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KPS,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볼 수 있어
발전공기업 직고용 ‘부당인력유인’ 해당 가능성
주주·투자자 대규모 손해배상소송 배제 못해

발전정비업체 근로자들이 계획예방정비를 통해 발전설비를 점검하고 있다.(사진은 특정사실과 관련없음)
발전정비업체 근로자들이 계획예방정비를 통해 발전설비를 점검하고 있다.(사진은 특정사실과 관련없음)

발전정비 분야의 노동자를 공기업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 정책의 위법성’ 여부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이 사안에는 민간기업 정규직 노동자들을 비정규직으로 볼 수 있는지, 민간발전정비 육성정책이 성공적이었는지, 발전정비업무가 생명·안전과 밀접한 상시·지속업무에 포함되는지 등 첨예한 사안이 많다.

그러나 법치주의 사회에서는 정책을 추진하면서 법적인 절차를 거치는 것이 중요한 만큼, 공기업인 한전KPS를 중심으로 발전정비 근로자를 공기업 정규직으로 채용하거나 발전공기업이 발전정비 근로자를 직접 고용하는 것이 법적으로 가능한지 따져봐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한전KPS 통한 직고용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여지

현재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방안은 공기업인 한전KPS가 민간 정비업체 근로자들을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것이다.

2018년 기준 47%의 시장점유율을 가진 한전KPS를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본다면 이 방안은 민간정비업체 근로자를 정책적으로 채용함으로써 시장지배적 지위의 남용을 금지하는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공정거래법에 정통한 한 변호사는 이에 대해 “시장지배적 지위에 있는 한전KPS가 정상적인 관행을 넘어 과도한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는 등으로 다른 사업자의 사업 활동에 필수적인 인력을 채용하는 행위에 해당한다”며 “이는 공정거래법 제3조의2(시장지배적지위의 남용금지)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발전공기업 직고용 ‘부당인력유인’ 여지

발전공기업이 한전KPS를 포함한 발전정비업체 근로자를 모두 직고용하는 경우엔 ‘부당인력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

금화PSC, 수산인더스트리, 옵티멀에너지서비스(OES), 원프랜트, 일진파워, 한국플랜트서비스(HPS) 등 민간발전정비 업체들이 지난해 법무법인 태평양으로부터 법률자문을 얻은 바 있다.

태평양은 ‘발전정비산업 발전방안 법률자문용역 최종보고서’를 통해 “발전공기업에 대한 민간정비회사들의 매출의존도가 높고, 단기간 내에 대체인력을 충원할 수 없다”며 “발전공기업이 민간정비회사 소속 근로자들을 직접 고용하는 것은 공정거래법에서 금지하는 사업활동방해(부당인력채용)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현행 공정거래법 시행령은 ‘다른 사업자의 인력을 부당하게 유인·채용해 다른 사업자의 활동을 상당히 곤란하게 할 정도로 방해하는 행위’를 불공정거래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보고서는 “발전공기업이 일반적인 채용과 같은 방식으로 공개채용 절차를 진행하는 경우엔 이를 ‘인력유인’으로 보기 어렵다”면서도 “민간정비회사 직원에 대해 최소한의 평가절차를 거친 후 해당 인원을 직접 고용하는 경우엔 인력유인에 해당할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기술했다.

또한 민간정비회사들의 정비업무 담당 인력이 대거 이탈해 매출의 상당 부분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정비업무의 특성상 대체인력을 구하는 게 어렵거나 시간이 오래 걸리는 등 민간정비회사들의 사업이 상당히 곤란해질 것이라고 봤다.

따라서 공정거래법 제23조(불공정거래행위 금지) 위반으로 판단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전열 다듬는 민간업체…법적대응 시사

정치권과 민주노총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밀어 붙이자 민간 발전정비업체들은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논의의 흐름이 지난해와 달라진 만큼 다시금 법률자문을 맡겼다.

민간정비업체 관계자는 “법률자문 결과를 토대로 법적 대응을 검토할 것”이라며 “정부 정책으로 인한 회사의 투자가치 상실은 대규모 손해배상소송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금화PSC와 일진파워는 상장사로서 일반 주주는 물론이고 외국인 주주에게도 피해를 줄 수 있는 만큼 집단소송으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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