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끝'과 같은 기술 발굴, 산업체 육성의 자양분 제공할 것"

직접 지휘하는 전략정책부 신설, 싱크탱크 역할 맡길 것
성과확산본부 통해 지자체와 기업 원하는 기술 개발 총력

최규하 원장이 자신이 만든 신조어 ‘Endustry’를 휴대폰으로 보여주고 있다. 최 원장은 이밖에도 전기연구원과 태극기를 조합한 전기연구원의 디자인 등 수십 개의 디바이스를 고안했다.
최규하 원장이 자신이 만든 신조어 ‘Endustry’를 휴대폰으로 보여주고 있다. 최 원장은 이밖에도 전기연구원과 태극기를 조합한 전기연구원의 디자인 등 수십 개의 디바이스를 고안했다.

‘Endustry’.

전기연구원 즉 KERI ‘E’와 산업의 ‘Industry’를 조합한 신조어다. 전기 전문가 최규하 원장이 직접 만들었다. 모든 산업의 근본이요, 토대요, 동력원인 전기를 연구하는 국내 유일의 국책연구기관의 역할과 책임을 영원히 기억하자는 게 신조어를 만든 취지다. 지난해 4월 취임한 최 원장은 늘 유쾌하고, 활력이 넘친다. 근 36년을 한 대학에서 후학을 양성하던 최규하 원장. 원내 아이디어 뱅크로 통하는 그는 전략정책부를 신설, 그 밑에 미래전략실과 대외협력실을 두고 전기연구원의 싱크탱크로 활용키로 하는 등 조직을 확 바꿨다. ‘창의 끝’과 같은 기술을 발굴해 산업체를 키우고 양질의 영양분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최 원장이 선봉에 선 전기연구원의 기해년이 기대되는 이유다.

-원장을 맡고, 두 해째에 접어들었습니다. 9개월여 동안 원장으로서 느낀 것이 적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제가 원장으로 취임한지 어느덧 9개월이 다 되어 갑니다. 저는 지난 40여 년 동안 전기를 전공해온 기술인으로 살아왔고, KERI의 기술적 성과에 직접 혜택을 받은 국민의 한 사람으로도 살아왔습니다. 그러던 중 지난해 국내 유일 전기전문 연구기관의 수장이라는 중책을 맡게 돼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연구원의 역할과 임무를 정부와 국민에게 명확하게 제시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그동안 연구 활동 중 여러 인연으로 만나본 KERI를 향해 소망했던 것들을 생각하며, 지금까지 쌓아온 저 자신의 역량을 총동원해 연구원 발전에 밑거름으로 삼을 계획입니다.

지난해에는 무엇보다도 KERI의 뛰어난 성과가 대외적으로 인정받은 해였습니다. 국가연구개발 우수성과 100선에 KERI의 성과가 3건 포함됐고, 4년 연속으로 출연연 10대 우수성과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시험인증 부문에서는 비유럽권 최초 세계단락시험협의체(STL) 고압차단기 기술그룹 의장을 두 명 배출했습니다. 또 아시아 최초 전기차 충전 협의체 차린(CharIN) 팀 리더도 배출하는 등 세계 3대 국제공인시험인증기관 KERI의 역량과 위상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해였습니다. 이밖에도 미래형 엘리베이터와 장거리 물류시스템에 활용되는 ‘자속역전 선형전동기 및 제어기술’, 국가 에너지 대전환 정책에 적극 대응하는 ‘초고압직류송전(HVDC) 가공송전 친환경 설계기술’, ‘직류배전기술’, 한반도 해상방위의 첨병인 ‘잠수함용 리튬전지체계’ 개발 및 방사청 기술검사 합격 판정 성과, 국민 건강을 위한 췌장암 및 담도암 진단치료용 ‘형광 복강경 기술’, 전기차 급속충전 국제표준 선도 기반을 마련하는 ‘전기차 DC콤보(하나의 플러그로 급속과 완속 충전을 모두 할 수 있는 충전방식) 패스티벌’ 개최, 대전력 시험설비 측정‧제어 시스템의 자동화 및 현대화, 세계최고 수준 대전력초고압개폐장치 근거리선로고장 시험 기술력 확보 등 대내외적으로 인정받는 대형성과를 창출했습니다."

