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온에서 100일간 발효 숙성, 향 좋고 숙취 없어

당신이 애주라가면, 그리고 주말 나들이가 마땅치 앉다면, 혹시 충청북도에 살거나 근처에 갈 일이 있다면 ‘청명주(淸明酒)’가 있는 충주에 꼭 한번 들르라고 권하고 싶다.

충청북도 무형문화재 2호로 지정된 청명주는 충주시 중앙탑면 창동리에 위치한 양조장 ‘중원당’에서 빚어지는 전통 곡주다.

김영섭 중원당 대표가 전통주를 체험하기 위해 방문한 손님들에게 청명주를 소개하고 있다.
김영섭 중원당 대표가 전통주를 체험하기 위해 방문한 손님들에게 청명주를 소개하고 있다.

재래종 통밀과 찹쌀을 원료로 저온에서 100일 동안 발효해 숙성시키는 청명주는 향이 뛰어나며 숙취가 전혀 없다.

창동리에서 대대로 살아온 김해 김씨 집안에 전해 내려오는 민간요법서 ‘향전록’ 제조법이 기록돼 있는데,조선시대 궁중 진상주이자 사대부가 귀한 손님을 맞을 때 내오던 술이었다.

제조법은 술의 도수와 같은 17가지로 현재는 김영섭 대표가 아버지에 이어 4대째 고유의 맛과 맥을 잇고 있다.

역사가 오래되고 귀한 술이라는 뜻이다. 그렇다고 맛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조선시대 실학자 이익(李瀷)은 저서 ‘성호사설’에서 ‘나는 평생 청명주를 가장 좋아하며, 청명주의 양조 방법을 혹시나 해서 잊어버릴까 기록해 둔다’라며 애정을 보였다.

실제로도 맛이 괜찮냐고 묻고 싶다면 4명 이상 중원당을 방문해 확인하길 바란다. 발효된 재료를 직접 걸러 탁주를 내리는 전통주 체험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원당 인터넷 홈페이지에서는 맑은 청명주를 시음할 수도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탁주가 더 마음에 들었다.

걸러낸 탁주는 직접 병에 담고 마개를 봉인해 가져갈 수도 있다. 맑은 청명주의 경우 750㎖가 3만5000원에 판매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같은 용량의 탁주를 2만원에 가져가며 체험까지 할 수 있으니 일거양득이다.

직접 술을 거르고 라벨을 붙이는 등 청명주 빚기를 체험하고 있는 관광객들.
직접 술을 거르고 라벨을 붙이는 등 청명주 빚기를 체험하고 있는 관광객들.

이 과정에서 김영섭 대표의 간결한 설명이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는데, 우리나라의 전통을 잇는 예술가의 시크함과 센티멘털로 받아들이면 된다.

막 걸러낸 청명탁주의 맛은 달달하면서 진하고 부드럽다. 여기에 식도를 타고 흐르는 게 느껴질 정도로 묵직하기도 하다. 단 한꺼번에 많이 마실 경우 단맛에 부담스러운 부분도 있어 안주 선택이 중요하다.

때문에 중원당에서 청명탁주를 빚었다면 멀리 가져가지 말고 중원당과 맞닿아 있는 청금산장을 들리길 권한다.

메기, 빠가사리, 민물새우가 들어간 모둠 매운탕의 담백하고 얼큰한 맛이 또한 일품인데, 남한강과 맞닿아 시야가 탁 트인 청금산장에서 매운탕을 반주 삼아 청명주를 한잔 마시면 신선이 된 듯 한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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