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의존도 계속 높아질 것...유럽도 대안 찾기 골몰
기술·정책·분산 통해 안정적인 전력망 구축 가능
ICT 활용한 ‘정보 균형’으로 에너지 절약 유도해야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에너지 정책의 민주적 결정 과정에 대한 특별강연'을 마친 이브 르테름 전 벨기에 총리(오른쪽)가 박진 국회미래연구원장과 대담을 진행하고 있다.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에너지 정책의 민주적 결정 과정에 대한 특별강연'을 마친 이브 르테름 전 벨기에 총리(오른쪽)가 박진 국회미래연구원장과 대담을 진행하고 있다.

벨기에의 이브 르테름 전(前) 총리가 한국보다 앞서 탈원전을 경험한 국가들이 마땅한 대체에너지원을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에 대한 대안으로 ‘분산형 전원’을 촉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르테름 전 총리는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에너지 정책의 민주적 결정 과정’을 주제로 한 초청 강연에서 “벨기에의 탈원전 당시 원전을 대체할 에너지원에 관심이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이처럼 주장했다.

1980년부터 원자력발전에 대한 찬반양론이 갈린 벨기에는 2003년 탈원전을 선언한 바 있다.

에너지복지가 강조되고 에너지가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현대사회에서 에너지 수요가 앞으로도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설명한 르테름 전 총리는 “독일에서도 충분한 대안을 마련해놓지 못했기 때문에 부작용을 겪고 있다”며 신중한 에너지 정책을 주문했다.

벨기에에서 1986년 체르노빌 원전사고 이후 원자력발전에 대한 우려가 급속도로 증가했고 이것이 탈원전의 동력이 됐다고 분석한 르테름 전 총리는 “벨기에는 당시 탈원전 정책과 함께 여러 가지 에너지 절약을 위한 조치도 취했다”며 “다수의 논문에 따르면 탈원전 이후 어느 순간 에너지가 부족해지는 순간이 오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벨기에가 탈원전의 보완책 중에 하나로 진행한 국가 간 전력망 연계에 대해 “독일, 프랑스 등에 둘러싸인 벨기에는 에너지를 수입할 때 송전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있다”며 “자국 내 송전망에 대한 소유권이 있는 독일이 역내 송전을 늘리면서 벨기에로 수출하는 양이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과 전력망을 연결해 유연성을 확보하더라도 결국 위기가 발생하면 송전 우선순위에서 밀리기 때문에 외국에 대한 의존도를 너무 높이는 것에 대한 경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르테름 전 총리는 이어서 앞으로 에너지 정책을 수립할 때 ▲기술발달로써 판을 흔들어야 하며 ▲세금혜택이나 비용의 내부화 등 정책적인 해결책을 고려해야 하고 ▲분산형 전원을 구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산업혁명 당시 유럽에 마차가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말의 변이 도로에 가득 찼던 사례를 소개한 르테름 전 총리는 “자동차가 마차를 대신하게 된 이후로는 그런 걱정들이 말끔히 사라졌다”며 “과학의 발전을 통해 우리가 겪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며 현재 과학계는 원자력 폐기물이 갖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환경·안전 등 발전소가 유발하는 외부불경제를 해결하기 위한 비용을 내부화해 소비자들이 전기를 절약하게끔 유도해야 한다는 주장도 했다.

‘가장 청정한 에너지는 생산되지 않은 에너지’라는 말을 인용한 르테름 전 총리는 “스웨덴도 전기요금이 저렴해 사람들이 전등을 안 끄고 다닌다”며 “그렇게 하면 에너지 소비가 줄지 않는다”고 경고했다.

최근 5년 사이에 에너지 분산이 상당히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진단한 그는 분산형 전원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한 에너지 절약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에너지를 절약하는 개인에게 혜택을 주고 ICT를 통해 소비자들이 혜택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받는다면 자발적인 소비 절감이 이뤄진다는 것이다.

그는 “다양한 사례를 분석한 결과 민영화 등을 통해 국민이 자발적으로 전력을 아끼도록 하는 방법이 전기요금 인상에 대한 대응 중에 가장 유효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르테름 전 총리는 마지막으로 ‘개인 의견’을 전제로 “특정 에너지원에 대해 지나치게 장밋빛 미래만을 얘기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며 “장기적으로 봤을 때 원자력발전을 포함한 균형 잡힌 에너지믹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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