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VDC는 AC기술의 대안이 아닌 전력계통에 꼭 필요한 기술

불안요소 있지만 기술로 극복해야…해외시장은 DC로 전환 중

HVDC 기술자립이 먼 얘기처럼 들린 적이 있다. 이미 해외 유수의 기업들이 50~60년 전에 기술을 개발해 축적해 왔고, 세계시장을 석권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 역시 해외기업들의 잔칫상이 됐었다. HVDC 기술개발에 관심을 갖고 기업들이 참여하며 이제 기술자립이 눈에 잡힐 듯이 가까이 왔다. 한전과 GE가 합작해 만든 조인트벤처 ‘KAPES’는 관련 기술을 차근히 축적하고있으며, 2020년 6월 북당진~고덕 1단계와 2021년 2단계 사업이 끝나면 기술자립에 한 걸음 다가설 수 있다. 울진과 수도권을 잇는 HVDC 사업인 EP(프로젝트명)사업은 기술자립의 가늠자가 될 것이다. 765kV를 상용화하며 세계 최고의 AC송전 기술을 갖고 있는 우리는 AC기술에 대한 맹신이 DC기술의 발전을 가로막는 문턱은 아니었나 되돌아볼 필요도 있다. 세계 전력계통 시장은 DC기술을 필요로 하고 있으며, 필요에 따라 시장도 움직이고 있다. 특히 한·중·러·일 등 동북아지역을 중심으로 전력망을 연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실행으로 옮겨지려 한다. 이때 HVDC 기술이 필요하며, 기술이 없다면 우리는 국가의 신경망으로 불리는 전력계통을 외국 기업의 손에 맡겨야 한다.

계통분야 국내 최고의 전문가인 장길수 고려대 교수와 HVDC 기술자립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박진홍 카페스 대표를 만나 국내 HVDC 기술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들어봤다..

HVDC 기술이 왜 필요한가.

장길수 고려대 교수 (이하 장 교수) “장거리 가공송전과 해저 지중케이블 송전은 AC송전의 경제성 한계 거리 이상일 경우 HVDC송전이 경제적이다. 경제적 한계 거리는 특정해서 정해진 것이 아니라 각국의 환경에 따라 다르다. 송전 거리가 300km 이상일 경우에는 당연히 유리하다.”

박진홍 카페스 대표 (이하 박 대표) “송전과정에서 전력손실이 낮아 먼 거리에 전기를 보낼 때 유리한 것도 있지만, 기술적으로 DC는 전력의 방향과 양을 조절할 수 있다. 이런 장점 때문에 국가 간에 전력을 거래하거나 대규모 신재생단지와 연결했을 때 장점이 있다. 또 HVDC는 전력계통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데 유리하다. 고장전류가 발생하면 고장 계통만 분리해 운영할 수 있으며, 지중 송전선로 건설 시 거리 제한이 없다. AC 송전방식은 지중송전 거리에 한계가 있어 장거리 건설이 어렵다.”

장 교수 “밀양 사태에서 보듯이 주민들이 지중화를 요구하면 현재 AC송전으로는 대규모 지중송전이 힘들다. 주민 수용성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으로 HVDC가 유리하다. 북당진~고덕, 울진과 경기지역을 연결하는 사업도 HVDC로 추진하고 있다.”

현재 국산화가 한창 진행중 인데, 이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나.

박 대표 “카페스에서 기술이전을 통한 엔지니어링 기술자립을 진행하고 있다. 2014년부터 기술이전을 시작해 2018년 말 기준으로 60%의 이전율을 달성했다. 현재 북당진~고덕 HVDC변환설비 건설사업 등 3건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엔지니어를 영국 GE에 파견해 기술이전을 받고 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HVDC핵심기술뿐 아니라 프로젝트를 통한 노하우 등 무형의 자산도 꼼꼼히 절차서화하는 등 체계적으로 문서화하며 시스템을 구축 중이다. 현재 국내에는 HVDC 프로젝트 전 과정을 경험한 전문가가 없다. 신규 직원들을 대상으로 기초에서부터 프로젝트 교육을 하고 있지만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보니 한 사람이 2~3명의 역할을 하고 있어 다소 우려도 있다.”

장 교수 “한전과 GE가 설립한 조인트벤처 (KAPES)를 통해 순조롭게 기술이전 및 개발이 진행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제안하고 싶은 것은 정부와 기업이 참여해 전압형 HVDC 변환기술을 개발하고 있는데 200MW의 목표는 경쟁국가들이 현재 상용화한 규모에 비해 용량이 작다. 기술을 개발해도 향후 국제적인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중국은 이미 1GW까지 개발해 상용화했다.”

HVDC기술의 불안정성에 대한 지적도 있다. 이런 지적에 대한 견해는.

장 교수 “두 개 지점 사이에 전력을 전송하는 가장 신뢰성 있는 방법은 변압기와 전선으로 연결하는 AC송전이다. DC로 공급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선 변환기라는 설비가 추가되는데 신뢰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신뢰도가 전제된다면 경제성을 고려하거나, 꼭 DC공급이 필요한 상황에선 HVDC송전을 해야 한다. 신뢰도가 AC보다 다소 낮다고 해서 DC는 안 된다는 식의 논리는 계통분야의 세계적인 기술흐름에 뒤처질 수 있으며, 기술종속의 우려도 있다. 적용하는 DC설비의 고장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기술력을 확보해야 하며 고장에 대비한 백업대책이 충분하다면 우려를 해소할 있다.”

