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미국 상무부가 수입자동차 관세부과 권고안을 담은 무역확장법 232조 자동차관세보고서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출하였다. 보고서 내용이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상무부에서는 수입차와 자동차 부품이 미국안보에 영향을 미친다고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미 작년 한미 FTA 개정협상과 USMCA를 통해 미국과의 통상협상을 마무리한 한국, 캐나다, 멕시코는 상무부 보고서의 관세부과 대상에서 제외될 것이라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지만, 연간 80만 대 이상의 자동차를 수출하는 한국 입장에서 국제무역의 이슈를 국가안보 차원에서 접근하는 미국의 입장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미국 내에서 이러한 여론을 주도하는 행정부와 의회를 중심으로 하는 워싱턴의 분위기에 민감할 수 밖에 없다. 이런 우려를 반영하여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미국 워싱턴을 방문하여 여러 미국 행정부와 의회 인사들을 만나기도 했다.

이렇듯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통상환경의 변화가 어느 때보다 많은 변화를 겪고 있는 지금 시점에서 워싱턴 소통의 한 축을 담당하는 한국의 대미 그리고 대워싱턴 경제외교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특히 단순히 미국 행정부나 의회의 의견을 청취한다는 입장을 넘어서 한국의 목소리를 미국 워싱턴의 여론 주도층에 어떻게 각인시키냐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미국 워싱턴 여론 주도층과의 적극적 소통을 통해 미국 워싱턴의 여론이 한국의 이익을 추구하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반하지 않는 방향으로 형성될 수 있도록 관리해야 하는 상황이다.

현재 한미 관계의 공식적인 채널은 한국정부를 대표하는 주미대사관이 되겠지만, 이를 넘어서는 민간교류 차원에서 미국내 싱크탱크, 정관계, 학계 인사들과 경제 외교를 집중적으로 집행할 기관이 필요하고, 현재 이 역할의 일부를 1984년에 설립된 한미경제연구소(Korea Economic Institute: KEI)에서 담당하고 있다. 한미경제연구소는 경제 뿐만 아니라 정치, 외교, 안보 등 다양한 이슈들에 대해서 미국내 한국에 대해 우호적인 여론을 형성하기 위해 설립된 비영리 민간기관으로 워싱턴 내에서 다양한 정책 세미나를 열어 왔다. 특히 지난 9월부터는 주한미국대사를 역임한 캐슬린 스티븐스(Kathleen Stephens)가 소장으로 임명하면서 적극적인 활동을 준비해 하고 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어느 때보다 한미경제연구소를 잘 활용해야 하는 중요한 현재 시점에서 그 역할이 제한적인 범위에 머무르고 있다는 우려가 존재하고 있다. 일부 평가에 따르면, 한미경제연구소는 정관계와 교류하고 공식적인 행사를 주도하기에는 싱크탱크로서 조직 구성에서 부족한 면이 있다고 한다. 그렇다고 대놓고 공식적인 로비단체라고 하기에는 상당한 제약이 많다고 한다. 그러면 어떻게 하면 한미경제연구소의 역할과 기능을 강화할 수 있을까?

먼저 한미경제연구소에 대한 예산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지난 10여년간 작년에 폐지된 한미연구소(U.S.-Korea Institut: USKI)에 집중적으로 예산이 책정된 바 있다. 반면에 USKI보다는 한국 정부가 예산에 대한 더 큰 통제권을 가진 한미경제연구소의 예산은 지난 10여년간 동결 내지 감액되기도 했다고 한다. 따라서 USKI가 폐지된 지금 USKI에 집중되었던 예산을 한미경제연구소로 집중해야 할 것이다.

또한 한미경제연구소가 국익을 위해서 임무를 충실히 하도록 기능과 역할을 명확히 해야 한다. 한미경제연구소에 대한 세간의 비판은 주로 그 제한적인 역할에 있다. 한미경제연구소가 미국의 로비단체로 등록되어 있음에도 그 역할에 충실하지 못하다는 지적도 있고, 과거 임명된 소장의 입맛에 맞춰서 세미나나 행사가 집행되는 경우가 많다고 비판받기도 했다.

한미경제연구소에 대한 예산지원 확대는 이러한 지적들을 하나씩 해결해 가는 과정에서 같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공공외교의 성격을 띄는 경제외교는 경제력에 바탕을 두고 오랜 시간의 노력을 통해서 성과를 거둘 수 있다. 그리고 그 성과는 평상시에는 잘 나타나지 않지만, 지금과 같이 미국 조야와의 적극적인 소통이 필요할 때 집중적으로 나타난다. 모쪼록 한국 경제외교의 위상이 지금보다 높아지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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