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채용 줄이고 교대 근무 늘리고…근로형태 변화
수당 등 임금체계 개편, 생산원가 절감에 주력

수도권에서 배전반 제조기업을 운영하는 A사장은 최근 전직원회의에서 “매년 5~6명 정도 인력을 충원했지만, 올해는 없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버틴다는 각오로 임해달라”고 말했다.

A사장은 기자와 통화에서 “최저임금 인상으로 전체적인 인건비 상승이 불가피한 반면, 배전반은 계획 생산이 어렵기 때문에 사람을 뽑기가 겁이 난다. 일단 채용하면 일감이 없다고 내보낼 수도 없는 노릇이라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최저임금인상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전력기자재 중소기업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올해 최저임금이 8350원(시급)으로 전년도(7530원)보다 10.9% 오른 데다 주휴수당이 포함되면서 중소기업의 인건비 부담은 적지 않을 전망이다.

예컨대, 주 40시간 근무하는 노동자는 1개월(4.35주 기준) 근로시간이 기본 174시간에 주휴시간(주당 8시간)을 더해 총 209시간이고, 이에 따라 월 환산 최저임금은 약 174만원이 된다. 연봉으로 치면 2094만원 정도가 된다.

A사장은 “특근이나 야근 수당 등을 감안하면 우리 회사에서 최저임금 대상 근로자가 받는 월급은 대체로 2300만~2500만원 수준”이라고 말했다.

최저임금 대상자와 차상위자 간 격차가 사라지거나 역전되는 현상도 기업들엔 골칫거리다.

차상위 근로자의 임금을 자연스럽게 올려야 하는 압박이 되는 셈이다.

기본급이 낮고 상여금과 수당이 많아 연봉 4000만원 이상 근로자가 최저임금 대상에 포함되는 경우도 대비해야 한다.

배전반 업체 B사장은 “통신비나 주유비 수당을 직무수당에 포함시키고, 상여금을 정례화하는 등 최저임금 산입 계정을 수정했다”면서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고육지책이지만, 주휴수당과 국민연금, 고용보험 등 고용유발비용이 늘어나기 때문에 올해 인건비는 최대 20% 정도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중견 전선업체 B사 대표는 “고용부에서 수시로 근로시간을 점검하러 나온다. 일을 많이 시키면 과다근로로 처벌받을 수 있다. 최저임금 대상인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월 250만~300만원 정도 지급하고 있다”면서 “최저임금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이 현장에선 강력한 규제처럼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근무 집중도를 높여 업무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설비 자동화 등 생산 원가를 절감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배선기구 업체 C사 대표는 “최저임금 인상은 제조원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생산효율을 높이는 게 가장 현실적인 대응책”이라며 “설비 자동화율을 높여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배선기구 업체 D사 대표도 “교대 근무 확대 등 인력의 효율적 운영, 설비 자동화를 통해 점차적으로 인력을 줄이면서 제조 경쟁력을 높이는 형태로 경영 방향을 정했다”고 밝혔다.

해외로 공장이전을 심각하게 검토하는 기업도 나오고 있다.

중견 변압기 업체 E사는 “지난해부터 중소 협력업체들이 최저임금 인상을 명분으로 납품 단가 인상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면서 “중국이나 베트남 등 인건비가 저렴한 나라로 공장을 이전하는 것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전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