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관리시스템 폐지․ 목표 재정립...국민 위한 ‘혁신’ 지속
중소기업 수출 도우미...전자상거래 플랫폼 등 미래 구상의 핵심
전자통관시스템 ‘유니패스’ 세계 최고...가나·알제리에 수출

김영문 관세청장이 관세청의 실질적 역할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김영문 관세청장이 관세청의 실질적 역할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혁신이란 첫째는 스스로 해야 할 일을 정확하게 알고, 그 일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것입니다. 둘째는 현재 자신이 처한 환경이나 조건을 정확하게 분석하고 그 상황 속에서 최선의 방법을 찾는 것입니다. 만일 그 방법이 지금껏 해오던 방법과 같다면 유지해도 되지만 다르다면 과감히 바꾸는 것 이게 진정한 혁신이죠.”

‘혁신’에 대한 김영문 관세청장의 소신은 확고하다.

김 청장의 소신이 투영된 결과 관세청은 본연의 역할인 ‘물류 통관의 골키퍼’로 거듭났다. 안으로는 중소기업 수출 도우미로, 밖으로는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첨병으로 자리매김했다.

수출입안전관리 우수공인업체(AEO)와 상호인정약정(MRA) 등 관세행정을 통해 중소기업의 수출 증대에 이바지하고 전자통관시스템 ‘유니패스’와 인공지능(AI) 엑스레이, 블록체인 등의 4차 산업혁명 기술 적용으로 세계관세기구(WCO)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다.

▶관세청의 전자통관시스템 ‘유니패스’가 세계적으로 명성이 높은 것으로 아는데.

“겸연쩍지만 사실입니다. 유니패스는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어요. 수출입신고, 세금납부 등 모든 통관절차를 인터넷으로 자동화해 세관을 방문하지 않고 종이서류도 필요 없는 국가관세종합정보망인 유니패스는 세관만족도 평가 11년 연속 1위, 세계은행 평가 통관행정분야 6년 연속 1위를 차지할 정도지요. 2005년 카자흐스탄을 시작으로 총 13개국에 4억1185만달러(약 4876억원) 수출에 성공했고, 일자리 창출 효과도 6500개 이상입니다. 우리나라 전자정부시스템 중에서 수출실적이 가장 좋은 것은 물론이고, 일본 등 선진국이 개발한 시스템보다 비싼 데도 월등한 판매실적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가나와 알제리에 수출도 했구요.”

▶유니패스 외에도 관세청이 세계적으로 관세 분야에서의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고 있다는 평가인데.

“관세행정 지능·정보화와 스마트 통관을 구현하기 위해 빅데이터 이외에도 AI 엑스레이, 블록체인, 드론 등 정보통신 신기술을 활용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 특송화물에 대한 엑스레이 검색에 AI를 도입하는 시스템을 연내 적용하고, 컨테이너 화물, 여행객 휴대품에도 확대 적용할 계획입니다. 이 부분은 세계에서 우리가 가장 앞서있어요. 또 블록체인을 이용해 수출입, 중개, 물류 과정의 연결고리를 분산원장으로 만들어 속임수가 개입할 수 없는 시스템도 시도하고 있습니다. 또 세관 순시선을 드론으로 대체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수출지원을 관세청의 핵심 목표의 하나로 제시했습니다. 올초 ‘관세행정 수출지원 종합대책’도 발표하셨는데.

“최근 수출은 5개월 연속 감소, 새로운 상승 모멘텀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관세청도 ‘범정부 수출활력 제고대책’에 발맞춰 수출지원에 역량을 집중, 다섯 가지 수출지원책을 발굴했습니다. 첫째는 AEO 제도 등 수출입, 통관 등에 도움이 되는 제도를 확대하는 것입니다. 둘째는 전자상거래 확대에 따른 대응입니다. 지난해 전자상거래 수출신고는 962만건으로 2015년과 비교해 3.7배 가까이 증가했어요. 전자상거래 전용 수출통관시스템을 구축하고 신고 절차를 획기적으로 간소화할 예정입니다. 또 전자상거래 수출전용 물류센터를 구축하고 해상특송도 확대하는 등 신속하고 저렴한 배송도 지원할 계획입니다. 장기적으로 전자상거래를 고려한 조직체계의 근본적인 변화도 생각하고 있어요.

