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한국전력 빅스톰이 2월 23일 천안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를 3-0으로 꺾은 후 한전 선수단이 환호하고 있다.
수원 한국전력 빅스톰이 2월 23일 천안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를 3-0으로 꺾은 후 한전 선수단이 환호하고 있다.

한국전력 빅스톰 배구단의 차기 연고지를 놓고 수원시와 광주광역시 사이의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지는 분위기다.

현재 한전 배구단의 연고지는 수원이다. 정식 명칭도 ‘수원 한국전력 빅스톰’이다. 지난 2006년부터 현재까지 약 13년 동안 수원실내체육관을 홈경기장으로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꾸준히 한전 배구단의 연구지 광주 이전론이 나오고 있다. 한국전력 본사를 전라남도 나주시로 이전한 만큼 지역 안배 차원에서 배구단도 인근 지역인 광주로 이전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미 광주 이전론은 3년 전인 2016년에도 등장했다. 2014년 한전 본사 이전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배구단은 수원시와 3년 협약을 맺었다. 2016년 5월 1일부터 효력이 발생한 이 협약은 오는 4월 30일에 끝난다.

수원시가 한전 배구단 사무국에 발송한 연고지 재협약 요청 공문(왼쪽). 오른쪽은 광주시가 2014년 배구단 사무국에 보낸 유치 의향서.
수원시가 한전 배구단 사무국에 발송한 연고지 재협약 요청 공문(왼쪽). 오른쪽은 광주시가 2014년 배구단 사무국에 보낸 유치 의향서.

◆ 연고지 요청 공문, 수원시 2월 발송…광주시 “3년 전 이어 20일 두 번째 발송”

광주시는 이번에는 기필코 연고지 이전을 이뤄내겠다는 각오다. 이미 시청 문화관광체육실 체육진흥과에 ‘한전 배구단 광주 이전 업무’를 담당하는 주무관을 두고 있다.

광주시 측은 “KIA 타이거즈(프로야구), 광주 FC(프로축구) 등이 있지만 동계 프로스포츠는 없는 현실”이라면서 “시민들께 동계스포츠를 관람하고 즐길 기회를 드린다는 당위성으로 한전 배구단 연고지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 관계자는 “한전 본사가 이전한 곳이 나주지만 이곳의 정식 명칭은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라면서 “향후 수십 년 동안 한전 본사가 있을 예정인 만큼 지역을 대표하는 동계 스포츠단이 함께 자리 잡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배구단을 연고지를 유지하고자 하는 수원시의 의지도 굳건하다. 이미 지난 2월 연고지 재협약을 요청하는 공문을 배구단 사무국에 보냈다. 협약 기간도 기존 3년에서 5년으로 늘려 오는 2024년 4월 30일까지로 제안했다.

사무국 관계자는 18일 “아직 광주시로부터는 어떤 형태의 공문도 받은 바 없다”면서 “광주시는 3년 전 연고 이전을 추진할 당시에도 요청 공문을 사무국에 보내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광주광역시 측은 “보다 확실한 복안을 갖고 연고지 이전을 추진하기 위해 요청 공문을 준비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또 3년 전인 2014년에는 유치 의향서를 발송한 바 있다면서 사무국 측의 이 같은 전언을 반박했다. 광주광역시는 20일에 공문을 발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원실내체육관(위)과 염주종합체육관(아래). 한전 배구단의 새 둥지는 둘 중 하나로 결정될 전망이다.
수원실내체육관(위)과 염주종합체육관(아래). 한전 배구단의 새 둥지는 둘 중 하나로 결정될 전망이다.

◆ “광주 가면 경기력 의문” vs. “도로공사 여자배구단은 김천서 우승”

한전 배구단이 광주로 연고지를 옮기면 경기력에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프로배구 남자부의 경우 7개 팀 가운데 5개 팀이 수도권에 연고를 두고 있다. 수원에 있는 한전 배구단과 함께 인천(대한항공 점보스), 서울(우리카드 위비), 안산(OK저축은행 러시앤캐시), 의정부(KB손해보험 스타즈) 등이다.

비수도권의 경우 천안(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 대전(삼성화재 블루팡스) 등이지만 수도권에서 가장 먼 대전도 선수단 버스로 2시간 이내로 도착할 수 있는 거리다. 하지만 광주의 경우 최소 3시간이라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

배구계 관계자는 “상당한 거리를 이동해야 하는 선수단의 피로감과 더불어 기량이 뛰어난 선수가 FA 계약을 체결할 때 광주에 거주하려는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라면서 “다른 팀들이 영호남 지역에 연고를 두지 않는 이상 한전이 이동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고 전했다.

또 시즌 전 연습경기를 치르는 상대가 주로 대학팀인 만큼 수도권에 소재한 성균관대학교, 경기대학교(이상 수원) 등과의 교류가 끊어질 수 있다는 점도 한전 배구단 광주 이전론을 약화하는 요인이다.

변수는 한전 배구단의 클럽하우스다. 현재는 의왕시에 훈련장을 두고 있다. 선수단 숙소는 아파트를 임대해 사용하고 있다. 이는 V-리그 출범 이후 15차례 시즌 동안 2011-12·2014-15·2016-17시즌 세 차례만 포스트시즌에 올랐을 뿐 꾸준히 하위권을 전전한 이유로 꼽히는 요소 중 하나다.

하지만 광주시 관계자는 “경기력 때문에 광주에 오지 못한다고 한다면 대한민국의 어떤 프로스포츠단도 비수도권에 터를 잡을 수 없다는 논리”라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비수도권에 있어서 성적이 나지 않는다면 2017-18시즌 통합우승을 차지한 여자 배구 김천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의 경우는 어떻게 설명할 것이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클럽하우스 부지도 제공할 계획이 있다”면서 “광주시민은 물론 전남도민, 멀게는 경남도민까지 아우를 수 있는 명문구단으로 발돋움하는 데 조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배구단은 이미 오산시에 새로운 클럽하우스를 건설할 계획이라는 전언이다. 오산은 수원과 인접한 곳이다. 배구단 측은 “최신식 시설의 클럽하우스에서 대학배구계의 강자인 성균관대·경기대와 지속적으로 연습경기를 치르면서 우수한 기량을 가진 외국인 선수를 선발해 리그의 강호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광주시에서 생각하는 한전 배구단의 홈경기장은 염주종합체육관이다. 하지만 이 체육관은 광주 세계수영선수권대회 및 리모델링 계획으로 인해 2019-20시즌에는 사용할 수 없다.

이에 대해 광주시 측은 “한전 배구단이 온다면 광주여자대학교 체육관 또는 빛고을체육관을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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