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찬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
강희찬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

2019년 초반 정부가 갑작스럽게 수소경제를 위한 정부의 적극적 지원을 발표했다. 여기서 수소경제란 우주에 흔하게 존재하는 수소를 이용하여 한국의 주요 에너지원으로 발전시켜 수송, 발전, 열에너지 등에 널리 활용하고 이를 통해 유관 산업이 발전하고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자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한국의 높은 에너지 해외 의존도를 낮추고, 대기환경을 깨끗게 할 수도 있다. 수소경제 비전에 대한 찬반 여론이 무엇이든 간에 모처럼 정부가 한국의 새로운 먹거리를 선정하고 이를 위한 기술개발과 그 분야의 시장확대를 위해 매진한다고 하니 반길 일이다. 하지만 한정된 정부 예산에서 수소경제를 위한 정부의 지원정책이 정당성을 얻기 위해서는 반드시 몇 가지를 점검해야 한다.

첫째, 수소경제 관련 기술의 파급효과이다. 정부가 공적예산을 통해 민간의 R&D 개발을 돕는 것은, 만일 그런 국가지원이 없다면 민간의 노력만으로는 충분한 정도의 기술개발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수소 이용관련 기술이 우리 경제에 파급을 미칠 정도가 되려면 가장 중요한 것이 ‘범용성’과 ‘시장성’이 만족되어야 한다. 여기서 범용성이란 수소 이용관련 기술이 전후방 산업뿐만 아니라 여러 산업 분야에도 큰 설비의 변화 없이 널리 활용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며, 시장성이란 기술적 우위 유지 및 글로벌 표준화를 통해 당분간 전세계 시장을 석권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우선 범용성 측면에서 기술적인 부분을 모두 제외하고서라도 지금의 우리의 에너지 경제 시스템은 수소관련 기술이 널리 사용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지 않다. 현재 우리의 주요 에너지 활용은 전기와 석유이며, 이런 측면에서 수송에서의 내연차와 전기차, 발전에서의 화력이나 원자력의 범용성을 앞설 수 없다. 혹자는 천연가스에서 수소를 추출해 이를 연료전지에 적용하여 전기를 생산하여 발전이나 수송에 활용하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에너지는 전환 과정이 길어질수록 손실이 그만큼 커질 뿐임을 명심하자. 이번에는 시장성 측면을 보자. 시장성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한국의 수소 경제 관련 기술이 전세계 표준화를 끌어낼 수 있는 수준이냐의 문제이다. 이 측면에서 봤을 때 한국의 수소관련 기술경쟁력은 거의 최고수준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문제는 한국의 수소 관련 기술이 전세계 표준화를 세울 정도로 최고는 아니라는데 있다. 이 분야 기술은 미국 등 다른 선진국이 표준화를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 수소경제 관련 시장 성장 가능성이다. 사실 정부 공무원은 새로운 기술에 대한 전문가가 아니다. 따라서 어떤 기술이 국내외 시장에서 소위 ‘빅히트’를 낼지는 명확히 예측해 낼 수 없다. 따라서 향후 시장성이 높다고 판단되는 여러 신기술에 대해서 두루 가능성을 열어놓고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한정된 자원 내에서 ‘선택과 집중’이라는 명제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만일 정부의 이번 수소경제 관련 로드맵이 어느 기술이 시장을 선도할지 불확실한 시점에서 자동차 시장의 여러 대안(예를 들어, 전기차, 하이브리드자동차, 수소차)에 대한 차별 없는 지원의 취지라면 이번 발표는 그동안 상대적으로 소외되었던 수소자동차 분야에 대한 정당한 지원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선택과 집중의 전략으로 수소자동차 위주로 로드맵을 제시했다면 이는 매우 위험한 시도이다. 현재 시장은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전환되고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현재 시장 판도가 자명한 상황에서 수소차에 소위 ‘올인’하는 전략은 향후 국내 자동차 시장을 해외메이커에게 모두 내주게 될지도 모르는 위험성을 안고 있다. 하지만 미래 자동차 시장의 판도는 섣부르게 재단할 필요는 없다. 수소차라고 시장에서 두각을 내지 말라는 보장도 없다.

마지막으로 정부가 수소경제 카드를 꺼내는 데는 아마도 남북관계 개선에 따라 한반도를 관통하는 파이프라인이 건설되면,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낮은 가격에 도입할 수 있다는 이점을 십분 활용하고자 하는 포석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예상을 해본다. 왜냐하면, 현재는 천연가스에서 수소를 추출하는 것이 가장 경제성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의 수소경제 로드맵은 남북관계 개선이라는 다소 불확실한 부분이 있지만 현 정부의 나름의 일관성 있는 정책방향이다. 하지만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은 것은 기술의 파급효과나 세계 시장의 성장가능성 등 다양한 가능성을 재점검하고, 전기차 등 다른 기술과의 형평성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정부의 이번 발표가 수소경제가 한국의 유일한 대안이라는 측면에서 나온 것은 아니길 바란다.

저작권자 © 전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