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진영 기자
양진영 기자

불과 반년도 지나지 않은 지난해 국정감사 당시 분야를 막론하고 국회 상임위원회를 뜨겁게 달궜던 키워드는 ‘낙하산’이었다.

여러 공공기관을 비롯해 협회, 금융기관 등의 낙하산 인사에 대한 지적이 이어진 가운데 행정안전위원회는 인사혁신처 국정감사에서 퇴직공직자의 취업심사를 문제로 지적했다.

원칙적으로 퇴직공무원은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퇴직 전 5년 동안 소속했던 부서 또는 기관의 업무와 밀접한 관련성이 있는 기관의 취업이 3년간 제한된다.

그러나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공직자윤리위원회에서 취업심사를 거쳐 9가지 조건에 해당된다고 확인해주면 취업할 수 있다.

해당 조건은 ▲국가안보상의 이유나 국가의 대외경쟁력 강화와 공공의 이익을 위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출자하거나 재출자하는 사기업체 등의 경영개선을 위해 ▲기술분야 자격증 소지자가 해당 산업분야의 발전과 과학기술 진흥을 위해 등 다양하고 모호하다.

따지자면 정말 열심히 일하며 경험을 쌓은 공무원의 취업을 무작정 막는 것은 사회적인 손실이며 고급인력을 낭비하는 짓이다.

그러나 문제는 취업심사가 강화된 세월호 참사 이후 취업가능·승인 결정이 80%가 넘는 수준으로 증가했고 공직자윤리위가 어느 조항을 적용해 취업승인을 결정하는지 밝히지 않았다는 점이다.

업계에서도 퇴직을 앞둔 공무원의 취업 소문이 돌면, 업계의 발전을 위해 두 팔 벌려 환영할 때가 있다.

반면 한직에서 월급이나 챙길 수 있도록 전관예우 차원의 배려라면, 겉으로 반기지만 쉬쉬하며 손가락질하곤 한다.

후자의 경우 취업심사는 사실상 법 테두리 안에서 주는 면죄부를 주는 과정이나 다름없는 셈이다.

최근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의 상근부회장 자리에는 통신업계에 공공연하게 돌았던 소문대로 지난해 9월 퇴직한 양환정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보통신정책실장이 취임했다.

그렇지 않아도 정부 출신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진 데다, 이동통신 3사가 운영비를 내고 정부의 보조금도 받는 민간 협회에 고위공무원이 왔으니 시끄러울 만하다.

주변 시선에 오비이락(烏飛梨落)으로 억울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미 자두밭에서 갓을 고쳐 쓴 판이니 꼭 그 자리에서 갓끈을 고쳐 써야 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신임 양 상근부회장은 후자가 아닌 전자대로, 능력과 경험이 출중하고 통신 산업의 발전을 이끌 사람이길 기대해본다.

임기 후에는 정말로 공직자윤리위의 판단이 옳았을지 가늠 될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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