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에너지저장시스템(ESS)과 전기차, 스마트폰, 노트북까지. 전선 없이 전자제품을 사용하기 위해 배터리는 이제 일상생활의 필수 요소로 자리 잡았다. 특히 리튬이온배터리는 상용화된 배터리 중 가장 효율이 높은 배터리로 그 쓰임새가 확장됨에 따라 우리나라의 새로운 미래 먹거리로 부상했다.

실제 국내 배터리 3사가 지난해 글로벌 자동차 기업으로부터 신규 계약한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수주액은 LG화학이 40조원, 삼성SDI가 40조원, SK이노베이션이 30조원 등 110조원으로 추청된다.

이는 우리나라 경제를 이끌고 있는 반도체의 연간 수출액인 1267억달러(약 141조원)에 근접한 것으로 조만간 배터리의 반도체 역전이 예상된다. 이미 석유화학, 자동차, 철강의 연 수출액은 넘어섰고, 지난해 우리나라 수출액 680조원 중 16%에 이르는 규모다. 배터리가 대한민국 경제의 미래를 이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배터리 시장, 성장할 일만 남았다

배터리가 주로 사용되는 ESS와 전기차 시장은 배터리 기업들의 성장을 견인할 만큼 성장세가 가파르다. 전기차 시장은 매년 40~50% 이상 성장하고 있고, 세계 ESS 시장 또한 2023년엔 131억달러(약 15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두 시장은 앞으로 성장할 일만 남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게 됐다.

블룸버그뉴에너지파이낸스(BNEF)에서 최근 발간한 ‘2019 전기차 전망’ 보고서는 EV 배터리 가격이 하락하면서 전기차가 2040년까지 세계 승용차와 버스 판매를 주도하고, 밴과 단거리 트럭 시장을 크게 잠식할 것으로 내다봤다.

BNEF는 전기차가 2040년까지 전 세계 승용차 판매의 57%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전기 승용차 판매는 2018년 전 세계 200만 대에서 2030년 2800만 대, 2040년에는 5600만 대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2040년에는 전기차가 승용차 판매의 52%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버스 부문에서 전기화가 가장 빠르게 진행되는 것은 교통 분야로, 전기버스가 2040년까지 시내버스 판매량의 81%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보고서는 전기 밴과 트럭의 가파른 성장세가 2020년대부터 빨라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세계 ESS 시장에 대한 전망 또한 장밋빛이다. ESS 시장은 재생에너지 증가 추세와 맞물려 2023년에는 시장규모가 131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시장조사 업체 글로벌데이터는 ‘업데이트 2019 – ESS 글로벌 시장 규모, 경쟁적 전망 및 주요 국가 분석 보고서’에서 2023년 글로벌 ESS 시장이 131억3000만달러까지 성장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특히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중심으로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보고서는 APAC 지역에 설치된 ESS는 지난해 전세계 ESS 설치 용량의 45%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글로벌데이터는 이러한 추세는 올해도 지속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특히 중국, 인도, 일본, 한국, 필리핀에서는 신재생에너지발전소와 그리드의 연결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주파수 조정용 ESS가 필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은 또한 지난해 ESS 시장 규모가 세계 시장의 약 28%로 세계 ESS 시장의 메인 플레이어다. 특히 미국은 국가차원에서 이러한 성장세를 유지하며 2023년 ESS 시장규모가 29억6000만달러로 세계 시장의 23%를 차지할 것으로 추산된다.

◆ESS 화재, 배터리가 극복해야 할 허들

우리나라에서 총 22건의 ESS 화재가 발생하면서 빠르게 성장하던 시장도 급격하게 얼어붙었다. 정부가 화재 원인을 6월 초에 발표하겠다고 못 박았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배터리를 포함한 PCS, 시공업체 등 유관기관들이 모두 안전성 강화를 위한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리튬이온배터리가 가지는 태생적인 한계를 극복해 나가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리튬이온배터리는 전지 내부에 리튬, 탄소, 전해질 등 화재나 열에 민감한 물질들을 포함하고 있다. 과충전·과방전으로 배터리에 이상이 생기거나 외부단락으로 배터리가 손상을 입을 경우 화재가 발생하기 쉬운 구조인 것이다. 특히 ESS처럼 고출력의 전력을 사용할 경우에는 과충전, 과방전의 가능성이 더 커진다. 실제 리튬배터리를 차용한 ESS 관련 화재는 2012년 애리조나, 2013년 워싱턴, 2016년 위스콘신, 지난 4월 발생한 애리조나 변전소 등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발생하고 있다.

배터리 업계 A 관계자는 “리튬이온배터리는 현재 상용되고 있는 배터리 중 가장 효율이 좋지만 자체가 가지는 태생적인 한계를 완벽하게 제거하기는 어렵다”면서 “이를 전제로 화재로부터 현재보다 더 안전하게 배터리 시스템을 설계할 수 있느냐가 배터리사들이 가질 수 있는 노하우일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SDI와 LG화학은 현재로서는 화재 발생과 확산을 막기 위해 물리적으로 퓨즈나 센서를 추가하는 방식으로 안전성을 강화하고 있다.

삼성SDI는 지난해 자사 배터리를 차용한 ESS에 퓨즈(Fuse)와 SPD(Surge Protection Device)를 설치했다. 과전류가 흘렀을 때 전류를 차단해 배터리를 보호할 수 있는 장치다. LG화학 또한 ESS에 IMD를 설치해 배터리의 감지 민감도를 높이는 보호 대책을 마련한 바 있다.

하지만 더욱 안전한 배터리를 만들기 위해 배터리 자체를 설계하는데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배터리의 양극과 음극이 만나 내부단락을 일으키는 것을 막기 위해 분리막을 세라믹으로 코팅하는 등 더욱 강화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이외에도 구조적으로 더 안정화된 양극물질을 연구·개발해 적용하고, 전고체전지처럼 전해질을 액체가 아닌 고체로 사용하는 것도 업계가 안전을 위해 염두에 두고 있는 방안이다.

배터리 업계 B 관계자는 “학계뿐만 아니라 배터리사들도 더욱 안전한 물질과 배터리를 개발하기 위해 꾸준히 연구하고 있다”면서 “배터리가 우리 생활에 필수품이 된 것은 기정사실인 만큼 안전성만 확보된다면 배터리 생태계는 더욱 풍부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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