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두영 (주)데이비드스톤 대표이사
허두영 (주)데이비드스톤 대표이사

나이는 같아도 세대마다 특징은 다르다. 예컨대 X세대의 마흔과 베이비붐 세대의 마흔이 같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산이다. X세대가 마흔일 때 ‘영포티(Young Forty)’라는 새로운 수식어가 붙었다. 그만큼 이전 세대의 마흔과 달랐다. 마흔이 되면 으레 보수적이고 권위적으로 된다는 고정관념과 달리, X세대의 마흔은 젊은 사고와 소비 지향의 패턴을 보였다. X세대는 개인주의 성향, 탈권위 성향 등 젊은 시절의 특성이 마흔이 되어서도 크게 바뀌지 않은 것이다. 그들은 나이가 들어서도 젊게 살려고 한다. 이렇듯 세대의 특성은 잘 바뀌지 않는다.

또래집단(Cohort)이 지닌 고유의 특성은 나이가 들어도 유지된다. 마흔이라고 다 같은 마흔이 아니듯이 말이다. 따라서 “내 경험으론 이게 맞아.”라고 생각하는 함정에 빠지면 안 된다. 선후배 세대는 각기 다른 환경, 조건, 경험을 기준으로 생각하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불확실성이 큰 시대에는 더더욱 그렇다. 미래를 예측하기 어렵고 급변하는 시대에 살지만, 예측 가능한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인구’이다. 사람이 태어나고 이동하고 죽는 것은 통계를 활용해 제법 높은 확률로 예측할 수 있다. 인구는 잘 변화하지 않기 때문이다. 세대의 크기는 인구의 크기이며, 세대의 특징은 인구의 특징이다. 그렇기 때문에 세대별 인구의 특징을 아는 것은 미래의 변화를 예측하고 대응할 수 있는 실마리가 될 수 있다.

우리나라 인구의 특징은 대표적으로 ‘저출산’과 ‘고령화’를 꼽을 수 있다. 우리나라의 합계 출산율은 3년 이상 1.3명 이하로 떨어져 초저출산 국가이다. 2017년 출산율은 1.05명으로 2017년 출생아 수는 35만 7800명으로 역대 최저 수준이었다. 2025년이면 우리나라 인구가 정점을 찍고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다. 또 2017년에 노인 비중이 14% 이상인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속도다. 이밖에도 ‘도시 집중’, ‘1인 가구 증가’, ‘비혼 증가’도 우리가 겪고 있는 인구학적 관점에서 중요한 현상이다.

국가적인 차원의 특징과 함께 조직 내 인구 변화도 의미 있는 3가지 이슈들이 있다.

첫째, 밀레니얼 세대의 중년화이다. 2019년은 밀레니얼 세대 초반에 해당하는 1980년생이 40세가 되는 해다. 신세대의 상징 격인 밀레니얼 세대도 어느덧 중년에 접어든 것이다. 기성세대 중년과 구분해 ‘꽃중년’이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선배 세대가 그랬듯이 이제 밀레니얼 세대가 선후배 세대 사이에서 ‘낀 세대’ 역할을 해야 할 순서가 온 것이다.

둘째, Z세대의 새로운 등장이다. 2020년이면 2001년생인 Z세대가 조직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그들은 급격한 출생 인구 감소를 겪은 세대이다. 밀레니얼 세대의 대학진학률이 한때 83.8%(2008년)까지 갔던 것과 달리, Z세대는 60%대로 떨어졌다. 대학이 취업을 보장해주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Z세대가 조직에 합류하면 문화의 변화도 불가피할 것이다. 딸린 식구가 적은 비혼 인구의 증가는 퇴사자의 증가로 이어질 것이다.

셋째, X세대의 임원 진입 가속화와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이다. 조직 내 기성세대의 상징 격인 X세대와 베이비붐 세대가 후배 세대에게 바통을 넘기고 있다. 2018년 58년 개띠에 이어 2019년에 59년 돼지띠가 은퇴한다. 2021년 61년생 은퇴자 수는 89만 명에 육박할 것으로 예측한다. 2024년에 64년생을 마지막으로 베이비붐 세대가 조직에서 물러난다. 기업은 그들의 재교육 요구를 충족하고 평생 쌓은 고급 노동력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가 관건이다. 임금피크제, 조기 퇴직, 성과에 따른 연봉제 유연화 등 새로운 인사 차원의 접근이 증가할 것이다.

인구학적 관점의 다양한 이슈로 인해 조직은 역사상 유례없는 변화를 겪고 있다. 신입의 인구 규모와 특성이 변화하면서 공채가 줄고, 프리랜서가 증가하고 있다. 인구 감소로 인해 청년실업은 2030년경에는 끝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청년실업 당사자인 25~29세 인구가 2021년 370만 명 수준에서 정점을 찍고 내려갈 것이라고 한다. 일본처럼 완전고용이 실현되는 것은 시간문제일 수 있다. 그럴수록 기업 간 인재 경쟁이 늘고, 공채 제도는 폐지되고, 고졸 채용은 늘어날 것이다. 대학 진학은 필수가 아닌 선택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다양한 세대가 무지갯빛으로 시루떡처럼 켜켜이 층을 이루고 있다. 그런 서로 다른 특성의 다양한 세대를 보려면 인구학적 관점을 갖는 것이 필수적이다. 인구는 불확실한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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