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니즈 맞춰 신재생・ESS 등 전략적 투자로 위기 돌파”

국내 중전기기 업계를 대표하는 기업 중 하나인 현대일렉트릭앤에너지시스템(대표 정명림, 이하 현대일렉트릭)이 수장을 교체한지 140일이 지났다. 지난해 8월 17일 임시주총을 통해 2대 대표이사로 취임한 정명림 대표는 중동과 북미 등 해외 수출시장에서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한 구원투수로 등장했다. 변화와 혁신을 기치로 내건 현대일렉트릭의 세대교체가 시작된 것이다.

정 대표는 아주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한 뒤 1983년 현대일렉트릭의 전신인 현대중공업 전기전자시스템사업본부에 입사했다. 30여년 동안 고압차단기·변압기의 설계와 생산을 두루 경험한 전력 전문가다. 그만큼 현장 경험이 풍부하고 업무에 대한 책임감은 물론 직원들과의 소통에도 적극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현대일렉트릭은 선박과 중전기기 해외시장의 여건악화로 시장의 기대치를 밑도는 실적을 냈다. 올해는 어려운 대외환경 속에서 돌파구를 찾기 위한 전략적 투자가 단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소방수로 투입된 정 대표의 경영능력이 진정한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정 대표를 만나 올해 수출전략과 사업목표 등을 물었다.

▲우선 2018년 한 해를 마무리한 소회 한 말씀 부탁드린다.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시장 상황에서 대표이사에 취임하게 돼 어느 때보다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고 경영에 임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쿠웨이트에서 385억원 규모의 가스절연개폐장치(GIS) 및 분로 리액터(Shunt Reactor) 공급 계약에 성공하는 등 소기의 성과를 달성하기도 했다.

그러나 세계적인 경기 침체 지속과 보호무역주의 확산,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후발 주자들의 적극 공세 등 어려운 환경 속에서 지난해 아쉬운 실적을 남긴 것이 사실이다. 올해에는 내실을 강화해 안정적인 성장 기반을 구축하는 한 해가 될 수 있도록 더욱 분발하고자 한다.

▲지난해 8월 대표 취임 이후 가장 먼저 한 일은 무엇인가.

취임 후 울산, 분당, 서울 사무소를 오가면서 영업, 설계, 생산, R&D, 품질, 경영 등 각 분야의 임직원들을 만나서 회사의 현 상황과 미래에 대한 의견을 청취했다. 임직원들의 다양한 의견을 되새기며 회사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 고심할 수 있었다.

이를 바탕으로 회사의 내실 강화 및 수익성 개선을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제품의 기술력과 품질 향상, 대 고객 영업력 강화, 전 부문에서의 원가경쟁력 향상을 집중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추진한 신산업 성과가 궁금하다. 올해 사업방향과 투자계획은 어떤가.

지난해에는 강점 분야인 에너지저장장치(ESS)를 중심으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며 실적을 축적했다. 경기 여주시 자전거 도로에 3.3MW 규모 태양광패널 및 10MWh급 ESS 설치를 위한 협약을 체결했고, 충남 서산 간척지 일대에 140MWh급 ESS를 공급하는 계약을 맺은 게 가장 큰 성과 중 하나다.

동시에 2017년에 처음 공개한 ICT 솔루션 브랜드인 인티그릭(INTEGRICT)의 기술 경쟁력 강화에도 주력했다. 인티그릭은 전기·열·가스 등 각종 에너지 시설을 통합 관리하는 지능형 솔루션이다. 미국 디지털기업인 PTC사와 기술 안정성 강화 및 글로벌 비즈니스 확대를 위한 업무 협약을 추진했으며, 현대중공업과 공동 개발한 스마트십 솔루션(INTEGRICT-Smart ship Solution)의 기능에 대해 영국 로이드 선급으로부터 개념설계 인증도 취득했다.

올해는 산업용 ESS 사업의 국내 비중을 유지하면서 해외 시장 진출을 모색할 계획이다. 또 신재생에너지와 ESS 연계 시장이 성장하고 있는 상황에 발맞춰 지자체 유휴 부지를 활용하는 민·관·공 협력 개발사업 및 태양광용 ESS 사업도 확대하고자 한다. 이 밖에도 전기차 충전 인프라 사업 확대 등 다양한 에너지 융·복합 산업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할 계획이다.

▲2019년 주요 사업계획과 경영방침이 궁금하다.

올해 당면한 시장 상황도 그리 밝지는 않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발주 물량 회복이 지연되고 있으며 가격 경쟁력을 보유한 중국, 인도 등 후발 주자들이 빠르게 추격하는 등 어느 하나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올해는 품질혁신 고객만족, 제품경쟁력 향상, 영업 경쟁력 강화 및 신시장 개척, 안전하고 보람찬 일터를 주요 경영방침으로 삼아 당면한 위기를 돌파하고자 한다. 이에 지속적인 R&D 투자를 통한 기술 경쟁력 확보, 원가절감을 통한 제품 수익성 강화, 글로벌 영업 네트워크 강화 및 사업협력, 신규 시장 개척 등을 추진해 회사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지난해 실적이 시장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는데 만회하기 위한 묘안이 있다면.

