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서진(사단법인 개성공단기업협회 상무)
김서진(사단법인 개성공단기업협회 상무)

2018년 무술년이 저물고 있다. 한 해를 보내면서 사람들은 저마다 그 의미를 돌아보고 있을 것이다. 개성공단 입주기업인들에게 2018년은 희망과 좌절의 롤러코스터가 된 한 해였다.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로부터 시작된 한 해는 2016년 개성공단이 전면 중단된 이래로 절망의 늪에 빠져있는 개성입주기업인들에게 실낱같은 희망을 품기에 충분했다. 지난 연말까지는 하루가 멀다고 핵실험에 장거리탄도탄 발사 등으로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날 것 같은 분위기에서 언제 그랬냐는 듯이 평창동계올림픽으로 한반도 평화의 서막이 시작되었고, 십년에 한두번 있을까말까 하는 남북정상회담이 3번이나 열렸고, 여기에 기적같은 북미정상회담이 이뤄졌다. 입주기업인들은 당연히 개성공단이 재개될 줄 알았다. 하지만 북미관계가 교착국면에 빠지면서 우리 입주기업인들은 또다시 앞날을 기약할 수 없는 답답한 마음으로 무술년 세밑을 보내고 있다.

구조적인 잠재성장률 저하, 초저출생률, 초고령화, 만성적인 일자리 부족 등 대한민국 경제는 구조적 한계에 직면해있다. 이런 한계를 뚫고 대한민국 경제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서 전면적인 남북경협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적이다. 한반도의 지경학적 이점을 극대화시키기 위해서 남북경협 전면화를 통한 북방경제 개척을 통해 남방경제와 북방경제의 허브로 만드는 것은 우리 경제의 절박한 과제다. 현 정부의 한반도신경제 구상은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천리길도 첫걸음을 떼어야 한다. 3대경협사업의 복원이 첫걸음이다.

개성공단 재가동, 금강산관광 재개 및 철도·도로 연결사업 등 3대경협사업은 김대중정부와 노무현정부에서 추진한 핵심 경제협력사업이었다. 북한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정착을 통한 한반도 안전보장의 핵심고리다. 특히 개성공단의 가치는 각별하다. 남북 양측의 최전방으로 군사적 요충지에 남측 자본과 기술, 북측 토지와 노동력을 결합하여 남측의 중소기업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여 북측의 5만4000여명의 근로자와 남측의 1000명이 넘는 주재원들이 함께 생산하던 현장이었다. 한마디로 개성공단은 안보와 평화의 보루였던 셈이다. 개성공단이 가동되고 있는 한 한반도는 안전하다는 것이 국민들과 국제사회의 인식이었다. 이런 가치 때문에 금강산관광과 철도는 2008년도에 중단되었지만, 개성공단만은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도 폐쇄하기 쉽지 않았다. 결국 박근혜 정부가 법절차도 무시하고 자해적으로 폐쇄하고 말았지만 헤아릴 수 없는 폐해만 남기고 말았다. 만약에 개성공단이 닫히지 않았다면 남북관계 정상화는 지금과는 다른 방향으로 선순환했을 것이다.

남북관계 개선을 통한 남북경협사업은 3대경협사업의 복원으로부터 시작할 수밖에 없다. 이런 의미 때문에 4.27판문점 선언과 9.19평양선언에 3대 경협사업은 고스란히 담겨져있다. 4.27 판문점선언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고려하여 3대경협사업을 직접 추진하는 내용을 명시하지 못하고 우회적인 방식으로 접근하였다. 판문점선언에서 개성공단사업은 제1조 ③항 “남과 북은 당국 간 협의를 긴밀히 하고 민간교류와 협력을 원만히 보장하기 위하여 쌍방 당국자가 상주하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개성지역에 설치하기로 하였다”로 표현하였고, 금강산관광사업은 1조 ⑤항 “8.15를 계기로 이산가족·친척 상봉을 진행”, 철도도로연결사업은 1조 ⑥항 “동해선 및 경의선 철도와 도로들을 연결하고 현대화”로 표현하였다. 궁색하지만 양 정상은 3대경협사업 재개 의지를 우회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양 정상은 9.19평양공동선언에 3대경협사업을 직접 명기함으로써 한걸음 더 나아갔다. 평양선언은 개성공단사업과 금강산관광사업에 대해 2조 ②항 “조건이 마련되는 데 따라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사업을 우선 정상화” 한다는 문구를 명기하고 이를 확대발전시키고자 “서해경제공동특구 및 동해관광공동특구를 조성하는 문제를 협의”하자는 것으로 그 의지를 더욱 굳건히 하였다. 또한 철도도로연결사업은 2조 ①항 “금년내 동·서해선 철도 및 도로 연결을 위한 착공식”을 명기하여 더욱 구체화하였다.

9.19평양선언에 3대경협사업 재개를 명기함으로써 양 정상은 이제 직접적으로 3대경협사업 이행 책임을 지게 되었다. 이후 9.19평양선언을 실현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남북양정부는 대북제재와 무관한 개성공단입주기업의 시설점검을 위한 기업인의 방북을 추진하였지만 현재까지 성사되지 못하고 있다. 하루빨리 성사되어야 한다. 개성공단에 두고온 공장은 우리 입주기업인들에게 잃어버린 자식과 같다. 그런데도 생사확인조차 할 수 없는 답답한 상황이다. 그리고 추운 겨울이 왔다. 폐쇄 후 3번째 겨울이다. 개성공단은 남측의 문산에서 10만KW를 보내서 가동했다. 그 전기로 개성공단의 공장이 더는 파손되지 않고 따뜻하게 겨울을 나게 하여 기계소리가 개성공단에 울려퍼지기를 염원하고 또 염원하면서 기해년을 기약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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