-올 목표와 비전, 연구의 로드맵도 제시하셨는데...

올 신년사에서 저는 3가지 키워드를 제시했습니다.

"첫째로 소통입니다. 내부적으로는 소통하며 연구하는 개방형 연구 환경을 구축하고, 대외적으로는 전기기술의 진흥과 발전을 위해 국민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한해가 되도록 노력할 생각입니다. 현재 창원시와 강소연구개발특구 지정을 위해 협력하는 등 지자체 유관기관과의 교류를 강화하고 있으며, 지역민들을 대상으로 사회공헌 활동과 다양한 과학문화 확산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지역사회와의 소통을 위해 좀 더 다가가는 연구원이 되겠습니다.

둘째로 한마음입니다.줄다리기는 자기 혼자서 열심히 당긴다고 이기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 모두가 한마음으로 혼연일체가 되어 줄을 당겨야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있습니다. 우리 KERI 임직원들도 한마음 한뜻으로 기관의 발전을 위해 달려갈 수 있도록, 저 스스로가 조력자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려고 합니다. 또한 최근 경제발전을 위한 스마트 공장 등 제조업 혁신,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효과적 대응 등 그 어느 때보다 과학기술계가 가장 많은 주목을 받는 시기입니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 과학기술인들이 한마음으로 힘을 모아 국가적인 과제들을 함께 풀어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셋째로 성과입니다.우리 국민들이 정부출연연구기관을 볼 때, 우리 삶에서 직접 체감할 수 있는 더 많은 가시적인 성과를 창출해 주길 소망하고 있습니다. 초연결·초고령 사회, 지속가능 환경, 에너지 전환, 안전과 생명 등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한 시대적 화두와 새 정부의 정책 방향에 부응하는 성과를 창출하겠습니다. 특히 침체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스마트 산단 구축에 KERI의 첨단 지능전기 기술이 이끌어갈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습니다. 국가와 국익에 기여하는 성과야말로 정부와 국민으로부터 그 고유의 역할과 가치에 대한 존재감을 인정받는 계기라고 생각합니다.올해 열린 마음으로 소통하고, 한마음으로 단결하며 풍성한 성과를 거두어 황금돼지를 성과로 가득 찬 풍성한 기술의 풍년으로 만들겠습니다."

-KERI는 국내 전기 산업계 발전을 위해 기여하는 게 가장 큰 역할입니다. 단기는 물론 중장기인 계획이 좀 다를 것 같은데...

"우선 KERI가 국내 유일의 전기전문 연구기관으로서의 기본적인 책무를 재정립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단기적으로는 ‘재생에너지 3020 정책’ 등 국가사회 현안에 대한 기술 지원을 강화할 예정입니다.고신뢰·친환경 국가 전력망 구축을 위한 신기술 및 정책 개발에 힘쓰고, 차세대 전력기기 기술 개발을 통해 새로운 ‘직류 르네상스’ 시대를 선도하려고 합니다. 또한 국가 주력산업인 공작기기 로봇 생산설비 등 산업생산 자본재 분야의 핵심요소 기술 개발은 물론, 전기소재 융합기술 개발을 통해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효과적으로 대응하려고 합니다.시험인증 부문에서는 KERI의 브랜드 가치 강화에 집중하겠습니다. KERI의 시험성적서 글로벌 인지도 강화는 곧 이를 활용하는 국내 전력기기 업체의 수출경쟁력 강화로 이어지기 때문에, 홍보마케팅 활동을 적극 추진할 생각입니다.

