽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정 어린 비판은 필요하다고 본다.

에너지 문제에서 우리에게 주어진 가장 냉엄한 현실은 우리나라에 에너지 자원이 없다는 것이다. 국내 자급률이 30% 정도만 되더라도 에너지 문제가 생존과 직결되는 위험이 되는 일은 피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생산종료 단계에 들어가는 동해가스전과 경제성을 맞추기 어려운 일부 석탄광들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우리가 처한 국제・국내적 도전의 핵심은 가진 것이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에너지 정책의 시작은 거의 전부를 해외수입에 의존하는 에너지 자원을 어떻게 안정적이며, 저렴한 가격으로 확보할 것인가로부터 시작돼야 한다.

파리협정으로 대표되는 온실가스 배출 감축과 미세먼지 문제 또한 피할 수 없는 제약사항이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하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은 원자력발전이다. 신재생에너지가 석탄화력을 대체한다고 하지만 아무리 봐도 어렵다.

저명한 경제학자들은 2030년 20% 신재생 전원구성을 전제로 연간 약 20조원의 비용이 세금이든 전기요금으로 추가 지출될 것이라고 말한다. 한 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신재생의 비중이 커지면 커질수록 지속적으로 규모가 증가한다. 국방비의 절반 정도이다.

신재생에너지의 환경침해성 여부, 농경지 전환에 따른 식량안보와의 상충, 송배전망 구축 비용 등은 논외로 하더라도 추가 발전비용과 보조금으로 연간 20조원이 지출돼야 한다는 사실은 국민들도 알아야 한다.

한편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은 신재생에너지 발전비중 목표를 2040년 기준 30-35%로 잡았다. 2030년 20%에서 목표가 더 확대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전문가 그룹이 제시한 OECD 국가들의 신재생에너지 목표가 우리에게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지 모르겠다. 미국, 호주, 유럽은 몰라도 국토면적의 한계와 신재생에너지의 생산효율 등을 고려할 때 우리에게 적합한 것인지 그 타당성이 의심스럽다.

에너지 전환에서 더 중요한 전제는 우리 산업구조의 전환 가능성이다. 전력 다소비형 산업구조를 서비스 사업 중심의 전력 저소비형 산업으로 전환되지 않는다면 전기의존도는 여전히 높을 것이고, 국가는 저렴한 전기의 공급에 대한 압력을 이겨내지 못할 것이다. 산업은 일자리이고 일자리 확보가 전기요금 인상보다 정책적으로 우선하기 때문이다.

신재생은 그렇다 치고, 원자력에 대한 최근 국제적 동향은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태 때와 달라졌다. 일본은 물론 영국, 폴란드 등 유럽 국가들에서 자국의 사정에 따라 원자력에 대한 의존을 유지하거나 높이고 있다. 원자력발전의 안전기준을 강화하면서 원자력이 가지는 친환경성과 경제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석탄은 어떨까?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은 발전용 에너지원으로서의 석탄을 과감하게 축소한다는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미국이나 호주에서는 석탄의 재발견이라는 표현과 함께 석탄화력의 친환경성을 확보하기 위한 기술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석탄은 석유나 가스보다 훨씬 매장량이 많고 경제적이다. 우리 내부보다 외부적 요인이 더 큰 미세먼지를 잡자고 충분한 준비 없이 석탄발전을 폐지하면 안 된다. 석탄은 과감이 축소하고 원자력은 안전하지 않아 장기적으로 이들 발전량을 줄인다면, 신재생의 한계가 분명한 우리나라에서는 비싼 천연가스를 연료로 써야 한다. 전기요금이 급격히 오른다는 소리로 들린다.

수소발전을 하나의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으나, 이 또한 쉽지 않다. 지난주 강릉에서 폭발사고가 있었고, 이는 수소발전의 안전성에 대한 커다란 의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게다가 수소발전에서 수소를 천연가스에서 뽑아낸다면 천연가스의 비싼 가격 문제는 물론이고, 여전히 화석연료에 의존하게 되는데 어떻게 친환경 에너지라고 할 수 있을까 싶다.

무엇 하나 속 시원하지 않다. 그것이 에너지 문제의 특성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금부터라도 긴 안목에서 다양한 소리를 들으면서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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