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무술년이 저물고 있다. 이른바 ‘원전 공론화’와 ‘전기료 누진제 개편’이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었던 작년에 이어서, 올해도 전력산업의 패러다임 전환을 둘러싼 여러 논란은 뜨겁게 지속되었다.

그 가운데, 전원믹스 내에서 원전의 비중을 줄여가고 재생에너지의 비중을 높여가는 에너지전환정책은 여전히 큰 논란의 대상이다. 원전에 내재된 방사능이라는 잠재적 위험성과 사후처리비용을 고려할 때, 원전의 축소를 결정한 현정부의 정책은 수긍할 수 있는 내용으로 생각된다. 그리고, 재생에너지의 비중을 높여가는 것 또한 거스를 수 없는 세계적인 추세임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다만, 향후 원전비중의 변동은 (비록 장기간에 걸쳐 이루어지더라도) 재생에너지의 증가와 맞물려 전력공급의 경제성에 큰 변동을 야기할 가능성이 다분하다. 전력다소비업종으로 구성되어 있는 우리 산업계가 이에 재빨리 적응할 수 있는 충분한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 아울러, 급격한 원전축소가 원전의 안전한 운영을 위해 필수적인 원전공급망을 붕괴시킬 수 있다는 원전산업계의 우려 또한 주의 깊게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그런데, 전력산업의 패러다임 전환에 관한 현재의 담론은 몇 가지 핵심 이슈들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선, 현재의 에너지전환정책은 에너지전환의 가장 중요한 목적 중 하나인 기후변화대응 측면에서 여전히 불충분하다는 지적이다. 에너지전환개념을 본격적으로 도입한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의하더라도, 기후변화에 큰 영향을 미치는 석탄발전의 비중은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는다. 새해에는 전원믹스 내 석탄발전의 역할에 대한 조정 없는 기후변화대응이 진정으로 가능한지에 대해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또 하나 간과되고 있는 중요 이슈는 재생에너지 비중 증가에 따른 전력계통의 안정적 운영 및 이를 위한 송배전망 확충 문제이다. 비록 재생에너지가 한계비용 제로를 자랑하고는 있지만, 전력계통과 송배전망 운영에는 기술적, 경제적으로 상당한 부담을 주는 전원이다. 현재 대규모 사업 위주로 추진되고 있는 재생에너지사업들이 전력계통 및 송배전망과의 정합성 없이 성공적으로 추진될 수 없음은 자명하다. 무엇보다도, 덕 커브(duck curve) 문제를 비롯해 DC 위주의 변동성 전원인 재생에너지의 비중 확대가 AC 위주로 구성된 전력계통의 관성(inertia)에 미치는 영향은 심각하게 고려되어야 하고, 그에 대한 대응방안도 신속히 수립할 필요가 있다.

전력신산업의 활성화를 위한 전력산업규제 혁신 문제 또한 상당한 중요성을 가지고 논의가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의 현재 전력산업규제는 지난 세기 초 전력산업 확장기에 형성된 미국의 규제협정(Regulatory Compact)에 기원을 두고 있다. 그러나, (지난 번 칼럼에서 언급한 법적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P2P, 마이크로그리드, V2G, VPP 등 예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내일의 산업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마당에 언제까지, 그리고 누구를 위해 어제의 규제를 존치해야 하는 것인지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해야 할 것이다.

에너지전환을 위시한 전력산업에 관한 최근의 여러 담론들은, 기존에 특정 관료와 업계 및 전문가들의 전유물에 속했던 전력산업이라는 영역을 전기소비자 모두가 참여하는 영역으로 탈바꿈시킨 점에서 큰 기여를 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담론방식은 전문성, 포용성과 투명성을 도외시함으로써 정치 과잉, 사회적 갈등 야기라는 상당한 부작용 또한 초래하였다. 전력산업의 내일이 어제, 그리고 오늘과 다르다고 한다면, 전력산업의 미래를 위한 담론방식 또한 과거 및 현재를 위한 담론방식과 달라져야 한다. 전력산업이 선진성, 개방성과 투명성을 지향한다면, 전력산업의 담론방식 또한 전문성, 포용성과 투명성에 바탕을 두어야 한다. 2019년은 전력산업의 미래에 대하여 보다 선진적이고 개방적이며 투명한 담론 형성의 기원이 되는 해가 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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