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한경 서울시립대학교 교수
성한경 서울시립대학교 교수

지난 5일 제주도 원희룡 지사는 중국자본이 투입되는 녹지국제병원의 제주도 개설에 대한 조건부 허가를 발표했다. 이는 지난 10월 숙의형 공론화위원회가 개설 불허의견을 권고한 것에 반대되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일각에서는 원희룡 지사의 결정을 비판하고 있다. 그리고 의료시장개방이 의료민영화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점에 대한 비판도 비등하다.

의료시장개방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외국의 병원이 한국에 설립된다는 점은 단순히 병원 몇 개가 들어오는 정도로 가벼운 일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한국의 의료서비스는 요양기관당연지정제로 대표되는 건강보험체계와 이익의 법인 외 배당이 불가능한 비영리병원으로 특징지어진다. 그런데, 외국에서 투자한 병원들은 이러한 두가지 제약하에서는 한국에 병원을 만들지 않을 것이다. 즉, 국내시장에 진입하는 외국병원들은 요양기관당연지정제의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에 건강보험체제에 포함되지 않고, 영리법인의 형태로 병원운영에서 발생한 이익을 투자자에게 배분할 수 있다. 이러한 변화가 건강보험체계의 근간을 흔들게 되고, 병원의 영리활동 추구로 인해서 의료서비스의 단가가 상승할 것에 대한 우려가 사회전반에 퍼져 있다. 그러한 일로 인해서 국내의료서비스의 공공성이 훼손될 수 있음도 걱정하고 있다. 제주도의 경우 외국인 환자만을 진료하는 조건하에서 허가되었다고 해도 그러한 건강보험체계 밖에 자리 잡은 영리병원의 시작이라는 시각도 존재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의료서비스 시스템을 그대로 유지하는 대신, 해외에 개방함으로써 의료서비스의 공공성을 높일 수 있다. 정부에서는 ‘문재인 케어’로 대표되는 건강보험 공공성 강화 계획을 발표하고 추진 중이지만, 여전히 의료서비스의 공공성을 강화하기에 부족하다. 또한 서울과 지방의 격차를 이루는 큰 요인 중의 하나가 의료서비스의 질적 차이라는 것은 누구나 인식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지방을 중심으로 의료시장을 개방한다면 다음과 같은 방법과 이유를 통해서 국내 의료체계의 부족한 점을 일부 메워서 의료서비스의 공공성을 제고할 수 있다.

첫째, 의료서비스의 공공성을 시설 면에서 살펴보면 서울이 아닌 지방을 중심으로 해외병원 개원을 유도해 국가 전체적으로 양질의 의료시설에 대한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 KTX와 SRT의 개통으로 인해 서울과 지방간 접근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되면서, 서울의 대형병원으로 의료 쇼핑을 하러 오는 일은 많이 있다. 즉, 지방에도 의료서비스에 대한 수요 특히 높은 수준의 의료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상당히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만큼 지방을 중심으로 외국 병원이 우리나라에 진입할 수 있도록 정책적 조정만 한다면, 국가 전체적으로 첨단 의료시설에 대한 접근성을 제고할 수 있다.

둘째, 의료서비스의 공공성을 의료인력면에서 볼 때 지방을 중심으로 한 의료시장 개방은 의료인력의 지방배치를 활성화시킬 수 있다. 의료서비스의 공공성 강화를 위해 더 많은 의료 인력들이 서울과 지방에 공급돼야 한다. 서울지역에서의 의학전문대학원을 포함한 의대 정원은 오랜 기간 고정돼 있고, 일부 지방의대에 대해서만 정원이 소폭 증가한 바 있다. 보건복지부가 폐교된 서남대 정원으로 직접 공공의대를 운영하려고 하지만 이는 의대생 증원은 아니다. 그런데 지방에 배치될 외국 병원이 대학은 아니기 때문에 의대생을 배출하는 데에는 제한적 역할만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서울과 지방 모두에서 의대 정원을 모두 늘려야 한다. 특히, 우수한 국공립 병원이 많이 있는 서울지역에서는 국공립 대학을 중심으로 정원을 늘리거나 신규 배정하게 되면 좀더 잘 훈련된 의료 인력들이 양성될 수 있다.

이렇게 서울의 국공립 대학과 지방에서 양성된 의료 인력들이 정부의 정책적 조정을 통해서 지방에 자리잡게 될 첨단 설비를 갖춘 외국계 병원에서 일하게 될 경우 서울과 지방간 의료서비스의 질적 차이는 의료 인력과 의료 시설 면에서 많이 줄어들 것이다.

마지막으로 의료서비스 산업 개방은 의료서비스의 공공성 강화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의료서비스 자체가 대표적인 고부가가치 산업이면서도 고용친화적인 산업이기 때문에 해외 병원의 지방 유치는 지방 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 모쪼록 미래지향적이고 안전한 의료서비스 시장 개방에 대한 정부의 전향적인 정책적 전환이 절실히 간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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