궁극적인 비전은 ‘GLOCAL KERI’입니다. 국내기술 성장 혹은 국외기술 배포에만 주력하는 산발적 성과확산 정책에서 벗어나 ‘미래 세계를 선도하는 세계화된, 글로벌(Globalized) 연구기관’을 만들겠습니다. 또한 ‘국민과 국익을 우선하는 지극히 한국적인(Localized) 연구기관’이 돼 전기분야 국가사회 현안 문제를 해결하는 연구기관이 목표입니다."

-지난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KERI’와 ‘Industry4.0’을 합쳐 ‘Endustry’라는 신조어를 발표했습니다. 신조어의 의미와 실행 사업이 궁금합니다.

"4차 산업혁명의 중심에는 전기공학 기술이 존재합니다. 증기기관의 발명으로 시작된 1차 산업혁명 이후, 지금의 산업발전은 전기의 존재는 물론 컴퓨터와 반"도체로 대변되는 전기관련 기술이 주도했다고 봅니다. 향후 인공지능, 빅데이터, 로봇, 나노기술 등으로 대변되는 4차 산업혁명 역시 전기공학 기술을 기반으로 실현될 전망입니다. 이미 우리의 삶도 이미 전기가 중심이 되는 세계, 즉 '전기화(電氣化, electrification)'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거리의 자동차가 전기차로 바뀌고, 가정의 가스레인지가 전기 인덕션으로 교체되며, 국방의 화약 무기조차도 이제는 전기추진 기술을 이용한 코일건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이제는 전기를 동력으로 삼지 않는 것이 없을 정도로 모든 것이 전기로 이루어지는 전기의 세계가 열린 것입니다. 앞으로는 새와 드론이 함께 날고, 애니메이션 동물이 일반 동물과 함께 놀며, 로봇과 인간이 함께하는 ‘전기 에덴동산’이 더욱 가속화될 것입니다. 저는 이러한 전기화 시대를 우리 KERI가 이끌어 가야한다고 생각해 KERI의 ‘E’와 ‘Industry 4.0’을 결합한 ‘Endustry’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봤습니다. 여기서 신조어 자체보다는, 전기 중심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어 나갈 수 있는 핵심기술의 발 빠른 개발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KERI가 현재 연구하고 있는 전력망 및 신재생에너지, 전력기기, 전동력, 전기재료, 전기의료기기 등 모든 분야가 4차 산업혁명을 이끌어가는 핵심기술입니다. 이러한 기술들이 국가사회 기여를 위해 보다 효율적으로 적용될 수 있도록 향후 3년간의 기관 목표를 제시한 ‘연구성과계획서’를 작성했고, 기관의 역할과 임무를 정부와 국민에게 명확하게 제시하기 위한 ‘R&R (Role & Responsibility) 계획’을 수립해 중장기 발전을 위한 토대를 다졌습니다. 또한 최근에는 지속가능성에 중점을 두고 보다 실질적이고 명확한 역할과 성과를 달성하기 위한 ‘조직개편’이라는 하드웨어적 손질도 거쳤습니다. 지난해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준비하는 기간이었다면, 올해부터는 이러한 시대를 KERI가 이끌어가는 본격 질주의 시기로 만들고자 합니다. 미래세계를 선도하는 과제와 국가·사회적 문제 해결을 위한 과제를 집중 선정하고, 분기별로 성과를 점검하면서 궁극적으로는 4차 산업혁명을 이끌어갈 핵심기술 개발에 성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KERI, 전기계는 알고 있지만 국민들은 정확히 어떤 일을 하는 곳인지 잘 모릅니다. 전기연구원, 어떤 곳입니까?

"KERI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국내 유일 전기전문 연구기관으로 1976년에 설립됐습니다. 경남 지역에 본원을 두고 있는 유일한 정부 출연 연구기관으로, 창원시에 소재한 본원 외에 경기도 안산과 의왕에 분원을 두고 있습니다. 또한 호남권 대용량 신재생에너지 전력변환 및 스마트배전 분야 관련 산업 육성에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게 될 광주분원 설립도 2020년 상반기를 목표로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주요 기능으로는 전기기술 연구개발과 전력기기 시험인증이라는 2개의 큰 업무를 수행하고 있으며, 미래세계를 선도하는 세계화된(Globalized) 연구기관이자 국가와 국익에 기여하는 지극히 한국적인(Localized) 연구기관인 ‘Glocal KERI’를 목표로 모든 임직원들이 열심히 달려가고 있습니다."

