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재고소진 이유로 당분간 입찰 없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한전이 고압고객용 전력량계 입찰에 나서지 않을 것으로 보여 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한전은 지난 2017년 3월 21일 이후 공장이나 빌딩, 아파트 등 고압수용가에 설치될 전자식 전력량계(0.5급)를 구매하지 않고 있다. 계획대로라면 3월 내에 고압고객용 전력량계의 연간단가 입찰이 진행돼야 하지만 구매공고조차 나지 않았다. 올해도 한전이 고압용 전력량계의 구매에 나서지 않을 경우 2년간 발주물량이 없는 셈이다.

한전이 입찰에 나서지 않은 이유는 재고가 많기 때문이다. 고압용의 경우 매년 2만~4만대의 물량이 꾸준히 발주됐지만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남아 있는 제품이 많아 입찰을 꺼려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전 관계자는 “3월 기준으로 4만5000~5만대의 고압고객용 전력량계 재고가 남아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재고를 모두 소진할 때까지 현재로선 구매계획이 없다. 하지만 사업소 등에서 수요가 발생한다면 스마트미터링실과 협의를 통해 구매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전은 매년 기자재의 일정량을 예비분으로 확보해 놓는다. 전국의 각 사업소에서 추가 수요가 발생할 때를 대비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원칙을 깨고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재고소진에 나선 이유는 영업손실에 따른 비용절감 차원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한전은 지난해 연결기준 208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연료비 상승과 전력구입비 증가 등의 영향에 따른 것이다. 영업이익이 2017년(4조9532억원)에 비해 무려 5조1612억원이나 감소했다. 이에 1조1745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해 6년 만에 적자 전환했다.

이 때문에 전력량계를 비롯한 다른 기자재 품목들도 올해 구매물량이 대폭 줄었다. 재고를 소진할 때까지 추가 구매를 삼가라는 경영층의 지시가 내려진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한전의 재고관리에 의문을 던지는 시각도 많다. 시간이 지날수록 재고가 많아진다는 지적과 함께 한전이 재고파악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업계 한 전문가는 “한전의 관련 부서에 방문할 때마다 전력량계 재고가 들쑥날쑥하고, 지난해에도 약 4만대의 재고가 있었는데 올해도 마찬가지라는 게 이해할 수 없다”며 “한전은 재고를 투명하게 밝히고, 재고 파악은 물론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역시 고압용 입찰이 없을 경우 전력량계 업계로선 기업경영상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더구나 Ea(Advanced-E)타입과 G타입 전자식 전력량계 모두 재고가 상당량 있는 것으로 알려져 중소기업들은 먹거리 부족에 시달릴 전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한전의 비용절감 정책에 공감하지만 2년간 입찰이 없다면 중소기업들은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며 “중소기업과의 동반상생을 위해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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