전 세계 전력인프라 시장은 가격과 기술면에서 더욱 치열하고 심화된 경쟁구도에 돌입하고 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당사는 지속적으로 내부 역량을 강화하여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고자 한다.

먼저 변압기 스마트 팩토리가 2019년 완공될 예정으로, 공정상 원가절감과 생산 시스템의 고도화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생산 공정에서 효율성 제고와 주력 제품의 수익성 개선으로 원가를 절감하고, 안정적인 성장 기반도 구축하고자 한다. 또 아시아, 아프리카 등 성장가능성이 큰 신규 시장에 대해 글로벌 네트워크 강화 및 턴키(Turn-key, 설계시공 일괄입찰방식) 공사 참여 등을 통해 수주 확대를 추진할 계획이다.

기술경쟁력 향상을 위한 R&D 투자도 지속할 계획이다. 지난해 5월 구축한 신뢰성센터를 활용해 제품의 설계 건전성을 개선하고, KOLAS(한국인정기구) 공인시험기관 자격 획득을 진행해 센터의 전문성을 강화하고자 한다. 여기에 연구개발 시작실을 구축하고 클라우드를 도입하는 등 제품 개발기간을 줄이고, 품질경쟁력 높일 예정이다.

▲신재생에너지 산업과 관련해 전 분야에 걸쳐 친환경제품에 대한 경쟁력확보가 기업의 생존전략이 됐다. 현대일렉트릭은 어떤 준비를 하고 있나.

국내 시장의 경우 정부 정책에 따라 신재생에너지 비중이 확대되고, 이와 연계된 전력기자재 발주량도 증가하고 있다. 이에 태양광, 풍력, 바이오매스 등 신재생에너지와 연계된 전력기자재 사업도 활성화하고자 한다.

특히 온실가스 저감, 신재생에너지 확대 등 시장의 요구에 맞춰 선제적 입지를 구축하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이에 주력 전력기기 제품을 친환경적으로 설계하고, 관련 기술 개발도 진행 중이다. 지난해 친환경 배전반 내아크 모델 및 친환경 가스개폐기용 VI 개발이 이뤄졌고, 저소음 전력변압기, 육불화황(SF6) 가스 대체 절연물을 적용하는 GIS 등의 제품 개발도 한창이다.

이와 더불어 인티그릭을 통해 건물, 공장, 선박의 에너지 효율을 높여 연료 사용량을 감축하는 한편, 태양광, 풍력 발전 등 신재생에너지와 ESS 연계 사업 확대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해외시장 개척을 위한 새로운 접근이나 전략이 있다면.

올해는 중동시장 고객을 확대하고, 신규시장을 개척할 계획이다. 또 신재생에너지와 연계한 전력기자재 사업에 대한 영업력을 극대화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을 전략이다.

지금까지는 주력 시장이던 사우디를 중심으로 중동 시장에 참여해왔다. 그러나 유가 하락으로 인한 사우디 재정악화와 내부 정세불안으로 발주 물량이 급감했고, 경기 회복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UAE, 쿠웨이트 등 다양한 중동 국가로 시장을 확장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GIS 개선형 모델을 통해 제품 경쟁력을 높이고, 변전소 턴키 공사에 지속 참여하는 전략을 펼칠 계획이다.

또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 성장 가능성이 큰 아시아 신규 시장에 대한 참여 확대도 지속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EPC, 상사 등 글로벌 네트워크 제휴 강화 및 변전소 턴키 공사 참여 등을 통해 주요 고객에 대한 입찰기회를 확대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글로벌 중전기 업체들과 기술이전, 공동 기술 개발, 신규 네트워크 개발 등 포괄적 사업 협력을 통해 신시장 개척에 힘을 쏟을 것이다.

▲평소 생활신조와 경영철학이 궁금하다.

저의 생활신조는 ‘기본과 원칙에 충실하여 신뢰를 주는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이는 회사 경영에서도 통용된다고 생각해 평소 직원들에게도 강조하고 있다. 대내외 환경이 어렵지만 그럼에도 제품의 품질과 기술에 충실하고 임직원들이 각자 사명감을 가지고 업무에 임한다면, 새로운 도약의 기회가 반드시 찾아올 것이라고 확신한다.

<프로필>

▲1959년 출생 ▲아주대 기계공학과 졸업 ▲1983년 현대중공업 조선사업본부 입사 ▲2012년 전기전자시스템사업본부 전력기기 부문장 ▲2016년 현대중공업 안전경영 부문장 ▲2017년 현대중공업MOS 대표이사 부사장 ▲2018년 현대일렉트릭 대표이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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