-국내 유일의 전기전문 연구기관이라 대한민국 경제를 위한 역할도 막중할 텐데...

"KERI는 그동안 연구 성과의 기술이전을 통해 우리나라 기업체들이 기술개발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신상품 개발을 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왔고, 전력기기에 대한 국제공인 시험인증기관으로서 국내 중전기기 산업 수출경쟁력 향상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스마트 산업단지를 통한 산업구조 고도화 정책에도 적극 참여하는 등 KERI가 보유한 R&D 역량 기반을 제조업과 연결해 상생의 방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새해 대대적으로 조직을 개편했습니다. 올 목표와 연관이 깊을 것 같은데....

"4차 산업혁명 등 새로운 변화의 물결에 현명하게 대처하고, 연구 시험 행정 각 부서별 임무 명확화를 통해 더욱 경쟁력 있는 연구기관을 만들기 위해 임직원의 의견을 적극 수렴해 조직개편을 실시했습니다. 조직개편의 핵심은 ‘국민체감형 성과창출을 위한 역할중심 조직 운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공동창작연구실 운영 등 개방형 연구환경 구축을 통해 구성원 간 협업이 용이한 조직을 만들고, 이러한 조직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연구기획·전략 기능을 수행하는 ‘전략정책부’를 신설한 것이 특징입니다.연구 부문은 명칭의 지속 가능성에 중점을 두고, 국민에게 보다 실질적이고 명확한 역할을 제시할 수 있도록 본부명을 변경했습니다. 또한 2020년 상반기 준공 예정인 광주전력변환연구시험센터의 조기 안정화를 위해 ‘스마트그리드연구단’을 신설했습니다. 이를 통해 주요조직 기준 4개 본부(전력망연구본부, 전력기기연구본부, 전기응용연구본부, 전기재료연구본부), 1연구단(스마트그리드연구단)으로 구성됩니다.시험인증 부문은 기존 지역 중심의 조직편성이 아닌 고객 관점의 사업(시험유형) 중심으로, 총 3개의 본부(시험기획기술본부, 대전력평가본부, 고전압평가본부)로 구성됩니다. 행정부문에서는 연구자들의 피땀으로 맺은 결실을 중소기업지원과 기술사업화에 주력하기 위한 ‘성과확산본부’ 역할 강화, 특히 연구기획 및 대내외 협력 강화를 위한 ‘전략정책부’ 신설이 핵심입니다. 전략정책부는 원장 직속 부서화를 통해 KERI의 보유기술 진단 및 미래 유망기술 발굴 등 기관의 두뇌로서 연구기획·전략 기능을 수행하는 ‘싱크탱크(Think tank)’ 역할을 수행합니다. KERI의 조직은 2명의 부원장(연구, 시험)과 함께 8본부, 4부, 1연구단, 19센터, 26실, 1팀으로 구성됩니다. 이를 통해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요구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반영한 성과, 정부정책의 효과적 수행에 기여하는 국가적 성과, 민생 문제를 해결하는 국민지향적 성과를 달성하는 것이 조직을 개편한 목표입니다."

He is....

최규하(65) 원장은 부산고를 나와 서울대(전기공학과)에서 학사 석사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1993년 건국대 전기공학과 교수로 임용, 이 대학에서 30여 년 동안 엔지니어를 양성해 오다 지난해 전기연구원 13대 원장으로 취임했다. 대학에서는 인버터제어기술연구센터 소장, 전력전자신기술연구센터 소장, 산업대학원 학과장, 에너지전자연구센터 소장, 부총장 등을 역임했고, 전력전자학회 부회장과 회장(현 명예회장)을 맡기도 했다. 과총에서 과학기술우수논문상, 전력전자학회 국문 최다논문상, 산업포장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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