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업・휴업 업체 속속 등장...‘국내 시장 한계점’ 봉착

국내 건설경기 불황이 장기화되고 시장도 얼어붙으면서 배선기구 업계가 전례 없는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배선기구 업체들은 평균 20~35%가량의 매출 감소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심지어 휴업과 폐업을 고려하거나 결정한 곳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길홍 배선기구협의회장은 “기업별로 많게는 35%까지 매출 하락을 경험하고 있다”며 “특판(건설사 납품)이든 시판(시장판매)이든 상황이 나쁜 건 매한가지”라고 말했다.

국내 배선기구 전문 업체는 12곳, 다른 품목과 배선기구를 함께 제조‧판매하는 곳은 80여 곳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이미 1~2곳은 경영난을 견디지 못해 폐업을 결정했고, 현재 휴업을 결정하거나 고려 중인 곳도 속속 나오고 있다.

A업체 관계자는 “일감이 너무 없어 지난달 휴업을 심각하게 고려했을 정도”라고 말했다.

폐업이나 휴업까지는 아니더라도 대다수 기업의 상황 역시 별반 차이가 없다.

B업체 관계자는 “매출의 급격한 하락을 견디지 못하고 인력을 줄이게 됐다”며 “국내시장은 ‘끝났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업계는 배선기구가 조명과 함께 건설이 끝난 후 설치되는 ‘마감재’에 속하기 때문에 건설 경기 불황 여파에 더욱 고전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건설은 다 됐는데 분양이 되지 않다 보니 공급 계약을 체결했어도 납품이 미뤄지면서 수금 역시 미뤄진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국토교통부의 자료에 따르면 1월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6만 가구(5만 9162가구)에 육박하고 있다. 앞서 지난해 10월과 11월에는 미분양 주택이 6만 가구를 넘었고, 12월에는 5만 8000여 가구로 감소했지만 올 1월 다시 증가한 것이다.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1월 말 기준 ‘악성 미분양’ 주택은 1만7981가구로 2018년 1월보다 49.12% 증가했다.

지방에서는 미분양 적체율도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배선기구는 일상에서 쓰이는 전기제품인 만큼 시민 안전과 직결돼 있다”며 “시장 상황이 나빠질수록 가격이 싸고 품질이 떨어지는 불량 제품이 더욱 기승을 부리는 것도 큰 문제”라고 말했다.

박길홍 협의회장은 “구리 등 원자재 가격이 상승한 것과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 정부정책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유일한 희망은 남북경협이 성사돼 북한 시장이 열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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