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당진~고덕 등 진행 중인 국내사업 성공하려면 2~3년 더 걸릴 듯
한전, 전압형 HVDC 기술개발 중…수입 대체·해외진출 경쟁력 UP

국내 HVDC 해저케이블 운전 현황 - 제주 #2 HVDC 연계선로.
국내 HVDC 해저케이블 운전 현황 - 제주 #2 HVDC 연계선로.

HVDC(초고압 직류송전, High Voltage Direct Current) 기술은 크게 계통운영분야, 송전분야, 변환분야로 나눌 수 있다. 이 3개 기술을 완벽히 개발했을 때 HVDC 기술 자립이 이뤄진다. 현재 우리나라의 기술개발 진행상황을 보면 완벽한 국산화는 손에 잡힐 듯하지만, 북당진~고덕 등 현재 진행 중인 사업이 완공되는 2~3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일부에선 아직 HVDC 기술에 대한 완벽하 자립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국내 전력계통에 적용할 경우 계통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의 시각도 있다. HVDC는 전력용 반도체 소자와 제어를 이용해 전력을 교류(AC)에서 직류(DC) 또는 AC에서 DC로 변환하는 전력설비다.

기존 AC 전력계통 고장으로 DC계통 운영에 영향을 받을 수 있으며 반대로 HVDC 내부 고장이 AC 전력계통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일부 계통 전문가들은 북당진 ~고덕 구간을 비롯해 신재생의 확대로 인해 국내 육지 전력계통에 HVDC가 도입되면 운영 과정에서 변환소 인근 발전기와의 공진에 따른 발전기 축 진동과 재생에너지 발전기 증가에 따른 인버터 간 상호간섭 등 다양한 기술적인 오류로 인해 계통 운영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 때문에 한전 전력연구원을 비롯해 관련 기업들은 HVDC 제어기 설계 기술은 물론 운전상태 감시 및 고장원인 분석 등 관련 기술을 확보해 계통운영의 안정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춰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계통운영 기술개발로 AC선로와 DC선로 간 연계 안정성 강화

HVDC 운영 과정에서 계통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선 계획, 설계, 제작, 시험, 그리고 운영 전 과정의 기술이 완벽히 조화를 이뤄야 한다. 현재 한전 전력연구원을 중심으로 HVDC 운영의 핵심인 제어기 설계 및 동적성능 검증 기술, AC 전력계통 조건을 고려한 HVDC 운영기술, 운전상태 감시 및 고장원인 분석 기술 등 계통운영기술 개발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전력연구원 관계자는 “HVDC 정밀 모델링 및 해석 기술은 HVDC의 계획, 설계, 그리고 운영 전략을 수립하는 데 매우 중요한데, 한전은 이미 관련기술에 대한 개발을 완료했으며 현재 진행 중인 HVDC 프로젝트에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기술을 통해 제작사의 설계 결과에 대한 사전검증은 물론 우리나라의 전력계통을 고려한 적합성과 AC 전력계통의 적절한 운영방안 등 다각적인 검토가 가능해졌다. 또 현장과 동일한 조건에서 실시간으로 전력계통을 해석하고 제어할 수 있는 연계 기술도 개발을 완료했다.

‘실시간 전력계통 해석 시뮬레이터와 레플리카 제어기 연계시험 기술’은 현장과 동일한 제어기(Hardware)를 실시간 전력계통 해석 시뮬레이터와 연계해 성능을 시험하는 기술로 HVDC를 운영하고 있는 중국(국가전망, 난방전망), 유럽(National Grid), 그리고 북미(Hydro Quebec) 등의 전력회사에서 운영하고 있는 기술이다.

한전은 또 대규모 실시간 전력계통 해석 시뮬레이터(AKEPS) 구축을 완료하고 우리나라 154kV 이상급 전력계통을 정밀하게 해석할 수 있는 운영기술을 개발해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 중이다. 지난해에는 국내 최초로 대용량 FACTS(동해 STATCOM 및 신제천 SVC)의 현장설치용 제어기와 AKEPS의 연계시험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이를 통해 제어기 동적성능시험에 대한 기술을 확보했으며 추가적으로 HVDC 제어기 연계시험에 대한 절차와 방법에 대한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전력연구원 관계자는 “육지 전력계통에 HVDC가 도입, 운영되면서 발생 가능한 기술적인 이슈는 HVDC 설비의 실제 운영 경험을 통해서도 해결할 수 있지만 HVDC의 운영 중 기술적 이슈가 발생할 경우 우리나라 전력계통의 운영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사전에 이러한 이슈들의 발생을 최소화시키고 최적의 제어성능을 유지할 수 있도록 다양한 기술개발을 수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기술로 MI-PPLP 절연케이블 개발 북당진~고덕 사업에 적용

국내 HVDC 송전분야의 기술은 중국 등 해외의 장거리 가공송전 사례 및 유럽의 해저케이블 적용 사례에 비해 상대적으로 사업화 경험이 적다. 현재는 국내 환경에 적합한 최적의 송전설계 기술을 개발 중이며 이런 기술을 통해 사회적 수용성을 극대화하고 해외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국내 HVDC 케이블 기술은 2011년 국내 최초로 ±80kV 전류형 XLPE 케이블 개발에 성공한 후 2012년 제주 HVDC 실증단지에서 운전에 성공하면서 시작됐다.

