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스홉킨스 대학은 오랫동안 여학생 입학을 불허했다. 40여년 전 논란 끝에 여학생을 받았는데, 그 해 지역 신문에 이런 기사가 실렸다.

‘존스홉킨스 대학 33.3%가 입학 첫 해 같은 대학 교수와 결혼’, ‘뽑아줬더니 공부는 안하고 연애?’ 결론적으로 이 사건은 숫자는 맞았지만 현실을 제대로 반영한 건 아니었다. 당시 여학생 수는 3명. 3명 중 1명이 교수와 결혼한 것이다. 전체 맥락을 고려하지 않은 파편화된 사실이 때로는 진실을 가린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 사태도 비슷한 경우다. ESS는 PCS와 배터리, EMS와 BMS로 이뤄진다. 각각의 구성 요소들은 한국전지산업협회, 스마트그리드협회 등에게 인증을 받는다. 화재 발생 이후 각 제조업체들의 ‘남 탓 공방’도 이에 기인한다. 각각의 제품에는 문제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ESS 산업은 ESS라는 전체 시스템 간의 조화를 고려하지 않았다. 각 제품에 문제가 없더라도 시스템 전체를 고려하지 않아 생긴 문제들이다.

최근 열린 ESS KS 표준 공청회에서 발표를 맡았던 노대석 교수도 “그동안은 PCS, 배터리 등 각각 요소에 개별적 이해에 치중했다면 이제는 ESS를 시스템으로 고려하고 이해하려는 시도가 필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존스홉킨스 논란 당시 여성의 입학을 다시 막아야 한다는 여론까지 일었다고 한다. 만약 그렇게 됐다면 유수의 존스홉킨스 출신 여자 의사를 볼 수 없었을 것이다.

ESS도 마찬가지다. 각각의 제조품들과 역할 속에서 안전성을 높이는 방안을 고려해야 하는 것은 지당하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전체 ESS 시스템 속에서 각자의 역할을 이해하고 조화하는 시각을 길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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