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전기’신문에서 ‘전자·통신’ 분야를 맡고 있다.

출입처에서도 "네? 전기신문에서 전자요?"라고 물을 만큼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항상 안고 있다.

그런 내게 데스크가 한줄기 빛을 내려줬으니, 바로 ‘스마트 홈’, ‘스마트 시티’ 분야다.

사물인터넷(IOT)를 기반으로 음성인식, 스마트폰 조작 등을 통해 불을 켜고 끄거나, 청소기, 에어컨 등 전자제품을 작동하는 스마트 홈과, 교통, 주거, 보건, 치안 등 도시 인프라 각 분야에서 AI 시스템을 활용해 4차 산업혁명을 구현하는 스마트 시티.

전기배선과 AI가 탑재된 전자제품, 그리고 이를 작동하기 위한 통신까지 포함돼 ‘전기’신문의 ‘전자·통신’ 담당에게 딱 맞는 분야다.

스마트 홈이 뭐냐고 면전에서 물었던 내게 한국스마트홈산업협회 관계자는 어처구니 없는 표정으로 ‘사람이 편해지는 게 다 스마트 홈’이라고 정의했다.

이를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방법이라면 AI스피커를 통한 실내가전 제어가 있다. 취재를 빌미 삼아 스마트 홈을 구현해보고자 관계자들에게 AI스피커 추천을 부탁했고 ‘구글 홈 미니’가 낙첨 됐다.

평소 애용하는 중고나라에서 검색한 결과 하루에도 십 수개씩 올라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대부분은 금방 ‘판매완료’ 된다.

왜 찾는 사람도, 되파는 사람도 많은지 직접 구입해보니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AI스피커와 연동해서 할 수 있는 게 생각보다 적다. IOT 스위치를 구입해 가전제품 전원 공급을 음성명령 또는 앱을 통해 제어할 수 있고, 전등에 와이파이 수신기를 설치해 불을 켜고 끌 수 있다. 영상어댑터를 구입하면 TV를 켜고 끄거나 영화를 연결해서 볼 수도 있다.

10만원 안밖으로 누릴 수 있는 스마트 홈은 딱 그 정도다. 아이언 맨의 ‘자비스’처럼 멋들어지게 살고 싶다면 AI스피커와 연동되는 로봇청소기, 공기청정기, 에어컨 등을 들여야 한다.

지난 14일 스마트홈산업협회가 관련 산업 동향에서 스마트 홈 기기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지도가 75.2%, 이용률이 약 68%로 높게 조사됐음에도 불구하고 제품·서비스 만족도가 약 3.7점(5점 만점)으로 중간에 머무른 이유다.

좀 더 대중들이 쉽게 스마트 홈을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쉽고 저렴하면서도, 다양한 제품들이 출연해야 한다. 이를 위해 업계에서는 중소기업들의 아이디어와 함께 이를 살리기 위한 대기업의 상생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다행히도 SK텔레콤이 지난해 중소 가전업체 스마트 홈 제품 개발을 돕기 위해 인증 Wi-Fi 모듈 공급을 지원하는 등 상생을 실천하고 있다. 반면에는 중소기업의 기술을 탈취해 중국기업에 넘기는 곳도 있다.

대기업들이 책임감을 갖고 스마트 홈 관련 중소기업들을 지원하고 발굴해서 중고 AI스피커가 점점 구해지기 어려워지는 바람직한 결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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