2013년에는 ±250kV HVDC XLPE 케이블 기술개발을 완료했으며, 같은 해 국내 기술로 ±250kV HVDC MI 케이블 상용화(제주 #2 연계선로)에 성공했다. 이런 기술을 바탕으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500kV급 MI-PPLP (Mass Impregnated Polypropylene Laminated Paper) 케이블 개발에 성공했다.

현재는 ±500kV 전류형 XLPE 케이블 개발이 진행 중이다. HVDC 케이블은 극성반전에 따른 영향 유무에 따라 전류형 케이블과 전압형 케이블로 구분된다. MI, OF 케이블은 극성반전에 의한 공간전하 축적이 적어 전류형과 전압형 구분 없이 사용 가능하나 XLPE 케이블은 컨버터 종류에 따라 구분해 적용한다.

현재 전류형 HVDC XLPE 케이블은 일본을 중심으로 개발이 진행 중이며 전압형 HVDC XLPE 케이블은 유럽을 중심으로 개발되고 있다.

국내 HVDC 케이블은 ±180kV 제주~해남(제주 #1 선로) 및 ±250kV 제주~진도(제주 #2 선로) 등 주로 해저케이블로 운전 중이다. 국내 최초로 ±500kV 북당진~고덕 HVDC 케이블 사업을 통해 전 구간 육상으로 HVDC 케이블이 설치돼 올해 준공할 예정이다. 북당진~고덕 HVDC 사업에 사용되는 케이블은 국내 기술로 개발된 MI-PPLP 절연 케이블로 총길이 34.2km 구간에서 해저터널 방식, 관로방식, 전력구 방식, 수직구 방식 등 다양한 공법이 적용된다.

한전 전력연구원은 장거리 대용량 전력전송에 적합한 송전방식으로 500kV급의 직류가공선로 실증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최근 고창전력시험센터에선 도체귀로방식 500kV Double Bi-Pole 실증선로를 준공해다. 이 기술은 8GW급의 대용량 전력전송이 가능한 세계 최초의 송전선로다.

▲전압형 변환기술 국산화로 세계시장 노크

HVDC 변환시스템은 크게 전류형 HVDC와 전압형 HVDC로 분류한다. 전류형 HVDC는 과전압 현상 등으로 인해 현재는 800kV급 또는 1000kV급 초고압 HVDC에 주로 사용된다.

전압형 HVDC 시스템은 2010년 지멘스가 미국에 ‘멀티레벨컨버터’ 방식을 적용시킨 이후 매년 2~3GW급의 설비가 건설 중이다. 현재 상용화된 전압은 해상 HVDC 320kV(케이블 상용전압)와 육상 HVDC 400kV급~1GW급에서 실용화가 됐다.

전압형 HVDC Converter 기술(변환기술)은 HVDC 기술의 꽃으로 불리며 최근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특히 전압형 HVDC시스템에 적용된 ‘멀티레벨 컨버터’ 기술은 배전용 MVDC, 선박용 추진시스템, 고속전철, 자기공명 장치 등에 응용되는 기술로, 대부분의 기업이나 국가에서 독자적인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논문발표도 잘 되지 않을 만큼 베일에 싸여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현대중공업, LS산전, 효성중공업이 전압형 HVDC 시스템 대용량 컨버터 기술을 확보했지만 전압형 HVDC시스템 개발에 필요한 100MW급 이상의 컨버터 기술은 개발하지 못했다. 현재 선진국 대비 70~80% 정도의 자립률을 보인다.

우리나라는 한전 전력연구원과 LS산전이 2010년부터 4년에 걸쳐 제주 금악과 한림에 80kV 60MW급 전류형 HVDC시스템을 설계, 제작, 설치 후 시운을 통해 전류형 HVDC시스템에 대한 엔지니어링 기술을 확보했다. 최근에는 전류형 HVDC시스템에 대한 기본설계를 수행할 수 있는 설계검증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수준에까지 왔다.

한전은 2016년부터 자체적으로 멀티레벨컨버터 기반의 전압형 HVDC시스템 설계기술 개발을 시작해 계통검토, 기본설계, 시뮬레이션, 컨버터 및 제어 알고리즘 평가에 대한 핵심기술을 개발 중에 있다.

전력연구원 관계자는 “국책사업으로 200MW급 전압형 HVDC시스템을 개발 중이며 2021년까지 멀티레벨컨버터 전압형 HVDC시스템의 국산화가 완료되면 수입대체 및 해외시장 진출의 교두보가 마련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전압형 HVDC시스템은 전력제어가 가능한 기술적 장점으로 인해 국가 간 연계와 대형 풍력 등 신재생 연계에 적합해 연평균 100GW급의 성장이 예상된다.

도체귀로방식 500kV Double Bi-Pole 실규모 시험선로.
도체귀로방식 500kV Double Bi-Pole 실규모 시험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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