박 대표 “HVDC는 발전소를 건설하는 것과 같다. 설계비용이 전체 예산의 15%에 달한다. AC와 DC가 혼합되면서 계통 불안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이는 계통 운영과정에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 AC계통과 DC계통을 혼합해 운전하는 과정에서 부딪쳤을 때, 발전단에서 DC와 출동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제어운전의 기술전략은 세워져 있다. 또 DC는 부품이 많다. 이 때문에 운전과정에서 고장요소가 많다고 우려한다. 이런 우려 때문에 백업설비를 더욱 강화한다. 사업자와 계약할 때 99.5%의 신뢰 수준을 갖고 계약을 하고 있다. 특히 변환설비 전체를 오버홀 개념으로 1년에 한 번씩 정비를 한다. 전세계 HVDC 고장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의 HVDC 고장비율이 상대적으로 낮다.

HVDC에 대한 우려의 시각으로만 보면 성공성이 없다. AC의 대안이 아니라 꼭 필요하기 때문에 가는 것이다. 대안이 아니라 여건에 맞는 계통을 고려해서 가는 것이다. 65년 전 HVDC 시스템이 최초로 설치된 후 기술이 발전하면서 세계적으로 150개 이상의 프로젝트가 운전 중이거나 건설되고 있다. 아시아에선 중국만이 제대로 된 기술을 갖고 있다. 외국기술을 받아들여 기술자립을 한 지 20년 가까이 됐다. 2020년까지 40여개의 프로젝트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는 전 세계 40% 이상의 프로젝트를 차지한다. 전 세계적으로 HVDC프로젝트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것은 기술의 안정성을 입증하는 것일 수 있다.”

기술자립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효과는.

박 대표 “카페스는 아직 실적이 없다. 2020년 6월 준공 예정인 북당진~고덕 간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끝낼 경우 실적을 확보할 수 있다. 아직 해외시장 진출은 힘들다. 전 세계적으로 HVDC프로젝트가 많아지면서 건설사업도 있지만 정비 시장도 커지고 있다. 정비시장은 충분히 진출이 가능하다. 국내에선 계통운영의 신뢰도를 높여 한층 안정화될 수 있다. HVDC 기자재를 국산으로 대체하면서 국내 전력산업의 활성화를 이끌 수 있으며, 국내의 산업기반을 바탕으로 해외진출도 가능해질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계통의 섬으로 남아 있는 동북아지역이 슈퍼그리드로 연결될 경우 우리나라가 유리한 위치에서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다.”

장 교수 “세계 HVDC시장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으며 특히 시장이 확대되고 있는 전압형 HVDC기술을 확보하면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은 높아진다. 이 시장의 경우 경쟁기업은 ABB, 지멘스 같은 선진기업이 아닌 중국기업이 될 것이다. 아직은 가격과 기술력에서 앞서기 힘든 상황이지만 MVDC 등 차별화된 영역을 개발할 경우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해외시장 진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필요한 것이 있다면.

박 대표 “HVDC 사업은 토털 솔루션을 제공하는 종합 EPCM 사업이다. 기술자립 후 해외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기존 메이저 3사인 ABB, SIEMENS, GE와 차별화된 전략이 필요하다. 메이저3사의 경우 프로젝트 완성 후 사후관리에선 다소 소홀한 면이 있다. 프로젝트 완료 후 고객의 니즈에 맞는 사후관리를 통해 고객 맞춤형 기술을 개발하고 적용하는 등 고객과 지속적으로 피드백하며 EPCM 능력을 갖춰나갈 것이다. 또 국내에서 우수한 제조 기반을 가진 협력업체를 발굴해 원가를 줄이고 수익성을 확보한다면 세계 최고의 한국형 HVDC사업자가 될 수 있다.”

HVDC 발전을 위해 하고 싶은 말은.

장 교수 “우리나라의 지리적, 정치적 상황을 고려할 때 국가 간 전력계통 연계와 북한 전력계통 개선사업에 참여하는 것은 필수적이며 HVDC기술은 필요하다. 국내 전력계통도 대규모 교류 계통이 갖고 있는 기술적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변동성이 큰 재생에너지원의 확대와 대규모 원전단지의 폐지가 시작될 경우 송전선로의 조류제어가 필요하며 조류제어가 가능한 HVDC가 필요하다. 일각에선 HVDC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지만 HVDC 운영에 따른 신뢰도 문제는 기술적 평가로 검증을 거친 후 변화하는 전력계통의 상황에서 HVDC기술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또 관련 기업들은 전력계통의 환경변화를 주시하고 그에 따른 다양한 레벨의 변환기술을 개발해 국내외시장에 대응해야 한다.”

박 대표 “시스템 설계에서부터 시험 시운전까지 공정의 어느 한 요소라도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기 때문에 HVDC 기술은 종합예술이라 한다. 카페스의 엔지니어들은 현재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 준공뿐 아니라 사업을 하면서 원천기술의 국산화를 위해 만전을 기하고 있다. 이 노력이 기술자립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정부는 단기적인 성과보다는 HVDC기술의 미래가치와 장기적인 기술자립에 대해 관심을 갖고 지원해 주길 바란다. 사업에 참여하는 기업들 역시 긴 호흡으로 기술자립을 위해 함께 노력할 것을 당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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