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전기학회-본지 공동기획) 전기산업 현안서 미래 여는 기술까지 알기 쉽게 전달

주영훈 대한전기학회장
주영훈 대한전기학회장

전기는 생활의 편리함도 가져다 주지만, 우리 사회의 갈등요인도 됐다. 에너지전환을 둘러싼 갈등도 전기에서 출발했다. 국민들은 전기가 주는 편리함에 익숙해져 있지만, 갈등의 문제에 대해서는 다소 거리를 두고 있다. 또 전기를 기반으로 한 기술의 발달은 새로운 세상을 꿈꾸기에 충분할 정도가 됐다. 전기를 기반으로 한 기술의 융복합은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가 됐다. 이런 세상의 모든 문제가 숨어 있을 법한 전기의 세계와 기술의 변화를 전기계 석학들의 논의로 쉽게 풀어볼 계획이다. <편집자주>

베네수엘라의 정전피해와 관련한 외신보도를 접하면서 또렷하게 기억이 떠오릅니다. 얼마나 불편하고 그 피해범위가 컸겠습니까? 70, 80년대에 그토록 잦았던 정전이 언제였냐는 듯이 요즈음은 전력공급의 상태와 품질이 좋아졌습니다. 그러나 이상기후로 여름이 되면 고온이 지속되는 찜통더위의 출현과 머무름이 예사롭지 않아 불편을 느끼는 것 말고도, 냉방설비 증가로 전력수요가 급증해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 우려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봄의 불청객인 황사는 공공의 적인 미세먼지에 자리를 내 주기에 이르렀습니다. 주택, 복지, 교육, 안보, 세제 향상이 주를 이루던 정책공약집에 미세먼지 대책이 들어가고, 정부가 초미세먼지 주의보를 발령하고 미세먼지저감 조치를 시행하는 시대가 됐습니다.

2월 들어서는 최장 최악의 미세먼지에 사람들의 활기가 꺾이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초등학생들은 운동장에 나가 놀아도 되는지를 담임 선생님에게 여쭤봐야 했고, TV에서는 마치 여름의 자외선 차단 지수(SPF)에 따른 햇빛 차단제 처방처럼 미세먼지 마스크의 종류, 선택법, 착용법에 대해 다루기도 했습니다.

난방기와 공장굴뚝의 연기, 바람이 혼합돼 중금속이 미세먼지에 섞여 있다는 점과 비강 통과 시 걸러지지 않고 폐에 다다르면서 호흡기 질환을 일으킨다는 것이 시민들을 떨게 만들고 있습니다. 농작물이 미세먼지에 노출되고 생육에 지장을 받는다는 것은 농민들을 힘들게 만듭니다. 화석연료, 에너지, 결국 전력에 관련되는 문제들입니다

국민들은 의무교육 과정 중 과학시간에 전기와 전력에 대해 배웁니다. 인문, 사회, 경상 계열의 대학 졸업자들과 직업인들에게도 전력량계와 한국전력, 발전소라는 용어가 생소하지는 않습니다. 전신주, 철탑, 가전용 변압기는 마을과 가정 내에서도 쉽게 관찰됩니다. 전기요금 고지서를 받으면 냉난방 계획에 대해 옷매무시를 가다듬는 것이 남의 일 같지 않고, 잘 깔려진 전력선 끝에 선 수요자는 전기에 대해 고마워합니다.

전력산업이 국가의 근간인 인프라만으로 여겨졌던 시대와 달리, 최근 몇 년 전부터 상품으로도 다뤄지고 있습니다. 전력기술을 개발하고 공급하는 기관들이 기업으로 바뀌어 주식시장에 상장됐고 우리는 그 주가를 통해 전력과 전기의 가치가 어느 정도인지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충전된 휴대폰이 손에 쥐어진 것만큼 전기와 전력은 시민들의 삶과 밀착돼 있습니다. 그런데 전기와 사용자들의 관계 또는 전력 공급자와 전력 수요자의 관계가 항상 우호적이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단순히 전기요금이 높다 혹은 낮다라든지, 에너지 빈곤층 등이 아닌, 전력 생산과 공급에서 발생되는 갈등이 있습니다. 발전소 건설과정에서 환경파괴의 문제, 송전탑 건설에 대한 반대, 풍력 발전기 소음에 대한 민원과 화력 발전소가 미세먼지 공해의 요인으로 지목당하는 것이 그 사례입니다. 전력발생과 공급을 하는 과정에 피해자와 재산에 피해가 생기는 경우 양측이 갈등을 풀어가기 위해 감정적이거나 보상액을 높이기 위한 방식은 차단해야 하면서, 피해의 정의, 피해의 원인, 피해의 해결법을 제대로 찾아가야 합니다.

갈등을 의도적으로 만들고 조장하는 세력이 있는 지도 알아야 하지만, 합리적인 진상과 원인 규명이 필수이며, 논리적이고 과학적인 방법이 동원돼야 합니다. 공급자의 문제 발생 억제 및 저감, 수요자들의 피해 최소화 및 불만표현에의 매끄러운 접근을 위해 전기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중요해졌습니다.

전기공학을 공부한 석학들이 전기산업의 현안에서부터 전기의 미래를 예견해 보는 다양한 기술을 알기 쉽게 전달해 드릴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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