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방송 재직 시절 다양한 방송프로그램 제작 경험이 있었는데 그 중에서도 중소기업을 운영하며 고전하는 분들을 도와드린 일이 가장 보람으로 남아 있다. 좋은 제품이 잘 팔리는 게 아니라 잘 팔리는 게 좋은 제품이란 말이 있듯이 제품의 퀄리티 못지 않게 중요한 건 마케팅이다.

그런데 내가 만난 대부분의 중소 기업인들은 제품 개발비에 모든 돈을 쏟아 부은 탓에 정작 홍보 마케팅할 비용이 없어 도와달라고 찾아오는 경우가 많았다. 디자인 비용을 아끼느라 포장은 다소 조악했지만 제품의 질과 효능은 탁월했다. 나는 안타까운 마음으로 방송 심의에 걸리지 않을 정도의 수위를 간신히 넘나들면서 제조사 대표들의 인생 역정을 방송 인터뷰로 다루며 회사와 제품을 직간접적으로 홍보해 드렸다. 중소기업들은 대기업들처럼 한국방송광고공사 (KOBACO)를 통해 매스미디어에 방송광고를 의뢰할 만한 형편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방송 중 사연을 보내주는 청취자들을 추첨해 그 제품으로 선물을 보내주며 멘트하는 형식의 방송협찬으로 전국에 알렸는데 꽤 효과가 있었다.

그 중에는 집까지 팔아가며 정말 머리가 하얗게 세도록 연구개발에 평생을 바친 분들도 있었다. ‘어떻게 하면 음식물 쓰레기나 자기장, 태양광을 이용한 대체에너지를 개발해 고갈돼가는 지구촌의 자원위기를 대비할 것인가,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친환경 농사를 지어 오염된 토양을 복원할 것인가’, ‘공기오염과 미세먼지 방지를 위해 자동차 배기가스를 대폭 줄이는 친환경 제품을 내놓을 것인가’, ‘난치병에 속하는 탈모, 아토피와 여드름, 관절염, 당뇨병을 천연 건강기능식품으로 치료할 것인가’, ‘소금의 유실을 감수하고서라도 여러 번 물에 씻어 독성을 제거한 천일염과 기능성 소금을 상용화할 것인가’, ‘우리나라 쌀 소비를 위해 밀가루를 1%도 넣지 않은 쌀국수라면을 생산 보급할 것인가’, ‘납치나 쇼크로 인한 위험상황에서 모바일을 통해 자신의 위험을 신속하게 알림으로 국민들의 생명을 보호할 것인가’… 등의 고민과 씨름하며 스스로 고난의 길을 걸어가고 있었다.

지구촌을 살리고 사람의 생명을 연장하는 일을 소명처럼 어깨에 짊어지고 평생을 집념과 끈기로 버텨온 기업인들이 스스로에게 던지는 이 ‘어떻게 하면’이라는 질문은 고난 중에서도 위대한 발명의 단초가 되어 수많은 기적을 이루어냈다. 휘발유와 경유를 사용하지 않는 전기차와 수소차를 발명해 낸 사람도 이 ‘어떻게 하면’이란 질문으로 시작했을 것이다.

‘어떻게 하면’은 에디슨으로 하여금 전기를 발명하게 했고 라이트 형제에게는 최초의 비행물체를, 세종대왕에게는 한글을, 이순신 장군에게는 거북선을, 유관순 열사에게는 독립만세를, 헨델에게는 메시아 작곡을, 이준 열사에게는 죽음를 불사하고 헤이그에서 대한제국의 주권을 외치는 용기를, 레오나르도다빈치에게는 위대한 창작을, 스티브잡스에게는 손 안에 PC인 아이폰 개발을 하게 했고, 가족의 건강을 생각하는 주부에게는 최고의 식탁을 준비하게 한다.

피터 드러커(Peter F.Drucker)는 “노벨상을 탄 사람과 아닌 사람의 큰 차이는 IQ나 직업윤리가 아니라 큰 질문을 던지는가 아닌가이다”라고 했다. 그런데 큰 질문은 스스로에게 던지기도 하지만 동기부여와 협업을 이끌어내는 데 사용할 줄 알아야 한다.

디미니셔(Deminisher)형 리더는 조직원들에게 질문을 던지더라도 자신이 해답을 미리 갖고 상대의 의견에 귀 기울이지 않는 전지전능자다. 하지만 멀티플라이어(Multiplier)형 리더는 상대가 생각하는 힘과 창의적인 의견을 끌어내 목표를 이루게 하는 도전자다. 전자는 ‘어떻게 하면’ 자기 조직의 이익을 더 챙길 수 있을까라는 부서 이기주의에 빠지기 쉽지만 후자는 ‘어떻게 하면’ 경쟁구도 속에서도 상생의 길을 찾아내도록 한다.

리더는 답을 제공해주는 사람이 아니라 최고의 생각을 이끌어내는 사람이다. 조직과 기관에서는 연말에 한 해를 점검하고 새해의 계획을 세운다. 그 목표와 실행계획 속에는 “어떻게 하면”의 거룩한 고민이 조직과 지역 이기주의를 극복하고 더 나은 세상으로 나아가도록 기여하는 데에 초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전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