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345kV 제조·시공 개별 입찰 추진 움직임에 '촉각'

초고압 케이블에 대한 시공 분리발주 여부를 둘러싸고 케이블 제조업체와 시공 전문업체들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전력은 2020년 3월 시범사업 추진을 검토하는 등 345kV급 케이블 시공분리발주제도 도입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지중송전공사 업계는 적극 찬성하는 입장인 반면, 케이블 제조사는 기존 체계를 유지하자는 분위기다.

현재 345kV 지중송전공사는 케이블 제조사가 설치 조건부로 자재 납품과 시공을 함께 하고 있다.

우선 지중송전협회(협회장 홍진표)는 향후 345kV 국제입찰 등 시장개방에 대비해 국내 공사업체들의 자생력 확보 차원에서 ‘345kV 지중송전 시공전문회사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협회는 지중송전케이블 시공업체 36개사가 참여하고 있다.

협회는 특히 시공전문회사 제도가 도입되면 시공사 다변화로 시공 품질을 제고할 수 있고, 경쟁 입찰을 통해 낙찰률이 인하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지중송전협회의 한 관계자는 “과거와 달리 접속 자재와 기술의 발전으로 시공의 복잡성이 떨어졌고, 초고압 케이블 제조 3사에서 345kV 접속 경험이 있는 인력이 이미 유입돼 시공에 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LS전선, 대한전선, 일진전기 등 초고압 케이블을 제조하는 3사는 해외에도 220kV급 이상 초고압 선로의 시공분리발주 사례가 없다며 분리발주 움직임에 우려를 내비치고 있다.

일반적으로 초고압 전력산업은 고도의 기술을 요구하며 국가 송전망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고자 턴키(Turn-key) 방식으로 자재와 시공을 통합 발주한다는 것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하자 발생 시 책임 소재 여부를 두고도 시각차가 드러나고 있다.

공사업계는 지난 2009년 154kV급 시공분리 시 갖춰진 체계를 활용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현재 154kV의 경우 한전 설비진단처에서 1차 고장분석을 한 후 ‘하자위원회’를 구성해 전기연구원 등 외부 전문기관에 2차 의뢰한다.

반면 케이블 제조사들은 시공전문업체의 접속원 역량과 경험이 부족해 시공 품질면에서 리스크가 크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345kV는 한 번 고장이 발생하면 154kV급에 비해 피해 규모가 막대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지중송전협회는 “현재 가입하고 있는 154kV 공사보험을 345kV로 확대할 계획이다. 또 보험사와 함께 하자보험도 만들어 협회 중심의 공동 계약을 앞두고 있다”면서 “2011년 154kV 시공전문업체들이 등장한 이후 현재까지 300건에 달하는 154kV 시공 경험이 있으며, 이중 하자 발생은 단 1건에 불과. 해당 업체는 자체 하자보험에 가입해 이를 해결했다”고 설명했다.

또 “345kV급 시공 시장을 연다고 해서 모든 시공전문업체가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역량이 되는 5~6개 업체가 우선 입찰에 참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제조 3사는 시공전문업체 소속 접속원 상당수가 154kV급 시공 경험만을 보유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2009년 154kV급 시공분리 시 제작사에서 시공전문회사로 이직한 인력도 신형 345kV PMJ 접속 경험이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345kV 접속함은 최근 한전 구매 시방 개정에 따라 제품 규격이 변경된 바 있다.

제조업계의 한 관계자는 “154kV도 시공 분리 시 3년간 초기 도입 기간이 소요됐던 것에 비춰봤을 때 2020년 시범사업 도입은 이르다”며 “상대적으로 기술 민감도가 높은 345kV의 경우 154㎸ 도입 기간보다 장기간의 도입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현재 한전이 제조 3사에 요구하는 시공전문회사의 시공 인력에 대한 기술 교육은 3사의 관련 기술과 영업비밀 노하우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제조업계는 이 같은 반대 입장을 지속적으로 한전에 전달, 분리발주 추진 움직임을 막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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