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정비회사, 김앤장에 법률검토 의뢰...한·미 FTA, GATS 위반 소지 有
보복관세 등 통상문제로 번질 수도
연료·환경설비 운전도 상황 비슷해 재검토 필요할 듯

발전정비 인력을 공공기관 정규직화하겠다는 정부의 정책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세계무역기구(WTO) 서비스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S)을 위반할 수 있다는 법률검토 보고서가 나왔다.

연료·환경설비 운전 분야에 이어 발전정비 분야에서도 공공기관 정규직화 정책이 거론되자 민간정비업체들은 김앤장 법률사무소에 해당 사안에 대한 법률검토를 의뢰한 바 있다.

그 결과 헌법·행정법·공정거래법 등 국내법뿐만 아니라 국제법적으로도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지난해 법무법인 태평양에 이어 김앤장 법률사무소 또한 해당 정책에 위법의 소지가 있다는 결론을 내려 정부가 이를 강행할 경우 송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미 FTA와 GATS 이슈가 떠오르면서 공공기관 정규직화가 결정되는 분위기였던 연료·환경설비 운전 분야에서도 검토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미 FTA・GATS 협정 등 위반 소지

보고서는 공공기관 정규직화 정책이 한·미 FTA 제11장의 다수 조항을 위반할 소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한·미 FTA는 투자유치국이 실질적인 투자 활동을 곤란하게 하거나 투자 가치를 박탈해 사실상 개인의 재산권을 강제로 취득하는 것에 준하는 결과를 낳는 ‘간접수용’을 금지하고 있다.

민간정비회사의 중요한 자산인 숙련된 정비인력을 공공기관이 직고용하는 경우 투자 가치를 박탈하는 간접수용에 해당할 수 있다.

공공기관 정규직화 정책은 또 한·미 FTA에서 규정한 내국민대우, 공정하고 공평한 대우에 대한 의무를 위반할 소지도 있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요약하면 미국 투자자가 투자한 회사를 차별적으로 대우하면 안 된다는 규정인데 민간정비회사 중 금화PSC와 일진파워는 코스닥에 상장돼 있어 언제든지 통상문제로 불거질 수 있다. 특히 금화PSC는 미국 투자기업인 테톤 캐피털 파트너스(Teton Capital Partnets)가 13.3%, 피델리티 매니지먼트(Fidelity Management & Research Company)가 8.21%의 지분율을 갖고 있다.

내국민대우는 GATS 17조에도 명시된 규정이기 때문에 ‘차별적 대우’ 이슈가 부상한다면 상대국은 우리나라 정부를 WTO에 제소하거나 보복관세 등의 조치를 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서는 결론지었다.

일각에서는 발전정비 인력 공공기관 정규직화 정책이 한·미 FTA와 GATS를 위반할 소지가 있다면 연료·환경설비 운전 분야에서도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한다.

한전이나 발전공기업이 새로운 공기업을 만들어 직고용한다면 연료·환경설비 운전을 주력으로 하는 한전산업개발도 민간정비업체와 같은 처지가 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한전산업개발도 상장기업이므로 외국인 투자자의 존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데다 금화PSC와 일진파워도 운전 분야에 진출해 있어 소송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헌법·행정법·공정거래법 등 위반 소지 재확인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작성한 법률검토 보고서는 공공기관 정규직화 정책이 헌법·행정법·공정거래법 등에 위반할 소지가 있다는 업계의 기존 분석을 재확인했다.

헌법 제23조 1항이 보장하는 재산권을 침해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으며 헌법과 행정법에서의 신뢰 보호 원칙에 반한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재산권이 법률로써 제한될 수 있지만 그 제한은 필요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며 “그러나 민간정비회사 직원의 고용형태는 정규직이므로 비정규직 문제 해소라는 정책의 목적은 재산권 제한을 위한 정당한 목적이 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민간정비회사와 그 투자자들이 ‘발전정비 경쟁 도입’ 추진이라는 공적인 견해 표명을 신뢰하고 의사결정을 내리던 중에 정책 방향을 완전히 뒤집는 것은 정당한 신뢰를 침해하는 행위라는 의견도 내놨다.

이 밖에도 정부 정책에 의해 발전공기업과 민간정비업체, 기업과 직원 사이의 계약이 자유의사에 반하는 종결을 맞이하는 경우 계약자유의 원칙이나 기업의 자유, 직업의 자유를 침해할 여지도 있다고 해석했다.

김앤장은 “해당 정책이 헌법·행정법 측면에서 여러 법적 문제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이므로 이에 대해 헌법소송 또는 행정소송으로 그 위헌·위법성을 다툴 수 있다”고 결론지었다.

공공기관 정규직화 정책이 불공정거래행위 유형 중 하나인 ‘인력의 부당유인·채용’에 해당할 수 있다는 점도 다시금 확인됐다.

직고용의 주체가 되는 공공기관이 민간정비회사보다 유리한 조건을 제시해 다수의 직원이 이직하는 경우 민간정비회사는 사업 활동에 지장을 받는다는 것이다.

또한 공공기관 정규직화 이후 발전공기업이 해당 공공기관에 계약을 몰아준다면 거래거절, 부당지원행위, 차별취급 등에 해당해 민·형사상의 책임을 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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