셋째로 세금이 유보된 공장인 보세공장에 중소기업이 참여할 수 있도록 중소기업에 특화된 보세공장 제도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넷째는 직간접적으로 3만명 이상의 고용을 책임지고 있는 면세점을 하나의 산업으로 접근하는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빅데이터를 이용해 관세청이 보유한 통계를 관리·생산해 기업들이 수출하는 데 유용한 자료를 생산해내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빅데이터 분석을 위한 장비를 도입하고 전문인력도 양성하고 있습니다.”

▶한수원에 이어 최근 서부발전과 ‘중소기업 AEO 인증지원 업무협약’을 체결했는데.

“사실 서부발전과의 AEO 인증지원 협업은 2017년부터 지속해서 시행돼오던 것입니다. 관세청은 중소기업들이 AEO 인증을 통해 무역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저변을 확대할 방법을, 서부발전은 협력사를 비롯해 지역 중소·중견기업에 도움을 줄 방법을 찾았습니다. 지금까지 19개 중소기업의 AEO 인증 획득이라는 성과를 냈고, 일부 업체는 AEO 인증 획득 이후 수출이 76% 급증하기도 했습니다.”

▶AEO가 수출기업에 어떤 도움을 줍니까.

“AEO는 관세청이 수출입기업 등의 법규준수, 안전관리 수준 등을 심사해 공인한 뒤 신속통관, 절차 간소화 등 혜택을 부여하는 제도로 미국 등 81개국이 시행하고 있는 글로벌 시스템입니다. AEO와 더불어 중요한 것이 상호인정약정(MRA)입니다. 체결 상대국에서 인정하는 AEO 기업을 자국 AEO 기업과 동등하게 대우하고 수입검사율 축소, 신속통관 등 혜택을 제공하는 제도입니다. AEO는 수출계약을 위한 신뢰의 기본 조건이고 MRA까지 체결돼 있다면 수입국 통관이 아주 쉬워집니다. 지난해에만 298개 AEO 기업에 약 3577억원의 경제적 효과가 있었습니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다인 20개국과 MRA를 체결한 상태이고 지속해서 확대해 나갈 방침입니다. 지난해 수출액 기준으로 전체의 69%가 MRA 체결국에서 발생했어요. 앞으로도 전략적인 MRA 확대를 통해 수출입기업들에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7월이면 취임 2년입니다. 성과는 만족할만 합니까.

“가장 중요한 게 관세청 성과관리시스템(CPM)을 폐지한 겁니다. 직원들의 요청사항이었어요. CPM은 관세청 업무를 세분화해서 정량적으로 평가할 수 있도록 했던 시스템인데 해마다 목표가 높아지다 보니 애매하면 추징·단속하는 등 부작용이 많았습니다. 처음에는 아무도 믿지 않았지만 폐지했지요. 폐지 이후 실수 등 가벼운 사건은 계도 조치하고 유의미한 사건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변화시켰습니다. 과거에 오류가 있었던 부분이나 동종업계에서 자주 틀리는 부분을 사전에 알려주는 시스템도 시험하고 있습니다. 연말엔 모든 세금신고 건에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관세청이 지향하고 있는 목표를 재정립한 것도 성과라고 자부합니다. 혁신은 자신이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그리고 그 일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데서 시작된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관세청의 역할은 ‘신속통관’이 아닌 물류 통관의 수문장 역할 즉, ‘관세국경의 수호’라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 유해 물품 반입차단, 정확한 신고를 통한 관세징수와 정확한 통계자료 확보, 수출지원 등이 관세청의 목적이 돼야 한다는 것이죠.”

He is...

1964년 울산에서 태어나 경남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으며 1992년 제34회 사법고시에 합격해 검사의 길을 걸었다. 마약과 조직범죄수사 분야에서 활약하다가 2005년 청와대에 파견 근무한 바 있다. 서울중앙지검과 대구지검 서부지청에서 부장검사를 역임한 뒤 2015년부터 변호사로 활동하다가 2017년 7월 관세청장으로 부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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